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유철 기자 ▷ 네. 안녕하세요. 심유철 기자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오늘 제시해 주실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심유철 기자 ▷ 네. 오늘 제가 제시할 키워드는, 보편적 출생 신고제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태어난 아이의 출생 신고는 부모가 당연히 하는 것이고, 또 설마 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까 싶지만, 언론 보도를 보면 실제로 출생 신고를 하지 않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더라고요. 그런 아이들을 위한 제도가 아닐까 싶은데, 한 번 자세히 살펴봐야겠어요. 심유철 기자, 먼저 보편적 출생 신고제라는 건 어떤 제도인지 설명 부탁드릴게요.
심유철 기자 ▷ 네. 보편적 출생 신고제는 아동의 출생을 목격한 병원, 조산사 등이 의무적으로 출생 신고를 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유엔 아동 권리 협약은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되어야 하며, 출생 시부터 성명권과 국적 취득권을 갖는다고 선포하고 있고요. 유엔 아동 권리 위원회는 우리나라 정부를 향해, 부모의 법적 지위나 출신에 상관없이 모든 아동에게 출생 등록이 가능하도록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아동에게 출생 신고가 가능하도록 보장하는 것이 바로, 이 보편적 출생 등록제도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사실 아동 보호의 첫걸음이 바로 출생 신고가 아닐까 싶은데요. 현재 출생 신고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심유철 기자 ▷ 현재 출생 신고는 부모가 아동의 출생 30일 이내에 읍, 면, 동 주민 센터를 직접 방문해 출생 사실을 알리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거기에는 사각지대가 존재하는데요. 만약 부모가 고의로 출생 신고를 하지 않으면, 정부기관은 아동의 출생 사실 자체를 알 길이 없습니다. 그렇게 출생이 등록되지 않은 아동은 교육과 보건 등 최소한의 국가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게 되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우리나라가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떤가요?
심유철 기자 ▷ 미국과 영국, 호주 등 영미권 국가들은 자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의 보편적 출생 신고를 법에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에서는 병원, 조산사, 아동이 출산된 장소의 소유자 등에게 출생 신고를 할 의무를 지우고 있는데요. 특히 호주의 경우, 우리나라와 같이 부모 중 한 명이 해당 국가 국적을 가져야 자녀에게도 국적을 제공하는 속인주의를 따르고 있지만, 출생 신고는 국적과 상관없이 이루어집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부모가 고의적으로 아이의 출생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가 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심유철 기자 ▷ 네. 지난 4월 세상에 알려진 광주 10남매 사건이 대표적인데요. 남매의 부모는 10여 년간 자녀 4명의 출생 신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1998년에 출생한 다섯째부터 2004년에 태어난 여덟째까지 네 자녀에 대한 출생 신고는 적발된 후에야 이루어졌죠. 그런데도 부모가 받은 처벌은 과태료 20만원에 불과했습니다. 그동안 다섯째 자녀는 17살이 될 때까지 학교에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는데 말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아이들은 스스로 출생 신고를 할 수도 없고, 또 출생 신고가 무엇인지도 모르잖아요. 하지만 출생 신고에서 누락된 결과는 아이들이 직접 받게 되네요.
심유철 기자 ▷ 그렇습니다. 출생 신고가 이루어지지 않은 아이들은 필수 예방 접종 서비스와 의무 교육에서 배제됐죠. 그건 결국 건강하게 자라고, 제대로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그러니까 출생 신고가 안 되면, 그 아이의 인권은 보장되지 않는 거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심유철 기자 ▷ 그럼요. 출생 신고는 아동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플랫폼입니다. 출생 신고가 아동에게는 권리이고, 또 부모에게는 의무인 이유죠. 그래서 유엔 아동 권리 위원회는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부모의 법적 지위나 출신에 상관없이 모든 아동에게 출생 등록이 가능하도록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 것이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네. 현재 우리나라의 출생 신고 상황부터 살펴봤는데요. 부모에게만 출생 신고를 일임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자 문제 발생의 원인이 되겠죠. 심유철 기자, 그리고 또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심유철 기자 ▷ 출생 신고의 대상을 한국 국적으로만 한정한 점도 문제입니다. 본국에서 박해를 피해 한국으로 이주한 난민 자녀의 경우, 본국과 한국 어느 곳에도 출생 신고를 하지 못해서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없거든요.
김민희 아나운서 ▶ 난민의 자녀들은 한국에서 태어나도, 출생 신고가 불가능한 건가요?
심유철 기자 ▷ 네. 원래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이 자녀를 출산한 경우 자국 대사관을 통해 출생 신고를 할 수 있지만, 그러나 미등록 이주민의 경우는 자국 대사관에 쉽게 접근하지 못합니다. 그 결과 미등록 상태로 한국에 체류하면서 아이를 출산한 경우, 단속의 두려움으로 부모가 자국 대사관에 출생 신고를 하지 못하게 되고요. 무국적 상태로 거주하는 이주 아동이 발생하게 되죠.
김민희 아나운서 ▶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여기서는 출생 신고를 할 수 없다. 그럼 그런 아이들은 우리나라에서 어떤 대우를 받게 되나요?
심유철 기자 ▷ 난민 자녀들은 8살이 되면, 의무 교육 규정에 따라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지만, 신분을 증명할 공적 문서가 없죠. 그래서 그로 인해 여행자 보험 가입이 불가능해 정규 수업 과정인 현장학습이나 수학여행 등에서 배제됩니다. 결국 출생 신고를 하지 못한 난민 자녀들은, 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그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주 아동까지 포섭할 수 있는 출생 신고 제도 개편이 필요한 것 같은데요. 문제는 그 보편적 출생 신고제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죠. 앞서 살펴본 내용들은 출생 신고의 필요성을 뒷받침해주는 주장이었어요. 결국 아동의 권리 보장을 위해 병원에서 즉각 출생 신고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인데요. 심기자, 또 다른 주장은 어떤 내용인가요?
