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 아나운서 ▶ 키워드로 말한다! 심유철 기자의 키워드 포착. 오늘도 쿠키뉴스의 심유철 기자와 함께 합니다. 심유철 기자, 어서 오세요.
심유철 기자 ▷ 네. 안녕하세요. 심유철 기자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오늘 제시해 주실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심유철 기자 ▷ 네. 오늘 제가 제시할 키워드는, 무용지물 점자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 장애인들에게는 사고에 대한 위험이 항상 따르는데요. 거기에 불편함까지 가중된다면, 정말 생활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일단 현재 상황부터 살펴볼 텐데요. 심유철 기자, 상황이 그렇게나 심각한가요?
심유철 기자 ▷ 네. 최근 7개 시, 도를 대상으로 공공건물 156개소의 시각 장애인 편의 시설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요. 총 2473개의 조사 항목 중 올바르게 설치된 시각 장애인 편의시설은 단 37.1%에 불과했습니다. 적절하지 않게 설치되거나 편의시설 자체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각각 24.4%, 38.5%로 집계되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열 곳 중 세 곳 정도만 제대로 설치되어 있는 건데요. 그 시설 내용에 대해서도 알려주세요. 원래 시각 장애인들을 위해서는 어떤 시설이 기본적으로 설치되어 있어야 하는 건가요?
심유철 기자 ▷ 일단 점자와 픽토그램은 필수입니다. 점자는 시각 장애인이 손가락으로 더듬어 읽을 수 있게 한 특수한 부호 글자이고요. 픽토그램은 사물이나 시설, 행태, 개념 등을 일반 대중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상징적인 그림으로 나타낸, 일종의 그림 문자인데요. 점자로 된 표지판만 제대로 되어 있어도, 시각 장애인들이 원하는 곳을 보다 쉽게 찾을 수가 있거든요.
김민희 아나운서 ▶ 시각 장애인들은 어딜 가든 손가락으로 점자 표지판을 더듬어 읽어야 하니, 점자 표시는 당연한 일인데요. 그 당연한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죠. 그럼 시각 장애인들이 특히 불편을 느끼는 곳은 어디인가요?
심유철 기자 ▷ 바로 지하철 화장실입니다. 실제로 시각 장애인들은 제대로 표시되어 있지 않은 점자 표지판 때문에 늘 지하철 화장실 앞에서 주저하게 되는데요. 점자 표지판 찾기를 아예 포기하고, 화장실 입구 옆 벽을 더듬어 보거나, 소리로 알아보는 등 다른 방법으로 화장실 찾기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지하철 화장실의 안내 시설 미비로, 이용에 있어 불편을 겪고 있는 건데요. 심기자, 원래 그 표시를 법적으로 해야 하는 의무는 없는 건가요?
심유철 기자 ▷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요. 공공 화장실의 출입구 옆 벽면 1.5m 높이에 남자용과 여자용을 구별할 수 있는 점자 표지판을 부착해야 합니다. 문제는 크기와 부착 위치 등 상세한 기준이 전무하다는 점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하긴 해야 하는데, 상세한 기준이 없으니, 그냥 마음대로 정해서 하는군요.
심유철 기자 ▷ 네. 맞습니다. 현재 지하철 화장실에 설치된 점자 표지판은 가로 10㎝, 세로 3㎝의 작은 크기부터요. 가로 세로 20㎝ 이상까지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는데요. 이렇듯 통일성이 없는 표식을 시각 장애인이 점자 표지판으로 인지하기는 아무래도 쉽지 않죠.
