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정우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소환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5시간 30분 가량에 걸친 조사를 마치고 14일 새벽 돌아갔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입증에 총력을 기울이는 특검을 상대로 삼성은 적극적으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전날 오전 9시 30분경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한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1시 5분경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출석 당시 “진실을 성실하게 밝히겠다”고 말한 이 부회장은 조사 후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 없이 승용차에 몸을 싣고 자리를 떴다. 지난달 12일 22시간 이상 밤샘 조사를 받은 지 32일 만이다.
지난달 19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한 차례 기각된 이후 쉴 새 없이 보강 수사를 진행해온 특검은 이르면 15일 영장 재청구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규철 특검보는 “영장 재청구 여부는 수사 기간을 고려했을 때 빠른 시간 내에 결정돼야 할 문제”라고 밝혀 특검 활동 기한인 이달 내 진척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이번에는 삼성 미래전략실의 최지성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 삼성전자 박상진 사장과 황성수 전무 등 4명에 대해서도 “입건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 부회장 구속영장) 재청구 결정 때 신병처리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피의자 신분임을 강조했다.
이번에 특검은 삼성이 박근혜 정부와 최순실씨 일가에 약 430억원을 지원한 대가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박근혜 정부가 공정거래위원회를 동원, 찬성하도록 하는 특혜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추가 확보 정황 등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쟁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따라 공정위가 애초에 삼성SDI 보유 삼성물산 주식 1000만주를 처분토록 결정했다가 500만주로 축소했다는 정황에 따른 특혜 의혹과,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을 위해 삼성이 보유하고 있던 말 두 필을 매각하고 대금을 받지 않는 방법으로 ‘블라디미르’ 등 고가의 말 구입을 지원했다는 혐의 등이다.
이에 삼성은 최씨 일가에 대한 말 구입 지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의혹 등에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1차 영장청구 이전까지 직접적인 입장 표명을 삼가 왔던 것과 대조적이다.
말 구입 지원 의혹에 대해서는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 최순실에 대해 추가 우회지원을 한 바 없으며 블라디미르 구입에도 일정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기존 매각한 말 대금은 분할 납부를 받고 있으며 블라디미르 등의 구입 자금으로 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박 대통령이 최씨에 대한 지원을 이 부회장에게만 부탁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최순실, 정유라 등 특정인을 거론해 지원 요청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삼성이 최씨 측에 추가 지원을 지속했을 경우 앞선 미르‧K스포츠재단 등에 대한 출연이 정부의 압력에 따른 것이라는 ‘피해자’ 논리가 성립되기 어려워지는 만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 특혜 의혹과 관련해서는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된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어떠한 특혜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당시 500만주 처분에 대한 공정위 유권해석에 대한 전문가 이견이 있었음에도 “순환출자 해소 의지에 따라 자발적으로 처분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특검과 삼성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법조계와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결과에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먼저 1차 영장 기각 사유 중 하나로 관계자에 대한 수사 진행 단계 미비가 꼽혔다는 점에서 “대대적인 보강 수사를 통해 구색을 맞춘 특검이 다시 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에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박 대통령 대면조사 등에 진척이 없는 만큼 여전히 구속영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조건”이라는 견해도 내놓는다. 특검은 “(대통령 대면조사 관련) 쌍방 간 접촉이 전혀 없고 통보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경우 SK, 롯데 등 다른 기업에 대한 수사까지 난관에 봉착해 특검의 대통령 뇌물 의혹 규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특검은 이번 조사에서의 삼성 측의 구체적 진술 내용이나 뇌물 금액 변동 여부 등에 대해서는 조사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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