[쿠키뉴스=이승희 기자] 경기 화성시 동탄 신도시에 있는 주상복합단지 ‘메타폴리스’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4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다쳤습니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다음 날인 5일 “처음 불이 시작된 뽀로로 파크 내부에 스티로폼 등 가연성 소재가 많았다”며 “철제구조물 절단 작업 중 불꽃이 가연성 소재에 튀어 불이 났을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밝혔습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용접과정 당시 방화관리책임자(화기 감시자)는 자리를 비운 상태였습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용접(산소절단 등) 안전 매뉴얼에 따르면 용접이 끝날 때까지 화기 감시자가 함께해야 합니다. 설상가상으로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와 경보기는 작동하지 않았죠. 대피자들은 화재 방송 또한 없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이날 동탄 주민들이 이용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직원조차 화재 발생 사실을 몰랐다’며 미흡한 초동대응을 지적하는 글들이 올라왔습니다. 한 주민은 “화재 당시 주차관리 업체가 주차비를 징수해 서둘러 건물을 빠져나오지 못했다”며 “안내 방송도 없고 스프링클러도 작동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주차비를 징수하고 앉아 있더라”고 비난했습니다.
화성동부경찰서에 따르면 메타폴리스 측은 화재 발생 사흘 전부터 화재경보기·유도등·스프링클러 등의 소방 안전시설을 꺼놓았습니다. 예고된 인재였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특히 주상복합건물이나 전통시장, 대형마트의 경우 불이 나면 대형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데요. 화재 예방을 위한 사전 점검마저 부실해 논란은 가중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15일 발생한 여수 수산시장 화재 당시에도 경보기는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일부 상인들은 “평소 열기가 없는 상황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울리던 경보기가 정작 불이 났을 때는 울리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화재 원인으로 거론된 전기 배선 이상 역시 문제입니다. 지난해 말 진행된 합동소방점검에서 여수 수산시장은 전기 관련 항목에서 지적을 받지 않았습니다. 일각에서는 ‘부실 점검’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큰불이 났던 대구 서문시장의 경우 그해 한 번도 소방점검을 실시하지 않았습니다. 건물이 노후된 전통시장의 경우 화재에 매우 취약합니다. 문어발식 전기 코드 사용 등 허용 전류를 초과해 사용하는 경우도 빈번하죠. 그렇기 때문에 사전 예방이 가장 중요합니다. 안전점검을 자주 실시해야 하지만, 화재 점검 주기는 2~3년으로 긴 편입니다.
대형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취약한 안전 점검과 건물 관리자들의 안전불감증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됐습니다. 정부와 관계자들은 앞으로 시정하겠다고 하지만 그때뿐입니다. 현실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죠.
네티즌은 “이건 살인이나 다름없다” “헬조선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사고지. 안전은 뒷전이고 단속은 대충 하는 헬조선” “인재네, 인재” “오작동 나면 경보기 울려서 시끄럽다고 평소에 꺼놓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방) 시스템이 존재하면 뭐해? 담당자들 사고방식이 엉망인데. 안전불감증도 정도껏이어야지” “스프링클러 꺼놓는 곳 은근히 많다. 오작동해서 (스프링클러) 켜지면 물건들 젖어서 고장 나는데 뭐하러 켜놓냐고. 그러다 다 죽는 거지”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거듭된 인재에 국민의 분노도 커져만 갑니다. 미미한 예방시설로 화재를 방지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 아닐까요? 국민의 바람은 크지 않습니다. 매뉴얼이 제대로 지켜지는 사회를 바랄 뿐입니다.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