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 아나운서 ▶ 심유철 기자의 키워드 포착. 오늘도 쿠키뉴스의 심유철 기자와 함께 합니다. 심유철 기자, 안녕하세요.
심유철 기자 ▷ 네. 안녕하세요. 심유철 기자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오늘 제시해 주실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심유철 기자 ▷ 네. 오늘 제가 제시할 키워드는, 달리는 시한폭탄입니다. 내용, 먼저 영상으로 준비했습니다. 함께 보시죠.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잘 봤습니다. 그러니까 달리는 시한폭탄은 바로 전세버스를 말하는 거였군요. 심유철 기자, 그럼 먼저 이 전세버스가 도입된 배경부터 알려주세요. 입석이 금지된 건 언제부터인가요?
심유철 기자 ▷ 네. 지난 2014년 7월 16일이었죠. 세월호 참사의 여파와 안전상의 문제로 고속도로 및 고속화도로를 경유하는 광역버스와 직행버스의 입석이 전면 금지됐습니다. 그러면서 버스의 뒷문도 사라졌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입석을 금지하는데, 왜 버스 뒷문이 없어진 건가요?
심유철 기자 ▷ 입석은 금지되었고, 당장 버스를 늘릴 수는 없으니까요. 대신 기존 뒷문을 없애고 좌석을 추가한 겁니다. 그래서 경기 지역 노선버스 645대가 뒷문을 없애고, 좌석 4개를 늘렸는데요. 그건 고속도로를 경유하는 버스 1690대 중 38%에 달하는 숫자입니다. 버스 세 대 중 한 대 이상이 뒷문을 없앤 거죠.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그렇게 뒷문을 없애고 좌석까지 추가했지만, 그것으로 입석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거죠?
심유철 기자 ▷ 그렇죠. 그것으로 몇 명이나 더 탈 수 있겠습니까. 결국 버스에 탑승하지 못하는 시민들은 계속 늘어났고요. 자연히 교통 대란이 발생했습니다. 그러자 경기도와 각 시는 미봉책으로 출, 퇴근 시간. 광역, 직행버스 노선에 전세버스를 투입하게 된 것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그래서 전세버스 투입이 결정된 것이군요. 그럼 현재 전세버스는 얼마나 운행되고 있나요?
심유철 기자 ▷ 현재 경기 남양주, 성남, 수원, 오산, 용인, 하남, 화성 등 7개시에서 서울을 오가는 광역, 직행버스 노선에 98대의 전세버스가 투입돼 운행 중입니다. 문제는 시, 도의 대책에도, 시민들의 불만은 잦아들지 않았고요. 현재 국토교통부는 입석 운영을 허용한 상태라는 점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결국 입석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2년 동안 제시되지 못한 꼴이네요. 그리고 현재 꽤 많은 전세버스가 운행 중인데요. 이제 그 전세버스가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볼게요.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기에 달리는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건가요?
심유철 기자 ▷ 일단 버스 안에 안전장치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전세버스는 일반 광역버스와 달리 손잡이가 달려 있지 않거든요. 그래서 서서 가는 사람 모두 선반을 부여잡거나 좌석에 기대는 것이 최선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시민의 안전을 위해 도입된 전세버스에 안전정치가 없다니. 좀 이상하네요. 고속화도로는 특히 빠른 속도로 달리게 되잖아요. 그런데 그런 도로를 경유하는 버스에 손잡이가 없다는 건 정말 문제가 아닐 수 없어요.
심유철 기자 ▷ 맞습니다. 실제로 사당역에서 수원까지 운행하는 버스를 타면요. 버스가 남태령 고개를 넘어 과천-의왕 간 고속화도로에 진입하자마자, 계기판 바늘은 시속 100㎞를 쉽게 넘깁니다. 버스가 코너를 돌거나, 급정거라도 하게 되면, 서 있던 승객들은 위험한 상황을 맞게 되죠.
김민희 아나운서 ▶ 잡을 수 있는 손잡이가 없으니 넘어지지 않으려 홀로 애를 써야 할 텐데요. 항상 사고의 위험을 안고 출퇴근을 하게 되는 거네요. 심기자, 그렇게 손잡이가 없다는 것 외에 또 다른 문제도 있나요?
심유철 기자 ▷ 하차벨이 없다는 점도 큰 문제입니다. 보통 전세버스를 탄 승객들은 정류장 안내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좌석에서 일어나는데요. 그건 하차벨이 없어 정차 전 기사에게 다가가 내리겠다는 의사표시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좌석에 앉더라도 입석처럼 위험을 감수해야 목적지에 제대로 내릴 수 있는 것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러면 뒤쪽에 앉은 승객들은 더 불편하고 위험할 수밖에 없을 텐데요. 심각하네요. 이렇게 전세버스에는 손잡이와 하차벨 등 승객 안전을 위한 장치가 전무한 현실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 같아요. 심유철 기자, 이런 내용들을 법적으로 규제할 수는 없는 건가요?
