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정우 기자] “직급 단순화는 젊고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핵심이다. 1년 정도 적응 기간이 지나면 효과가 나타날 것”
삼성전자가 기존 부장급 이하 호칭을 단순화 하는 직급체계 개편을 앞두고 있다. 이를 통해 보다 유연한 조직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특검 수사 등으로 미뤄졌던 간부급 인사안 구성이 완료됨에 따라 다음달 인사 단행과 함께 새로운 직급 체계를 적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 정상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만큼, 간부 인사를 우선 진행하면서 조직문화 혁신을 꾀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창의적이고 수평적인 조직문화 조성을 위해 직무와 역할 중심의 인사 체계로 전환한다는 인사제도 개편안을 발표, 올해 3월부터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 사원(1·2·3),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 7단계로 나눠진 직급체계를 ‘경력개발 단계(Career Level)’ 1~4 네 단계로 단순화하고 임원과 팀장, 그룹장 등 직책을 제외한 상호 호칭을 이름 뒤에 ‘님’을 붙이는 방식으로 바꾼다는 내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직급체계 개편은 글로벌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업무 효율 중심의 조직을 추구하기 위함”이라며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예정대로 도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급체계 단순화는 이미 제일기획,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계열사에서 유사한 형태로 도입‧시행되고 있다. 제일기획과 바이오로직스는 직원 간 ‘프로’라는 호칭을 사용하며 바이오에피스는 ‘담당’으로 부른다.
제일기획과 삼성바이오로직스‧에피스는 평균 구성원 연령대가 30세 전후로 그룹 내에서 비교적 젊은 조직에 속한다. 특히 제일기획의 경우 자유로운 아이디어 교환이 중요한 광고업 특성상 이 같은 제도의 효과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제조업 중심의 삼성전자 조직문화에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새 인사제도 발표 당시 업계 한 관계자는 “제조업 중심 조직에서 경쟁이 격화되는 글로벌 IT업계에서 생존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으로 변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하드웨어 제조 외 분야까지 영역 확대에 나서 IT 벤처기업과 같은 조직으로 변화를 꾀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0년 그룹 내에서 가장 먼저 직급체계를 단순화 한 제일기획 관계자는 “직급 단순화는 위계질서보다 소통이 중요한 광고업에서 특히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다”며 “현재까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이에 대한 반증”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제도 도입 만으로는 본질적인 조직문화 전환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평적 조직문화는 제도보다 구성원들, 특히 상급자들의 자세가 더 중요하다”며 “호칭을 통일해도 마음속에 상대방에 대한 수직적 위계가 남아있다면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새 체계의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일정 기간 이상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제조업 중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새로운 직급체계를 처음 접했을 때 고위직에서는 다소 생소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1년여 정도 지나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수평적 소통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새로운 직급체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그룹 내 다른 계열사까지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워크 스마트’라는 기치 아래 2012년부터 자율출퇴근제 시범운영을 시작, 2015년 본격 도입한 바 있다. 일 4시간, 주 40시간 이상을 충족하는 한에서 자율적으로 업무 효율이 높은 시간대로 출퇴근을 조율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업무 중심의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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