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치료비를 줄이고자 내가 복용하는 약에 실패하신 분들이 남긴 약도 조달받아 복용하기도 했다. 어차피 처방받은 약은 약국에 돌려줘도 환급이 안되니까. 그렇게 1년을 버텼다”
주선재(74·남, 가명)씨는 2004년 신장암 진단을 받고, 올해로 14년째 암 치료를 받고 있다. 신장에서 발견된 암은, 현재는 폐와 뇌에서도 발견됐다.
“처음에는 감기인줄 알았다. 그래서 근처 내과에 갔는데 엑스레이를 찍고 폐렴에 비염증상이 있다고 해서 약을 복용했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서 전화가 오더니 인근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해서 거기서 CT를 찍으니까 신장암 판정을 받았다”
그는 “대학병원에서 CT찰영을 하니까 신장쪽에 암이 8cm 정도크기가 있는데 어떻게 지금까지 버텼냐고 하더라. 그동안에 굉장히 피곤하고 짜증도 나고 몸이 안 좋았다. 빨리 초음파 검사 등을 했으면 발견도 빨랐을 텐데”라며 당시 아쉬움을 토로했다.
처음에는 감기라고 생각했지 몸에 암이 있을 줄은 몰랐다던 그는 “암을 발견하고 1주일 만에 수술을 잡아주더라. 수술로 (신장) 하나를 절제하고 그 후 4년은 괜찮았다. 신장암은 추적만 하는데 5년이 지나 PET 검사를 하니까 폐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2009년 5월에 점이었는데 의사가 조직검사를 하려면 좀 커져야 한다며 12월에 오라고 하더라. 원발성인지, 신장에서 전이된 것인지 검사를 해봐야 한다더라”라며 두 번째 암의 발견 상황을 설명했다.
“어쨌든 6개월이 지나니까 0.5cm 정도로 자랐다. 조직검사에서는 신장에서 전이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2009년 12월부터 2010년 9월까지 수텐을 복용했는데 토하고, 출혈도 멈추지 않아 입원을 하기도 했다. 전이된 암이 계속 커져가니 내가 수술을 해달라고 했지만 당시 주치의가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환우회의 다른 분 소개를 받아 2010년 병원을 옮겨 2010년 10월 폐 수술을 했다. 그렇지만 수술한 자리에서 바로 재발해 2개월 만에 암이 더 커졌다. 1년을 갈 줄 알았는데”
그는 그동안 수텐의 복용과 중단을 반복했다. 2012년 폐에 물이 차 수텐을 중단했고, 그러한 상황에 의사가 나이가 있어 위험하기는 하지만 인터루킨이라는 면역치료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당시 그는 “이리가나, 저리가나 같다”며 2013년 5월부터 수텐을 중단하고 12월까지 한달에 1주일 입원하며 6회를 했다. 치료를 받으며 열이 나고, 혈압은 떨어지고, 어떤때는 고통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온몸의 껍질이 다 벗겨졌다. 그래도 6회까지 다 해내고 2014년 2월까지는 괜찮았다.
주씨는 “그런데 4월부터 암이 커져 다시 수텐을 복용했다. 인터루킨까지는 보험이 됐는데 수텐을 2차로 쓰니까 보험적용이 안됐다. 하지만 의사 말이 비보험이라도 1년 쉬고 다시 수텐을 복용하면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해서 수텐 복용을 다시 시작했다”고 말했다.
주씨가 암 치료로 복용한 약의 1개월 약값은 350만원정도인데 고용량을 복용하면 400만원이 넘는다. 일반 직장인의 월급 이상이다. 약도 한 가지가 아니다. 고혈압약 3가지, 콜레스테롤 조절약, 항경련제, 마약성 기침약 등 안 먹을 수가 없는 약들이다.
“처방을 받은 것과 전에 복용하다 남은 약도 먹었다. 또 치료비를 줄이고자 수텐을 복용했지만 효과가 없어 복용을 중단한 분들이 남은 약을 수소문해 얻어서 복용하기도 했다. 살아야하고 효과가 있으니까 (돈이 없으면)얻어서라도 먹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1년을 버텼다” 살면서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아온 듯 했지만 그에게도 암투병으로 인한 치료비 부담은 적지 않았다.