심유철 기자 ▷ 여객 자동차 운수 사업법 시행 규칙에 따르면요. 시내버스, 농어촌버스, 마을버스, 일반형 시외버스 등에는 입석 승객을 위한 손잡이와 하차벨을 설치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노선 운영에 투입된 전세버스는 그런 의무가 없는데요. 일반 버스처럼 승객을 태워 운행하지만, 이러한 설치의무는 따르지 않아도 되는 것이죠. 결국 법의 사각지대 속에서 전세버스에 탄 입석 승객들은 위태롭게 차량 내 선반을 잡거나 좌석에 기대어 갈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이러니 전세버스가 달리는 시한폭탄으로 불릴 만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런 논란들에 대해 업체의 입장은 어떤가요?
심유철 기자 ▷ 전세버스업체 측은 안전장치 미비 등 문제점 지적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실시되고 있는 전세버스 증차 운영은 한시적이기 때문에, 손잡이나 하차벨 등 안전장치를 갖추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것이죠. 또 입석 논란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는 입석을 배제하고 있으나, 시민들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입석을 허용 중이라는 거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업체 측 입장은 자신들도 난처한 상황이라는 거네요. 하지만 문제점이 있다는 것 역시 확실한 거니까, 짚어봐야겠어요. 심유철 기자, 안전장치 미비 외에 또 다른 문제도 있나요?
심유철 기자 ▷ 이건 정말 기본적인 문제인데요. 버스를 제대로 알아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광역버스의 경우, 외관이 버스임을 알 수 있고, 또 번호가 크게 보이지만요. 전세버스는 그렇지 않은데요. 정류장에 도착해도 몇 번 버스인지 제대로 보이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요. 타야 할 버스를 놓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번호를 확인하기 위해 정류장에서 머뭇거리고 버스에 가까이 다가가면서 사고의 위험성도 커지게 되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임시로 번호를 적은 표지판을 앞에 두고 운행하는 것도 문제군요. 광역버스를 대체하는 전세버스에 안전장치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또 그를 제대로 규제할 수 없다는 점. 번호 표시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또 어떤 문제점이 있나요?
심유철 기자 ▷ 전세버스 운전기사의 짧은 실무 경력과 격무 역시 문제입니다. 광역, 직행버스 경우, 보통 버스 운전 경력 5년에서 10년 이상의 베테랑들이 운행하거든요. 하지만 전세버스는 대형버스 운전면허만 있다면 경력이 없어도 취업이 가능합니다. 즉, 면허를 딴 당일에도 바로 버스 운행에 투입될 수 있다는 것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광역이나 직행 등 좌석버스는 시내버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운행되잖아요. 그러니 당연히 경력자나 검증된 사람을 쓰는 것이 일반적일 텐데요. 전세버스의 경우는, 버스 운전 경력이 따로 없어도 가능하다는 건가요?
심유철 기자 ▷ 네.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습니다. 전세버스는 경력이 없는 사람이 운전하는 경우가 빈번한데요. 전세버스 업계는 현재 인력난을 겪고 있기 때문에요. 경력이 없어도 쉽게 채용이 가능합니다. 또 함께 다른 일정을 소화하는 경우도 많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다른 일정을 소화하는 경우가 많다는 건 뭔가요?
심유철 기자 ▷ 증차 투입된 전세버스 운전사는 출, 퇴근 외 시간에, 다른 일정을 함께 소화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출근 시간에 버스로 운행하고, 낮에는 유치원이나 학원 차로, 그리고 다시 퇴근시간에는 버스로 운행하는 거죠. 특히 소풍이나 야유회 등 일정이 많은 봄이나 가을 성수기가 되면, 전세버스 기사들이 노선 운영과 다른 일정을 병행하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지만, 그렇게 되면 더불어 사고의 위험성도 증가하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전세버스 기사들은 휴식 없이 온 종일 운전을 계속하게 되는 거잖아요.
심유철 기자 ▷ 그렇죠. 실제로 강원 평창군 봉평면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에서 41명의 사상자를 낸 추돌사고의 경우를 보면요. 사고의 원인은 전세버스 운전기사의 졸음운전이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50대 운전기사 방 모 씨는 제대로 된 휴식 시간 없이 버스를 운행한 것으로 알려졌고요. 결국 운전 중 졸음을 참지 못한 것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네. 한 사람의 실수로 많은 생명을 목숨을 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어요. 앞으로 절대 반복되지 않아야 하는 사고인데요. 심기자, 대체 왜 이런 상황이 생기는 걸까요?
