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정우 기자] SK텔레콤과 KT의 5G(5세대) 네트워크 주도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4일 5G RFI(정보제안요청서)를 공개했다. 국내외 협력사들과 5G 상용화 계획을 조율하고 상용화에 필요한 핵심 기술 등을 함께 정의해 생태계를 구축하고 기술 파편화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RFI에는 SK텔레콤의 5G 추진 목적, 현황, 기술 요구사항 등이 담겨 있으며 참여하고 싶은 협력사는 답변서를 제출하고 RFP(입찰제안요구서) 발송 등의 절차를 거쳐 5G 상용화 준비에 나서게 된다.
SK텔레콤은 이번 RFI 공개에 ‘5G 밑그림 국내 최초 공개’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5G 경쟁을 주도하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의 이 같은 행보가 다분히 KT를 의식한 결과라는 시각도 나온다. KT는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을 테스트베드 삼아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고 2019년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공언한 상태다. 이에 SK텔레콤이 주도권을 갖고 있다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함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KT가 지난달 14일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5G 기술을 통해 선보일 타임슬라이스, 가상현실(VR) 등 시범 서비스를 미디어에 공개하자 이에 맞서 SK텔레콤도 지난달 31일 인천시 문학동 SK행복드림구장에서 5G 테마파크와 VR 기반 야구 중계 어플리케이션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은 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큰 이벤트를 앞둔 KT에 5G 생태계 구축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경쟁 구도는 해외 사업자들과의 협력 관계를 통한 글로벌 표준 주도권 싸움까지 이어진다.
지난 3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경기도 분당 SK텔레콤 5G이노베이션센터를 찾은 미국 버라이즌의 로웰 맥아담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만났다. 버라이즌은 가입자 기준 미국 1위 이동통신사다.
지난해 8월 최진성 SK텔레콤 종합기술원장과 로저 거나니 버라이즌 부사장 겸 최고기술전문가(CITA)의 만남에 이어 진행된 이번 회동에서 양측은 5G 관련 기술표준화, 커넥티드카, IoT(사물인터넷) 분야 등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같은 날 오후 버라이즌 경영진은 황창규 KT 회장과도 만났다. 양사는 5G망 글로벌 연동을 통한 실시간 홀로그램 영상통화를 시연하며 협력 성과를 내세웠다. KT는 버라이즌과 지난해 5G를 비롯한 미래 인프라와 기술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SK텔레콤과 KT의 이 같은 경쟁이 시기적으로 너무 앞서나갔다는 지적도 있다. 아직 5G 글로벌 표준도 제대로 잡혀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5G 표준조차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평창올림픽 시범 서비스 이후에도 상용화는 빨라야 2020년이 될 것인데 지금은 ‘최초’ 이미지 경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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