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미르재단 차은택에 떠넘기려 회유…녹취록 공개되자 “악의적” 고성

최순실, 미르재단 차은택에 떠넘기려 회유…녹취록 공개되자 “악의적” 고성

기사승인 2017-02-06 13:51:19

[쿠키뉴스=정진용 기자] 이성한(45)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를 미르재단 최종 책임자로 지목했다.

이씨는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22부(부장판사 김재윤)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정책수석비서관 등의 9차 공판에 출석해 ‘미르재단을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은 차은택(48·구속기소)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아닌 최씨’라고 단언했다.

이씨는 이날 법정에 출석해 비정상적으로 운영된 미르재단과 관련해 진술했다. 그는 “미르재단에 처음 출근했을 당시 사무실에 직원도, PC도, 사무실 비품도 없고 책상과 플래카드만 덩그러니 걸려있었으며 사업목적도 정해지지 않은 채 기업들로부터 출연금을 받는 일이 주 업무였다”고 인정했다. 다른 증인들이 증언한 대로 최씨가 미르재단 관련 회의를 주재해 포스트잇으로 지시사항을 구체적으로 지시했다는 것도 시인했다.

이씨는 이날 법정에서 자신이 미르재단에서 쫓겨난 이유가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지난해 4월4일 박 대통령이 멕시코를 방문 중이던 당시 안 전 수석이 전화를 걸어 ‘개인 사업한다는 말이 있다. 물러나 달라’고 얘기했다”면서 대통령의 뜻이라고 생각한 이유에 대해선 “경제 수석이 그런 취지의 말을 하면 당연히 대통령의 뜻이라고 생각했다. 본인의 생각은 아닌 것 같고 누군가의 지시에 의한 것 같았다”고 부연했다.

이씨는 미르재단 관련해서 “청와대에 서너 차례 드나들었다”면서 “최씨가 주재한 테스타로사 회의에서 언급된 미르재단 업무 방향이나 최씨에게 보고한 내용이 청와대에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언급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그동안 서로 모른다고 주장하던 최씨와 안 전 수석이 서로를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제시됐다. 이씨는 지난해 6월경 안 전 수석에게 문자를 보내 “지난 16일 안 선생님을 만났을 때 명하신 대로 (최씨에게) '(제가) 사무총장 직에서 재단 사업부문으로 이동해 사업 발굴에 노력해달라'고 (안 선생님이) 제안했다는 걸 말씀드렸다”며 “이후 ‘보스’께서 7월 초에 보자고 연락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이 문자메시지에서 이씨는 안 전 수석을 ‘안 선생’으로, 최씨는 ‘보스’로 지칭했다. 이씨는 안 선생이라는 명칭에 대해 “테라로사나 사무실에서 회의할 때 최씨가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최씨가 미르재단의 책임권을 차씨에게 떠넘기려 이씨를 회유한 정황도 드러났다. 최씨와 이씨, 그리고 고영태(41) 전 더블루K이사가 지난해 8월경 한강변에서 만나 대화한 녹취파일이 공개됐다. 최씨는 이씨에게 “지금 쟁점이 (미르재단) 이사진이 어떻게 구성됐느냐 이거에요, 누가 추천했냐 그러면 다 할 말이 있어야 하거든”이라면서 “그런데 이 사무총장을 차감독(차씨)이 소개했잖아”라고 말했다. 이어 최씨는 “차 감독이 지금 어디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결국 이 사무총장이 한 거라고 얘기가 돌고 있는 거잖아”라면서 “결국, 이게 사실 둘의 싸움인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 측은 “최씨가 인사 결정권, 업무관련 회의를 주재한 사실, 대통령 국빈방문 행사를 준비하라고 차씨에게 준비한 사실이 인정되는데 미르재단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이 최씨로 보이는데 맞습니까”라고 묻자 이씨는 “네”라고 답했다. 

이씨는 미르재단과 관련해서 70여 개의 녹음 파일을 소지한 이유에 대해선 “대부분은 회의 내용을 녹음한 것”이라면서도 “재단의 운영 의도를 전혀 파악하기 어려워서 녹음을 해놔야 나중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최씨 측 변호인은 김영석, 송혜진, 채미옥 등의 미르재단 임원들이 문화융성위원회 출신이며 차씨가 이들을 추천했다고 주장했다. 안 전 수석 측 변호인은 안 전 수석이 이씨에게 한 전화 내용은 “이씨가 부동산 관련 사업을 했던 사람인데 미르재단을 이용해서 이권사업 할 우려가 있다는 것을 염려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최씨는 악의적인 의도로 대화를 녹음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너무 억울해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면서 “지난해 8월경 한강변에서 만났을때 고씨가 분명히 녹음파일 문제가 있으니까 핸드폰을 다 치우자고 해서 걷어갔다. 근데 누구 전화기로 녹음한것이냐”라고 추궁했다.

이씨가 “주머니에 녹음기가 따로 있었다”고 말하자 최씨는 “그걸 왜 계획적으로 녹음을 했냐”고 재차 이씨를 비난했다. 이씨는 “나를 언론에 미친놈으로 몰아가서 그랬다”면서 둘 사이에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최씨는 “그날 이씨가 한강에서 만나서 한미약품과의 소송 문제로 변호사 비용이 든다며 나에게 5억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그런 사실 없다”고 부인했다.

이날 오후 2시에는 고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진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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