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보다 진한 피”… 24년 생이별 부자, 경찰 도움으로 극적 상봉

“물보다 진한 피”… 24년 생이별 부자, 경찰 도움으로 극적 상봉

기사승인 2017-04-13 15:06:17
[쿠키뉴스 대구=최태욱 기자] 생이별한 뒤 20여 년간 생사를 알지 못했던 아버지와 아들이 경찰의 유전자 대조를 통해 만났다.

13일 대구시 동구의 장애인 보호시설인 ‘더불어 진인 마을’에서 이모(52)씨가 아들(27)을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들 부자는 서로 생사도 알지 못한 채 헤어져 있다 이날 경찰의 도움으로 24년 만에 상봉했다.

이씨는 지난 1993년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충북 청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면서 장애가 있는 아들과 생이별을 했다.

뇌병변 1급 장애인인 아들을 데리고 갈 수 없어 지인을 통해 대구의 한 장애인 복지시설에 맡긴 후로는 연락이 끊어진 것이다.  

평생 마음의 짐을 안고 살던 이씨는 지난 2016년 10월 아들을 찾기 위해 대구 수성경찰서를 방문해 도움을 청했다.

이씨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경찰은 유전자 검사로 가족을 찾아주는 제도를 설명하고 이씨의 유전자를 채취한 뒤 보건복지부 위탁 기관인 실종아동전문기관으로 보냈다.

실종아동전문기관에는 전국 아동·장애인 시설에 있는 아동과 장애인들의 유전자 정보가 보관되어 있다.  

유전자 정보 대조를 요청한 지 4개월 가량이 지난 올 2월 3일 경찰은 이 기관으로부터 ‘유사한 사람이 있다’는 회신을 듣고 이씨 부자의 유전자를 다시 채취하고 분석한 결과 최종 일치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이날 이씨를 데리고 아들이 있는 ‘더불어 진인 마을’로 찾아갔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떨어져 지냈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알아봤다. 

아들을 안고 말문을 열지 못한 채 눈물을 흘리던 이씨는 훌쩍 커버린 아들을 들어 올리며 재회의 기쁨을 만끽했다.

꿈에도 그리던 아들을 24년 만에 다시 만난 이씨는 “그 동안 아들에 대한 미안함을 가슴에 품고 살았다.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던 아들과 다시 만날 수 있게 해 준 수성경찰서 직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경찰관의 두 손을 꼭 잡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대구 수성경찰서 김병철 여성청소년과장은 “대구에서 유전자 채취로 헤어진 가족을 찾을 수 있게 해 준 것은 이번이 첫 번째 사례”라며 “앞으로 장기 실종자들의 조속한 발견을 위해 유전자 검사 제도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tasigi72@kukinews.com
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
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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