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제 2의 워터게이트’ 휘말리나…가짜언론 탓만?

트럼프, ‘제 2의 워터게이트’ 휘말리나…가짜언론 탓만?

기사승인 2017-02-16 14:33:00

[쿠키뉴스=정진용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과 측근에 제기된 러시아 내통 의혹을 부인하며 언론의 ‘가짜 뉴스’(fake news) 탓으로 일관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트럼프는 “음모론과 맹목적인 증오로 가짜 언론사들이 미쳐가고 있다”면서 “나와 러시아 사이에 커넥션이 있다는 주장은 힐러리 클린턴의 패배를 감추기 위해서 지어낸 것”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특정 언론사의 이름을 거론하며 “못 볼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러시아와 부적절하게 접촉했다는 의혹으로 전격 사퇴한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다룬 언론을 향해서도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15일 벤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언론은) 플린과 관련된 의혹을 매우 불공정하게 보도했다”고 주장하며 “정보기관에서 기밀 정보가 유출된 것은 불법” 이라고 발뺌했다. 트럼프는 이날도 자신에 불리한 질문은 철저히 무시한 채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백악관은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4일 브리핑을 통해 플린 전 NSC 보좌관의 경질 사유로 세르게이 키슬략 주미 러시아대사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트럼프에게 알리지 않고 ‘대(對)러시아 제재 해제’를 논의한 것을 들었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 안을 강구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이번 ‘러시아 커넥션’ 사태는 플린의 경질에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측근들에 대한 FBI 조사가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반역죄 가능성’도 거론된다. CNN은 지난 14일 “플린 뿐 아니라 트럼프 선거운동 본부장도 러시아와 수시로 통화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도 선거 캠프 관계자들이 러시아 정보당국과 어떤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이 시기가 러시아 대선 해킹 개입 의혹이 불거진 때와 겹친다며 의혹을 더욱 부채질했다. 

이번 사태는 미국 정치사상 최악의 스캔들로 꼽히는 ‘워터게이트’와도 비견된다. CBS 앵커 댄 라더는 “워터게이트는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라면서 “워터게이트 충격파를 9라고 한다면 ‘러시아 커넥션’은 5, 6 정도다. 그러나 빠른 속도로 파문이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워터게이트는 제37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재선을 위해 상대 당인 민주당 전국본부 사무실을 도청한 것을 말한다. 닉슨 전 대통령은 결국 중도 사퇴했다. 

의회에서도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15일 “국민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의 경제적, 정치적 장악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권리가 있다”면서 FBI의 수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공화당도 이에 가세했다. 존 메케인 공화당 상원의원과 린제이 그램 공화당 상원의원 등도 러시아 선거개입과 관련해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

미국 중앙정보국(CIA)는 이미 지난해 12월9일 러시아가 트럼프의 당선을 위해 미국 민주당 이메일 해킹을 시도, 대선에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는 이에 “웃기는 얘기”라며 부인하다가 지난 1월 기자회견을 통해 “(대선 해킹의 배후는) 러시아”라고 처음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해킹이 대선 결과에 미친 영향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을 좋아하는 것은 부채가 아닌 자산이라고도 덧붙였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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