김민희 아나운서 ▶ 그렇네요. 일정한 형태를 띠어야 시각 장애인들이 확실히 인지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심유철 기자 ▷ 네. 그리고 법령에 정확한 설치 위치가 명시되지 않은 점도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출입구 벽의 정면에 부착해야 한다던가, 또는 측면 등에 부착해야 한다던가 하는 정확한 기준은 아예 없습니다. 결국 표지판의 위치 역시 제각각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니, 결국 있으나 마나한 무용지물 점자 표지판이 되어 버렸네요. 그럼 픽토그램은 어떤가요? 그림 문자만 제대로 표시되어 있어도, 저시력 장애인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심유철 기자 ▷ 화장실 앞에 성별을 표기하는 그림 문자인 픽토그램에 대한 색상과 크기 기준이 없습니다. 2016년 서울 지하철 내 화장실 픽토그램에 쓰이는 색은 각각 흰색, 회색, 검정, 파랑, 빨강 등으로 일정하지 않은데요.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천역의 경우, 화장실 픽토그램이 모두 무채색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저시력 장애인은 구별하기가 어렵죠. 또 같은 2호선인 당산역 화장실의 픽토그램 6개 중 4개는, 저시력 장애인이 알아보기 힘든 수준으로 크기가 작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눈에 띠기 좋은 색으로 크게만 표시해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텐데, 도움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더 헤매게 할 수도 있겠어요.
심유철 기자 ▷ 네. 실제로 지하철 화장실 표지판이 작을 경우, 시야에 확보되지 않아 길을 헤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엘리베이터와 화장실 픽토그램이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아 헷갈릴 때도 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점자와 픽토그램 표시가 있지도 않고, 또 있어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건데요. 심유철 기자, 그리고 또 어떤 점이 시각 장애인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나요?
심유철 기자 ▷ 왼쪽은 남자, 오른쪽은 여자. 처럼 화장실에 대한 일정한 위치 기준이 없는 것 또한 시각 장애인에게는 불편 사항입니다. 한 조사에 의하면, 2015년 6월을 기준으로, 서울 지하철 5호선 전체 74개 화장실 중 여성용 33곳과 남성용 32곳이 왼쪽에 위치했고요. 나머지 9곳의 위치는 모호했거든요.
김민희 아나운서 ▶ 아, 그런 기준도 없나요? 어디 역의 화장실에 가든, 남자 화장실은 왼쪽, 여자 화장실은 오른쪽처럼 동일하다면 찾기 편할 텐데 말이죠.
심유철 기자 ▷ 네. 없습니다. 그래서 시각 장애인은 지하철 화장실 앞에서 자신의 성별에 맞는 화장실이 어디일지 고민하게 되고요. 용무가 급할 때도, 성별 구분을 위해 누군가 화장실에서 나오길 기다려야 하죠. 심지어 남성 장애인들이 여자 화장실을 남자 화장실로 착각해 들어갔다가 봉변을 당한 경우도 있는데요. 성추행범으로 몰려 멱살을 잡히거나, 뺨을 맞을 뻔 한 사례도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제2의 피해를 보게 되네요. 그럼 화장실 표시 외에 다른 표시는 잘 되어 있나요? 방향표시나.
심유철 기자 ▷ 아니요. 있어야 할 정보가 표기되지 않았거나, 방향이 잘못 부착된 점자 표지판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시각 장애인들은 잘못된 점자 표지판 때문에 원래 가려던 곳과 정반대 방향으로 가다가 되돌아오게 되는 경우가 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정기적인 점검만 제대로 이루어져도 그런 불편함을 막을 수 있을 텐데, 안타깝네요. 그 외에 불편한 점이 또 있나요?
심유철 기자 ▷ 스티커 식 점자도 시각 장애인들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사항 중 하나입니다. 날씨가 습하거나 추워지면, 쉽게 띄어지거나 이물질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특히 점자 표지판으로 부착된 스티커 중에 마모되거나 뜯겨져 있는 것도 있어서요. 손이 더러워질까봐 사용하지 않는 시각 장애인들도 많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러게요. 잘못하다가는 다칠 수도 있겠어요. 상황이 그 정도라면,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대책이 시급히 필요한 것 같은데요. 심유철 기자, 뭔가 대책 마련이 이루어지고 있나요?
심유철 기자 ▷ 아니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화장실의 경우, 서울의 한 장애인 자립 생활센터에서 서울메트로와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를 상대로 인권 위원회에 차별 진정을 냈는데요. 그 내용은 지하철 내 남녀 화장실의 일정한 위치 기준과 눈에 잘 띄는 화장실 표지판 디자인 기준 마련을 요구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각 장애인에 대한 지하철 역사 내 이동 편의 제공 미흡 사건은 기각되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왜죠? 기각에는 이유가 있을 텐데요.