심유철 기자 ▷ 아무래도 장시간 근로에 저임금을 받는 구조 탓이겠죠. 전세버스 운전기사들은 근로 시간과 휴식 시간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업무 특성 탓에, 정확한 근로 시간을 산정하기 어렵습니다. 승객들이 관광하는 동안 틈틈이 휴식을 취할 뿐이죠. 지난 2013년 통계청이 내놓은 운수업 조사 보고에 따르면, 전세버스 종사자의 월 노동 시간은 300시간에 달하지만, 급여는 연 1천 430만원에 불과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일을 많이 해도 워낙 대가가 적으니, 일을 계속 더 늘려갈 수밖에 없는 것이군요.
심유철 기자 ▷ 그렇습니다. 그래서 일감이 몰리는 봄, 가을철 몇 주 동안은 매일 15시간 이상씩 연속해 일하는 경우도 허다하고요. 그런 열악한 근무 환경은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전체 자동차 1만 대 당 교통사고는 93건에 불과한 반면, 경기도내 전세버스는 1만 대 당 287대로 사고율이 3배가량 높았거든요.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심유철 기자 ▷ 전세버스 졸음운전을 근본적으로 근절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인력 고용과 함께, 인력 운영에 대한 가이드라인 설정 및 시행이 필요합니다. 외국의 경우, 전세버스 운전자의 최소 운행 시간을 11시간으로 제한하고, 또 휴식시간과 수면시간을 분리해 규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거든요. 결국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관련 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텐데요. 현재 증차된 전세버스 관리는 어디에서 하고 있나요?
심유철 기자 ▷ 그 부분도 문제인데요. 서로 떠넘기기 급급한 실정입니다. 시, 도 관계자는 증차된 전세버스에 대한 관리가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요. 차량이나 기사에 대한 관리는 운수업체나 전세업체에서 해야 할 일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전세버스 업체와 증차 계약을 맺은 운수업체 측은, 관리는 각 전세버스 업체에서 하고 있고, 자신들은 공동운수협정을 맺어 계약한 것뿐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분명 운행은 되고 있지만, 책임자는 없네요. 이렇게 되면, 만약 증차로 운행되고 있는 전세버스에서 사고가 나도, 운수회사, 전세버스 업체, 지자체에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려 하겠어요.
심유철 기자 ▷ 그렇습니다. 매일 타고 내리는 시민들이 익숙해져서 안전장치가 없는 전세버스의 위험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 뿐이죠. 사고의 위험성은 항상 존재합니다. 불완전한 시스템이 모여 큰 사고를 일으킬 수 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맞아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매일 타고 다니지만, 그 안에 어떤 시한폭탄이 숨어져 있는지 모르니까요. 그리고 앞서 전세버스는 한시적으로 도입되었다고 했는데요. 한시적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2년이 넘었어요. 결국 증차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텐데요. 심유철 기자, 방법이 나와 있나요?
심유철 기자 ▷ 네. 최근 경기도에서 대책을 내어놓았습니다. 내년 7월부터 경기도에 버스 준공영제가 도입되는 것인데요. 쉽게 말해, 버스업체의 적정 수입을 도가 보장해 주고, 대신 노선 변경이나 버스 증차 등 관리 권한을 행사하는 수익금 공동 관리형 방식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개선되나요?
심유철 기자 ▷ 현재 경기도 내 광역버스 기사의 월 근무시간은 259시간인데요. 서울은 208시간입니다. 그래서 버스기사 확대를 통해 근무여건을 개선하겠다는 건데요. 근무시간은 줄이면서 월급은 현 수준을 유지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준공영제가 도입되면, 기사들의 근무 여건이 나아질 수 있겠네요. 그럼 증차 문제는요? 그것도 해결 방안이 나와 있나요?
심유철 기자 ▷ 네. 굿모닝버스 계획이 나와 있는데요. 일단 전체 광역버스의 20%를 2층 버스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차량 대수를 늘리면 그만큼 길이 막히게 되는 것이 현실인 만큼, 입석 버스 제로화를 위해 대용량인 2층 버스 확대를 추진하게 된 건데요. 2층 버스는 2018년까지 전체 광역버스의 20% 수준인 423대 수준으로 확충될 예정입니다. 또 기다리지 않고 바로 앉아서 버스를 탈 수 있는 좌석 예약 서비스를 실시하고, 정류장을 최소화하는 광역버스 노선 30개 신설할 예정이기도 하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입석 제로를 위한 방안이 잘 실현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렇게 되면 전세버스가 달리는 시한폭탄이라는 말도 사라질 수 있겠죠?
심유철 기자 ▷ 네. 그렇게 되길 바라야죠. 현재 경기 지역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은 하루 평균 약 54만 명이거든요. 지금과 같은 상태가 계속 이어진다면, 어떤 참사가 수도권 고속도로에서도 일어나게 될지 아무도 모르죠. 결국 빠른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키워드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 키워드 포착.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심유철 기자, 오늘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심유철 기자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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