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정진용 기자]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법정에서 억울함을 토로했다. 고영태(41) 전 더블루K 이사가 K스포츠재단 및 더블루K 관련 책임을 모두 자신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씨는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정책수석비서관 등의 9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고씨를 향해 “(스위스 건설업체) 누슬리와의 업무협약 체결이나 펜싱 장애인 팀 창단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더니 문제가 생기자 저 혼자 사익을 추구하고 돈을 챙겼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최씨와 고씨는 지난해 10월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 이날 공판에서 처음 대면했다.
최씨는 “하고 싶은 질문이 있으면 해보라”는 재판부의 발언이 끝나기 무섭게 속사포처럼 하고 싶은 말을 쏟아냈다.
최씨는 “고씨가 신용불량이어서 제가 법률사무소를 소개해주며 문제를 해결해 줬다”면서 “당시 ‘고민우’라고 개명하려고 했는데 마약 전과가 나와서 못했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자 고씨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어 최씨는 “제가 제일 억울한 건 펜싱 장애인팀의 경우 고씨가 같은 고향 선배를 감독으로 소개해서 적극적으로 추진했다는 점”이라면서 “그런데 (고씨는) 그걸 다 제가 했다고 한다. 모두가 공범이지 않나”라고 목소리 높였다. 재판부가 최씨의 주장을 잠깐 멈추려 하자 최씨는 “하나만, 하나만 더….”라고 말을 계속 이어나가려 하기도 했다.
고씨는 “어떤 프로젝트도 직원들이 먼저 제시한 적이 없다. 항상 최씨가 지시해서 한 것뿐”이라면서 “팀 창단의 경우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 스케이트 스포츠토토를 창단한 뒤 최씨가 자주 언급했다. 아마 팀 창단을 한 뒤 전지훈련을 독일 비덱스포츠 쪽으로 보낸 뒤에 돈을 빼내려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비덱스포츠는 최씨 모녀가 독일에 차린 스포츠 법인이다.
최씨는 고씨가 자신과 친한 인사들을 재단에 채용해 자신을 음해하려 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최씨는 “처음에 (고씨가) 류상영 전 더블루K 부장을 한 달만 쓰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근데 류씨와 고씨가 사이가 나빠지면서 이런 일이 생겼다”면서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도, 노승일 전 K스포츠부장도 고씨와 같은 대학 출신이다. 다들 내가 이용할 수 있는 인사가 아니라 고씨와 선후배관계로 묶여서…. (고씨가) 언제든 부르면 올 사람들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고씨는 이에 “재단을 장악하려면 사무총장이나 이사장 같은 사람과 논의하지 노씨나 박씨 같은 그야말로 말단 직원과 상의했겠나”라고 맞받아쳤다
또 고씨는 이날 최씨가 K스포츠재단 관련 내부 보고서를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에게 전달하거나, 직접 청와대에 들어가 박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을 최씨를 통해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최씨가 청와대에 들어간다고 하면 제가 종로구 낙원상가나 효자동까지 데려다줬다”면서 “그러면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이 최씨를 픽업해서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씨가 청와대에 들어갈 때면 ‘대통령이 또 부른다’ ‘피곤한데 대통령이 부른다’ ‘스트레스 받는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고씨는 헌법재판소가 진행 중인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박 대통령 대리인 측이 최씨와 고씨가 불륜 사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했다. 고씨는 “(해당 의혹은) 답변할 가치가 없다”면서 “신성한 헌재에서 인격적 모독을 하고, 그것이 과연 국가 원수의 변호인단이 할 말인지 한심할 따름”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오후 2시에 시작한 고씨의 증인신문은 오후 10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고씨는 공판이 끝난 뒤 몰려든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재빨리 법원을 빠져나갔다. 이날 헌재는 고씨에게 오는 9일 열리는 탄핵심판 12차 변론 출석요구서를 전달하지 못했다.
오는 7일 열리는 10차 공판에는 김형수 전 미르재단 이사장과 조성민 전 더블루K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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