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정우 기자] 사실상 연임이 확실시 되고 있는 황창규 KT 회장이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린 현 정부와의 ‘선 긋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에 증인 신청 기각을 당부하는 탄원서를 지난달 18일 제출했고 이에 대한 의도가 조명되기 시작했다. 탄원서는 지난달 23일 열린 탄핵심판 8차 변론 기일에 박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황 회장을 39명의 증인 중 한명으로 신청한 데 따른 것으로 황 회장의 직인이 찍혀 있다.
KT는 탄원서에 “피청구인(박 대통령 측)의 증인신청은 본건의 신속한 절차진행이라는 헌재의 취지를 피해가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이는 것”이라며 “신속한 심판절차진행 및 필요성 등을 참작해 피청구인의 증인신청을 기각해 주기를 간절히 부탁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관련 업계 등에서는 KT가 황 회장 연임을 앞두고 ‘국정농단’ 사태를 맞이한 현 정부에 등을 돌렸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KT는 앞서 검찰 조사를 통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18억원 규모의 출연금을 낸 사실이 알려지며 다른 기업들과 함께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렸으며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임원 인사 개입과 최씨 실소유 광고사에 68억원 규모의 일감을 준 사실 등도 드러났다.
이에 황 회장이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정부와 거리를 두는 것에 대한 두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도덕성에 흠집이 난 정부와의 단절은 당연하다’는 논리와 ‘연임을 앞두고 논란의 불씨를 최소화 하려는 의도’라는 견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고 재계가 정경유착의 끈을 잘라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기업들은 정부의 압력에 각종 부적절한 출연금을 낼 수밖에 없었다며 ‘피해자’임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현 정부 측 증인으로 서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모양새”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황 회장 연임이라는 중차대한 사안을 진행 중인 KT는 이번 사태에서 최대한 언급되지 않고 조용히 지나가고 싶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KT CEO 추천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황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했으며 다음달 주주총회에서의 최종 선임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이 같은 평가의 배경에는 황 회장이 현 정부 집권 시절 KT 회장에 취임했다는 사실과 과거 공기업으로 시작한 KT가 친정부 성향의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는 인식이 있다. KT 노조 측은 현재 KT 사외이사진에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김종구 변호사 등이 포진해 있는 점을 이에 대한 근거로 내세운다. 실제 김 변호사는 이번 KT의 CEO 추천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1981년 한국전기통신공사로 시작한 KT는 2002년 정부의 지분 매각으로 민영화 됐지만 현재까지 국민연금이 지분 10.00%(2월 2일 기준)로 최대주주인 기업이다. 현재 특검이 수사 중인 박 대통령과 삼성그룹 수사에 국민연금이 연루된 정황에서 알 수 있듯 KT의 지분구조가 정부와의 관련성을 끊기 어렵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여기에 2012년 3월 연임에 성공했던 이석채 전 KT 회장이 2013년 11월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채 사퇴하고 이듬해인 2014년 1월 황 회장이 취임하자 배경에 “정부의 입김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업계의 의심이 불거진 적도 있다.
이번 탄원과 관련해 KT 측은 “황 회장은 지난 임기 동안의 성과를 인정받아 차기 회장에 추천된 것이며 헌재에 낸 탄원서는 적절한 증인 신청이 아닌 점에 대한 대응”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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