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혁신적인 신약이 개발되며 질병치료에는 효과를 보고 있지만 가격이 고가인 치료제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이처럼 의료비로 인해 가계부채(家計負債)가 증가하는 가정을 ‘메디컬푸어’(Medical Poor)라고 한다. 문제는 이들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에 이번 기획을 통해 환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때문에 힘들어 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쿠키뉴스=조민규 기자] 메디컬푸어는 대부분 의료비 부담이 큰 암 등의 중증질환에서 많이 발생한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암환자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으로 부담이 적지 않나’라는 것이다. 맞다. 정부는 암환자 산정특례제도를 통해 암 치료에 소요되는 고액의 진료비 부담을 완화해주고 있다.
하지만 등록일로부터 5년이 지나면 종료돼 이후에는 전체요양급여비용의 외래는 30~60%, 입원은 20%를 본인이 일부 부담해야 한다. 다만, 5년 종료시점에 잔존암·전이암이 있거나 추가로 재발이 확인되는 경우로서 암조직의 제거·소멸을 목적으로 수술, 방사선·호르몬 등의 항암치료 중인 경우이거나, 항암제를 계속 투여 중인 경우 산정특례를 재등록한 경우 계속 적용받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신약이 들어올 경우 가격이 고가이다 보니 무조건적으로 건강보험에서 급여를 해주기 어렵다는 점이다. 급여가 안 될 경우 환자 본인이 전액을 부담해야 하는데 한달에 1천만원 이상의 치료비(약제비 등)를 일반인으로서 감당하기는 힘들다.
아래의 사례를 보면 이 같은 문제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최근 쿠키뉴스에 ‘암환자들에게도 희망을 주세요’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내 치료의 어려움을 호소한 환자분이 있다. 이분이 투여하는 치료제는 최근 혁신적인 치료제로 부각되고 있는 ‘면역항암제’이다.
글은 ‘투병중인 암환자들에게도 희망을 주세요. 제가 떠난다 해도 우리 암환우들에게 좀 더 세상의 희망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면역항암제의 급여화가 시급한 현실을 알려주세요.’로 시작한다.
“살면서 크게 아프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큰 복일까요~ 저는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 것뿐인데 한창 일할 나이에 덜컥 암에 걸렸습니다. 일단 걸린 암을 어찌 하겠습니까? 상황을 받아들이고, 수술하고 열심히 관리했습니다. 그런데 1년이 넘어가면서 다시 전이가 됐습니다. 1년이란 기간 동안 각종 종양들로 수차례 개복수술을 해야만 했기에 전이가 되었을 땐 정말 끔찍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또 받아들이고 열심히 항암치료를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게 벌써 2년이 넘어가니 이번엔 슬슬 내성이 오나 봅니다. 암 사이즈가 커지고 더 번지게 됐습니다.”
환자로서 암 진행에 따른 불안감과 떨어지는 치료효과를 생생히 전달해 주고 있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걱정은 2차 치료에 따른 치료비 부담이다
그는 “그래도 다행히 당장은 내성으로 인한 1차 급여약이 중지된 상태는 아니라 감사하지만, 장기간 1차약을 투여 중이라 조만간 내성이 생길 거라고 담당 의사는 말씀합니다. 그런데 제가 보통의 세포타입이 아닌지라 2차 약 중에 임상약이 없어 이제 비급여로 몇 백씩 하는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급여약으로 치료를 할 땐 그래도 보험이 되니 나름 경제활동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지속할 수 있었지만 비급여약은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한두 번으로 마칠 치료가 아닌 4기전이암 환자에겐 기약 없는 치료이기에 더더욱 그렇습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 부분으로 인해 대부분의 암환자들은 힘들어하며 임상약을 찾게 됩니다. 그게 ‘1상 임상약’(사람에게 안전성·효능이 검증 안된)이라 해도 방법이 없으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매달리게 됩니다. 직접 암환자가 아니고 또 그의 보호자가 아니라면 이런 참담한 심정은 이해하기가 힘들 겁니다”라며 “그래서 계속 화두가 되고 있는 ‘면역항암치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또한 저처럼 이미 1차 항암을 한 환자는 그나마도 있는 임상시험 대상에도 해당되지 않으며 2차로라도 맞게 된다면 비급여이기 때문에 일회 비용이 몇 백에서 많게는 천만원에 이르는 금액이라 결국 포기를 해야 하는 거구나 싶어 가슴이 아팠습니다”라고 심정을 전했다.
이어 “최근 면역항암제들이 많이 개발이 되고 임상 또한 진행이 되고 있지만, 그 예후가 좋다 해도 임상결과로 나오기까지는 하루하루가 마지막 날 일수도 있는 암환자들에겐 너무나 아득한 긴 시간입니다. 면역항암제가 급여화가 되기까진 또 얼마나 숱한 시간이 지나야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다행히 폐암이나 흑색종에 걸린 암환자들은 급여화가 진행되는 듯해서 마음을 다스리고 있지만 그 외 승인된 암종이 아닌 암환자들에겐 더더욱 힘에 겨운 시간들”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면역항암제의 급여화가 빠르게 진행됨이 최우선이고 급여화가 되면서 암환자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치료효과를 보면서 다양한 또 다른 암종에도 승인이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더불어 암으로 육체적인 고통을 받는 것도 힘겨운 환자와 보호자들이 경제적인이유로 정신적인 고통까지 받는 그런 힘든 상황들이 줄어들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라며, “지금 당장 내겐 희망이 없을 거 같아 무관심하고 싶지 않습니다. 투병을 오래 하다 보니 암환자들을 보면 모두가 가족 같습니다. 우리 가족에게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중증 암환자도 살고 싶어한다. 하지만 약이 없어서, 치료비가 없어서 질병의 고통뿐만이 아니라 마음의 고통에도 시달리고 있다.
더욱이 치료비의 고통으로, 가족의 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생을 마감하는 우리의 이웃이 더 이상은 없도록 제도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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