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취인불명]은 최근 화제가 된 사안과 관련, 가상의 화자를 설정해 작성한 편지 형식의 기사입니다.
[쿠키뉴스=이승희 기자]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꿨습니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13일 서울 영등포 한 예식장에서 열린 상임전국위 및 전국위 제안설명에서 “당명 개정은 개혁과 쇄신의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새롭고 희망찬 미래를 활짝 열고 대한민국의 숭고한 가치를 확고하게 지켜 달라는 국민의 원대한 포부를 담겠다”고 밝혔습니다. 박맹우 사무총장에 의하면 당의 상징색은 열정과 헌신을 의미하는 붉은색입니다. 로고인 횃불은 진취적인 도약과 포용, 통합과 화합을 담고 있죠.
지난 2012년부터 집권여당의 자리를 지켜온 새누리당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당명을 만들었던 조동원 전 새누리당 홍보본부장은 “당의 이름이 없어지는 오늘이 부끄럽다”면서 “할 말이 많지만, 조용히 떠난다”고 말했습니다. 조 전 본부장이 못다 한 말을 ‘누리’에게 직접 들어볼까요?
TO. '자유한국당‘ 의원님들
의원님들, 저 ‘누리’입니다. 안녕들하십니까? 어제 국회의사당 앞을 지나다 우연히 봤습니다. 얼굴이 더 좋아졌더군요. 반납했던 ‘국회의원 배지’도 돌려받았고요. 의원님들이 떠난 후에도 발을 뗄 수 없었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우리 참 좋았는데 말이죠.
우리가 처음 만났던 지난 2012년을 기억하십니까? 의원님들은 저를 찾아와 함께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고 했습니다. 저의 어깨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했죠. 그런데 5년 만에 마음이 변했네요.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나요. 저는 의원님들을 위해 ‘신천지가 아니냐’는 의혹도 감수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헌신짝처럼 버려지기 위해 온갖 수모를 이겨낸 게 아니란 말입니다.
이뿐입니까? 지난 2012년 2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박근혜 대통령은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구습을 모두 떠나보내고 한마음으로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위해 국민 속으로 들어가 구체적인 정책을 함께 펼치자고 절 회유했죠. 그 이후로 5년이 지났지만 무엇하나 제대로 해낸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벌써 그만두라니요? 이렇게 절 버리실 줄 알았다면 이름을 빌려 드리지 않았을 겁니다.
의원님들은 “10대는 상상만 해도 즐거운 학교인 ‘상상누리’를, 20대는 학교나 스펙을 따지지 않는 ‘청년누리’를 열어가겠다”고 호언장담했습니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저는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았습니다. 그거 아십니까? 사람들은 제가 지나가기만 하면 ‘헬조선’의 원흉이라며 돌을 던집니다. 왜 이 모든 것을 저 혼자 감당해야 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절 버리고 ‘자유한국’과 손을 잡았다고 들었습니다. 웃음이 나오네요. 자유면 자유고, 한국이면 한국이지 자유한국은 또 뭡니까? 절 버릴 거면 더 멋진 곳으로 가지 그랬습니까. 이왕 시작한 인연, 저와의 시간보다는 길었으면 하네요.
제가 좋아하는 배우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불량식품이 불량하다는 것이 들통 난 뒤 이름만 바꿔 다시 내놓는 것은 상술일 뿐이다. 반성하고 실토하고 성분을 바꾸고 조심스럽게 내놓는 것이 그나마의 양심 아닌가. 뻔뻔스럽다.” 주어는 어디까지나 ‘불량식품’입니다.
지난 14일부터 ‘책임과 미래 국민 속으로 버스’ 전국 순회를 시작했다죠? 시작은 ‘반성 투어’였다고 들었습니다. 무엇을 반성하고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알려주실 수 있나요? 저만 모르는 줄 알았는데 제 친구 ‘민의’와 ‘정의’도 모른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돌아오세요. 지금 절 버린다고 해도 국민은 알고 있습니다. 의원님들과 저는 영원히 한몸이라는 사실을요.
From. 의원님들의 분신 ‘누리’가.
추신: 절 버렸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전 늘 의원님들 뒤에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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