수텐을 복용하고 1년정도 되니까 다시 암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는 “사이클이 1년 정도인 것 같다. 두 번째 수텐하다가 돌아가신 분도 많다. 2015년부터는 아피니토를 복용했다. 하지만 부작용으로 폐렴이 생겼고, 복용 7개월부터 폐렴치료를 위해 항생제도 복용했는데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다시 수텐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머리로 전이가 됐다. 3차 전이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경련발작이 일어났고, 약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경련이 계속 일어났다. 2015년 4월 경련이 심해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서 MRI를 찍으니 뇌에 암이 있었다. 폐에서 전이된 것이었다. 감마나이프를 3cm가 넘으면 못한다고 했는데 2.7cm였다. 그래서 2015년 5월 아피니토를 중단하고 5월26일 감마나이프 수술을 했다” 최초 암은 많이 줄었는데 새로운 암이 2개월 반 만에 5개가 생겼다. 지난해 12월29일 감마나이프로 새로 생긴 암을 제거했다.
감마나이프 수술을 하고 6월부터 3차로 수텐을 다시 복용하기 시작했다. 이때도 사 먹기도 하고, 수소문해서 지금까지 먹고 있다. 그는 “3차로 복용한 수텐은 폐에 물도 안생기고 나름 효과가 있었다. 아쉬운 것은 첫 번째 실패했다고 해도 2차, 3차에는 효과가 있다면 보험을 해줘야 하지 않나. 내가 14년차(암 치료)인데 이리 오래 사는데 비합리적이다. 같은 약이라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2차 치료든, 3차 치료든 보험을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주씨는 “같이 투병하시던 분이 돌아가셨는데 1000만원짜리 약을 먹었다고 하더라. 환우회에서 만난 젊은 분이셨다. 투병 중에 그분 말이 ‘가족도 어리고 어차피 해봐야 6개월을 더 사는데 경제적 부담으로 못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데 너무 안타까웠다. 인터루킨도 보험 받지 않으면 900만원 정도 한다.”고 전했다.
특히 “수텐 다음 약이 1000만원 정도 한다는데 빚도 내고, 있는 것도 팔고 그런다. 환자 입장에서 6개월 더 산다고 1억을 쓴다? 6개월 일찍 죽고 가족들이 쓰는 게 낫지. 재산이 있는 사람들이야 상관없지만 없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기초수급자는 오히려 지원이 더 많은데 겨우 월급 받아 생활하는 사람 등 어중간한(지원 받지 못하는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이 더 큰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주씨의 부인 역시 정부의 치료비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료비용 많이 들었다. 당연히 부담스러웠다. 효과가 있다면 감안해줘야 하지 않나. 다행히 수술은 보험이 되서 버틴다. 반면 병실비는 많이 든다. 다인실이 없으면 1인실을 가야하는데 한달에 한번씩 입원하고, 온몸에 염증 생겨서 입원했다. 종합병원이다 보니 바로 5인실도 안나온다. 5인실에 있어도 일주일이 지나면 비보험 병실로 옮겨야 했다”고 말했다.
주씨가 처음 암을 발견한 것은 2004년 4월로 오는 4월1일이 만 13년이다. “4월1일 만우절이라 암 진단이 꿈인 줄 알았다. 처음 병원에서 2~3년, 이후 3~4년, 5년만, 10년만 이라고 했는데 자식이 벌써 손녀까지 낳고, 동아리에서는 노래하는 거 보면 ‘괜찮은데’라고 하더라. 근데 내용을 보면 수술을 하고, CT는 매달 찍지, MRI도 3개월에 한번씩 찍지. 수텐도 안 들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누가 묻더라”
그는 “힘들면 약을 먹을 필요가 없다. 지금은 생명연장이지 어차피 완치는 안 된다. 수텐도 언제까지 먹을지 모르지만 살아있다면 보험을 해줘야 하지 않나. 나도 그 다음이 문제다”라며, “사람의 생명을 알 수 없다. 나는 약으로 진정시키고 있는 것이다. 시간 싸움이다. 어차피 완치는 안 되니까. 암이 가만히 있으니까. 활동은 무리가 없다. 이제는 약 복용도 내가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부 많이 했다. 약에 대해, 질환에 대해. 투병하는 사람이 공부를 해야 한다. 자기관리 기록도 해야 한다. 약 복용시간 만으로도 하루가 빡빡하다. 의사도 10년이 넘었는데 약 복용은 본인이 알아서 하라더라. 자신보다 더 잘 알거라고. 어떻게 삶의 질을 높이면서 시간을 이어갈지가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주씨는 “매번 병원에 갈 때마다 시험 치러 가는 것 같다. ‘생명의 시험’이라고 해야 하나. 너무 자주 가니까”라며 암 투병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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