심유철 기자 ▷ 보편적 출생 신고제를 반대하는 주장인데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겁니다. 실제로 전국 의사 총연합과 대한 산부인과 의사회 등 의사 단체는 보편적 출생 신고 제도 추진에 대해 우려를 표했는데요. 전국 의사 총연합은 의료기관에 출생 신고를 맡기는 것은 마땅히 부모가 해야 할 책임을 의사에게 돌리는 일이라는 주장을 폈습니다. 출생 신고를 원치 않는 부모들이 출산을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시도하게 돼, 산모와 태아 모두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는 거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어요. 출생 신고를 꺼리는 경우,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요. 그럼 이 보편적 출생 신고제는 의사들만 반대하는 건가요 아니면 또 반대하는 경우가 있나요?
심유철 기자 ▷ 있습니다. 출생 신고가 강제될 경우, 일단 미혼모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데요. 입양 특례법 이후 베이비 박스의 이용이 증가한 것처럼, 보편적 출생 신고 제도가 의료기관을 기피하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실제로 입양 아동의 출생 신고를 의무화한 입양 특례법 개정 이후, 신원 노출을 꺼리는 미혼부나 미혼모들이 아동을 유기하는 사례가 늘었는데요. 실제로 부득이하게 아이를 키울 수 없게 된 부모가 아이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마련된 베이비 박스 이용 건수는 2012년 79건에서, 입양 특례법 시행 이후인 2013년 252건으로 증가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러니까 보편적 출생 신고제가 도입될 경우, 미혼모의 인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죠. 출산 사실을 기록에 남기고 싶지 않아 출생 신고를 꺼리는 미혼모가 의료기관에서 출산을 기피하게 돼, 결국 산모와 태아에게 위험을 초래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심기자, 실제로 그렇게 될까요?
심유철 기자 ▷ 그런 우려가 많은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런 우려들을 반영해서 정부는 가족 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는데요.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기본적인 정보만 담긴 일반 증명서가 원칙적으로 통용되고, 전체 정보가 기재된 상세 증명서는 특별한 경우로 발급과 제출이 제한됩니다. 일반 증명서에는 현재의 혼인 중의 자녀만 기재되고요. 따라서 전혼 관계에서 출산한 자녀나 혼인 외 자녀는 일반 증명서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것이죠. 그러한 제도 개선을 통해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차별로부터 미혼모와 그 자녀의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아마 어느 쪽 주장이든 출생 신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할 텐데요. 이 보편적 출생 신고제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지, 그 점도 궁금해요.
심유철 기자 ▷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민감한 개인 정보를 동의 없이 전달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현재 혼외 임신이 몇 만 건에 달하는 상황에서, 개인 정보 보호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한다면, 의료기관이 그에 대한 비용과 책임을 떠맡게 될 것이라는 거죠.
김민희 아나운서 ▶ 그렇군요. 보편적 출생 신고제를 두고 찬성과 반대쪽이 입장 차를 보이고 있고, 또 현실적 어려움도 나타난 만큼, 앞으로 출생 신고제 개선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있겠어요.
심유철 기자 ▷ 그렇습니다. 2017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인터넷 출생 신고 시스템을 구축해 내년 하반기부터 운영할 예정이데요. 그렇게 되면 주민 센터를 방문하지 않고도, 분만 병원 등에서 출생 신고가 가능해집니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도 찬반이 갈리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인터넷 출생 신고 시스템을 둘러싼 논란. 거기서는 어떤 주장들이 나오고 있나요?
심유철 기자 ▷ 아동 인권 단체 관계자는, 병원에서 지방 자치 단체로 출생증명서를 송부하는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보다 수월하게 보편적 출생 신고를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며, 찬성하는 입장인데요. 제도와 설비가 갖춰지면 일선 병원에서도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하지만 대한 산부인과 의사회 측은 분만 병원과 정부 사이 전혀 논의된 것이 없다며 병원이 져야 할 책임과 부작용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은 탁상 행정이라고 토로하고 있죠.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그렇게 두 단체의 시선이 엇갈리는 가운데, 정부에서는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 궁금해요.
심유철 기자 ▷ 정부는 이제 준비 단계일 뿐이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인터넷 출생 신고 시스템 마련을 준비하고 있는 대법원과 행정자치부는, 예산만 배정됐을 뿐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나오지 않았고, 또 시스템이 구축된다 하더라도 현행 법령이 바뀌지 않는 이상 출생 신고 의무자는 부모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인터넷 출생 신고 시스템이 도입되든 아니든, 국가가 아동의 출생 사실을 파악하는 것은 분명 매우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는 것 같아요.
심유철 기자 ▷ 그렇습니다.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라도 매우 중요한 일인데요. 산모와 아동에 대한 의료 지원이 가장 필요한 시기는 출산 직후이기 때문에, 국가가 제때에 지원하려면 즉각적인 출생 신고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모든 아동의 권리를 위해 마땅히 필요한 제도이고요. 결국 실질적인 시행을 위해서는 온라인 시스템 구축보다 법령의 개정이 시급히 이뤄져야 하는데요. 또 미혼모 등을 보호할 제도적 보완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 같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아동의 출생을 목격한 병원, 조산사 등이 의무적으로 출생 신고를 하도록 하는 제도인 보편적 출생 신고제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알아본 키워드 포착. 오늘은 여기서 마칩니다. 심유철 기자, 오늘도 감사합니다.
심유철 기자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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