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수업 여전히 문법·독해 치중
교사 ‘역량 발휘’ 프로그램 및 전문 교수법 등 뒷받침 돼야
[쿠키뉴스=김성일 기자] “실용적 영어능력을 끌어올리라는 주문을 하고 있지만, 그게 말처럼 쉽나요? 입시가 요구하는 것은 변함이 없는데 당장 시험과 동떨어진 수업을 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현장 분위기나 환경은 아직 갖춰진 게 없어요.”
19일 기자와 통화한 충북의 한 고교 영어교사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자신도 학생들의 영어능력 향상을 이끌어내고 싶어 나름의 교수법을 익혔고 이를 적용하고 싶었지만 현 여건에선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영역은 절대평가로 시행된다. 과도한 점수 경쟁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다. 교육부는 지난 2014년 영어 절대평가 전환을 예고하면서 학교 영어교육을 문법이나 독해 중심에서 의사소통 중심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입시 부담에서 벗어나 생활에서 필요한 영어사용 능력을 향상시키는 등 새롭게 영어교육의 내실을 기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당장 올해 절대평가 도입을 앞둔 현 시점에서 교육부의 밑그림은 얼마나 실현됐을까. 19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고교 영어교사 561명의 설문을 담아 펴낸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에 따른 고교 영어교육 내실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현실 속 영어수업은 여전히 읽기와 문법에 갇혀 있다.
응답 교사의 47.8%가 ‘전체 수업의 40∼50%를 읽기 영역에 할애한다’고 답했다. 문법의 경우 전체 교사의 41.1%가 ‘수업의 20%’ 정도를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나 읽기 영역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보였다.
반면 말하기 영역은 54.2%의 교사가 ‘전체 수업의 10%만 할애한다’고 답했다. 말하기는 ‘전혀 하지 않는다’는 교사도 18%나 됐다. 듣기와 쓰기 역시 전체 교사의 43.3%, 54.4%가 ‘수업의 10%만 할애한다’고 전했다.
서울 소재 고교의 한 교감은 “수업 방식 변화의 필요성을 교사, 학생 모두 갖고 있지만 정작 수능의 문항은 아직도 독해 위주로 짜여져 있다”며 “영어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다른 과목 공부를 하고, 성적이 나쁜 학생들은 조금이라도 점수를 높이기 위한 경쟁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사가 역량을 발휘해 프로그램 등을 위한 의견 개진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분위기 및 여건을 조성하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이어 교사들의 교수법 연구 및 공유, 전문성을 확보하는 연수, 공개 수업 등을 더욱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 또다른 고교의 영어교사는 “학교별로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동아리나 멘토링 등을 하며 교수법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는 교사들도 적지 않다”면서 “학생을 대하는 내용과 방식의 변화를 꾀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 정책지원이 확대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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