심유철 기자 ▷ 먼저 지하철 5, 6, 7,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남, 여 화장실 위치 변경의 경우, 관련 예산이 너무 많이 들어 실제로 시행이 어렵다는 것이죠. 또 1, 2, 3, 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 역시 남, 여 화장실 변기 수 등을 고려할 때 실질적으로 개선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럼 위치 변경이 아닌 다른 점은요? 다른 부분은 개선할 수 있잖아요.
심유철 기자 ▷ 서울메트로는 안내 표지판에 대해서는 시각 장애인 협회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했고요. 도시철도공사는 저시력 장애인과 교통 약자들이 지하철 내에서 편하게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방향유도 표지판을 LED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시각 장애인의 접근성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노력 중이라는 말이 참 아쉽게 들리네요. 과거 장애인에 대한 고려 없이 공공시설이 지어졌고, 그 시설 자체를 바꿀 수 없다면 뭔가 직접적이고 빠른 노력을 해야 할 텐데 말이죠. 심유철 기자, 먼저 지하철의 경우, 어떤 점을 바꿔야 할까요?
심유철 기자 ▷ 지하철의 경우, 유도 블록과 표시판 등을 제대로 설치해야 하고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지하철 역사 내 편의 시설 관련 음성 안내를 하는 등 평등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결국 새롭게 시설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현재 있는 시설을 장애인도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죠. 최소한 시각 장애인을 위해 안내 표지판의 크기, 색상 등 기준을 통일할 필요가 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접근성을 높이는 변화. 기대해봅니다. 심유철 기자의 키워드 포착. 먼저 시각 장애인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는 지하철 화장실과 같은 편의시설 상황을 살펴봤는데요. 사실 시각 장애인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는 건, 지하철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죠?
심유철 기자 ▷ 네. 그럼요. 도로에서 막히고 사라진 점자블록도 문제입니다. 점자블록은 시각 장애인의 안전 보행을 돕는데, 그 위에 구조물이나 화분 등이 있어, 이동 중 부딪혀 다치거나 걸려 넘어질 위험이 있거든요.
김민희 아나운서 ▶ 점자블록은 그 기준이 명확하게 나와 있나요?
심유철 기자 ▷ 네.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점자블록의 크기는 가로 0.3m, 세로 0.3m인 것을 표준형으로 하고요. 그 높이는 바닥재의 높이와 동일하게 해야 합니다. 시각 장애인에게 우선멈춤을 알려 주는 점형블록은 블록 당 36개의 돌출점을 가진 것을 표준형으로 하고요. 하지만 현실은 중구난방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러게요. 또 실제로 점자블록이 아예 없는 도로도 제법 본 것 같아요.
심유철 기자 ▷ 그렇죠. 도심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현행법상 사유지는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에 대한 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예산 문제뿐 아니라 노란색 점자블록이 너무 튀어서 주변 디자인과 배치된다는 이유로 설치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수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구역일지라도, 사유지란 이유로 점자블록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고요?
심유철 기자 ▷ 네.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등이 공공영역에 대해서만 규정할 뿐, 사유지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은 탓인데요. 그렇게 되자, 자연스레 행정기관의 단속과 계도에도 한계가 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토지 소유주에게 협조 공문을 보내는 등 요청을 해도, 강제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별 방법이 없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입장을 바꿔 생각한다면, 그렇게 설치를 거부할 수 없을 텐데, 안타깝네요. 우리가 가진 시각 장애인들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도 큰 문제인 것 같아요
심유철 기자 ▷네. 그렇죠. 특히 올해는 점자법이 제정된 해이기도 한데요. 시각 장애인의 점자 사용 권리 신장 및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한 이 법은, 국가와 국민이 점자의 발전과 사용 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의무 또한 공공에 국한돼 있고, 세부 시행령이나 시행 규칙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서요. 시각 장애인을 위한 현실적 대책은 좀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무용지물이 된 점자가 제 역할을 찾기를 바라며 심유철 기자의 키워드 포착 마무리합니다. 심유철 기자, 오늘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심유철 기자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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