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시대의 흐름은 막을 수 없다. 비디오 테이프가 CD로 교체되고, CD가 DVD의 형태가 됐듯 극장용 영화도 여러 수순을 거쳐 안방으로 안착하게 될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옥자’(감독 봉준호)는 그런 시대의 변화 첨단에 본의 아니게 서 있다. 칸 국제영화제에서는 프랑스 국내법까지 거론되며 논란을 일으켰고, 국내 또한 3대 멀티플렉스 브랜드들의 반발을 일으키며 화제가 됐다. ‘옥자’를 만들었고, ‘반드시 한국에서는 스크린 상영을 하고 싶다’던 봉준호 본인의 심정은 어떨까.
14일 오전 서울 세종로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옥자’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봉준호 감독은 “가는 곳마다 논란을 만드는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옥자’가 최초로 선을 보인 제 7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부터 한국의 논란까지 아우르는 말이다. 봉 감독은 “칸에서도 이후의 영화제에 대한 규칙이 생겼는데, 우리 영화로 인해 변화가 생긴 것 같아 대단하다 느낀다”며 “미리 규칙을 정리하고 초청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우리를 초청한 뒤 논란을 만들어 당황스러웠다. 사람 불러놓고 민망하게 왜 그랬나 모르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그는 “영화제라는 것이 늘 이슈와 논란이 필요하지 않나. 우리가 그런 역할을 만들어서 영화제 초반을 달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칸 국제영화제에서의 야유와 논란을 언급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조금 다르다고 봉준호 감독은 말했다. “멀티플렉스 극장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한다”는 그는 “그러나 넷플릭스는 극장과 스트리밍을 동시에 서비스하는 것이 원칙이다. ‘옥자’는 넷플릭스 회원들의 회비로 만들어진 영화인데 ‘극장 관객을 위해 좀 기다려 달라’고 할 수는 없다”고 입장을 전했다. 또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논란이 없었다”며 “극장에서도 ‘옥자’를 보여주고 싶은 내 영화적 욕심 때문에 이런 일이 불거진 것 같다”며 원인에 대해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그렇지만 한국 영화 상영 판도의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현실적이거나 법적으로 명확한 선이 없다”는 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동시 상영 영화에 관한)룰이나 규칙이 전해지기 전 우리 영화가 먼저 도착한 것 같다”며 “업계의 룰이 조금 더 세부적으로 정해질 것 같다. 우리가 신호탄이 된 것 같아 좋은 일이다”라고 입장을 명확히 했다.
'옥자'는 3대 멀티플렉스를 제외한 전국 6개 권역, 7개 소극장과 협의해 상영을 결정했고 이후 전국 100여개의 소극장과 상영을 논의 중이다. 봉준호 감독은 이에 관해 “굉장히 만족스럽다”며 “한동안 잠시 잊고 지냈던 극장을 찾아볼 기회도 된 것 같다. 작지만 길게 만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영화가 담고 있는 다양한 메시지에 관해서는 “문화적인 경계를 넘어보고 싶다거나 다양한 문화를 섞어보고 싶은 의도는 아니었다”며 “단지 영화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설국열차' 때는 인류의 생존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는데 남한과 북한만 있으면 이상하지 않나”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낸 봉준호 감독은 “‘옥자’는 아시아 깊은 산속의 소녀와 다국적 거대 기업의 CEO가 만나 펼치는 이야기이며, 문화적 철학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인종 차별에 관한 메시지 등에 특별한 의도가 없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봉준호 감독은 “이제는 논란을 끝내고 ‘옥자’를 즐겨 달라”고 요청했다.
‘옥자’는 오는 29일 넷플릭스와 국내 소극장 등을 통해 전 세계에 동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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