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성의 커피소통㉜] 평등(平等, equality) 커피(coffee)

[최우성의 커피소통㉜] 평등(平等, equality) 커피(coffee)

기사승인 2017-03-24 11:30:17

도스토예프스키(Dostoevskii | Fyodor Mikhailovich Dostoevskii)는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쓴 러시아의 대표적인 문호이다. 그는 당대의 문학가, 예술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커피를 정말 사랑했었다고 한다. 지금도 러시아의 상트 빼째르부르그((Saint Petersburg)에 있는 도스토예프스키 박물관에는 생전에 작품 활동을 했던 책상에 매일 아침 생전에 그가 좋아했던 커피를 올린다고 한다.

그의 저서 ‘죄와 벌’의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다.

주인공 ‘라스콜리노프’는 매우 가난한 사람이다. 그의 동생 ‘두나’는 돈 때문에 사기꾼 같은 ‘스비드리가일로프’에게 시집을 가야 하는 상황이다. 여주인공 ‘소냐’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거리의 여자로 나선다. 그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가난해도 정말 가난하다. 

‘라스콜리노프’는 전당포 노파를 죽이고 그의 돈을 가져야 하겠다고 생각한다. 그는 전당포 노파는 아무 쓸모없는 악한 사람이기 때문에 죽여 그의 돈을 필요한 사람들이 나누어 갖는 것은 정의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노파를 죽이고 돈을 빼앗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난다. 그의 살인을 목격한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무고한 목격자도 죽이고 그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다 못한 그는 애인인 ‘소냐’에게 자신의 범행을 고백하는데, 그녀는 그에게 광장 네거리로 가서 대지에 입을 맞추고 사람들 앞에서 자기의 죄를 고백하라고 이야기 한다. 그녀의 충고대로 ‘라스콜리노프’는 광장에서 자기의 죄를 고백하고 시베리아로 가서 자기의 죄 값을 치른다. 

소설 ‘죄와 벌’은 단순히 요약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오한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는 작품이지만, 이 책에서 작가가 말하는 중요한 원칙을 몇가지만 살펴본다면 다음과 같다. 

누구든 세상을 구원한다는 명목으로 악을 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죄를 저지른 사람은 드러나지 않아도 자신의 마음에 평생 그 죄책감을 감당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과, 죄를 저지른 사람은 반드시 그 죄 값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법치주의의 중요한 원칙을 발견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 그 어떤 사람이든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죄를 저질렀으면 같은 법이 정한 대로 벌을 받아야 한다. 이것이 법치주의(法治主義)의 이념이다.

이번에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와 관련해서, 과거에는 잘 모르던 이야기가 언론에 소개 되었다. 검찰청에 소환된 피의자들이 거물급이라면 본격적인 피의자 심문 이전에 티타임(Tea Time)을 갖는 것이 관례라는 것이다. 

손님이 찾아오면 차(茶) 대접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지만, 상대방이 범죄사실을 조사받으러 온 피의자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무리 전직대통령이라고 해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청에 소환 된 사람에게 그렇게 까지 친절할 필요까지 있었느냐며 볼멘소리도 나왔다. 

검찰 측에서는 차를 마시면서 상대방의 마음을 살펴보기 위한 꼭 필요한 절차였다고 에둘러 설명했다. 검찰청에 조사받기 위해 긴장하며 들어선 피의자가 차를 마시며 마음을 돌리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그건 그렇다고 치고, 그렇다면 검찰에 조사받기 위해 소환된 모든 피의자들도 동일한 대우를 받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검찰에서 대접한 차가 차(茶)였는지 커피(Coffee)였는지 알 수도 없고 그다지 알고 싶지도 않지만, 아무리 많은 죄를 저지른 사람이라고 해도 검찰청에서도 특별한 대우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마음이 씁쓸하다. 커피나 차는 비록 그 퀄리티(quality)가 차이가 난다고 해도 가난하든 부자든 누구나 마시는 것이다. 그렇기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필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모든 사람이 법 앞에 평등한 것처럼, 모든 사람들은 커피(차) 앞에 평등하다고… 커피(Coffee)는 평등(平等)이다.

글=최우성(인덕대 외래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서울 본부장, 웨슬리커피 LAB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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