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2017년 대한민국 영화계에는 그야말로 곡소리가 가득합니다. 1월부터 6월 중순인 지금까지 개봉한 모든 영화가 크게 흥행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조작된 도시’ ‘싱글라이더’ ‘루시드 드림’ ‘해빙’ ‘원라인’ ‘프리즌’ ‘보통사람’ ‘시간위의 집’ ‘보안관’ ‘특별시민’ ‘석조저택 살인사건’ ‘대립군’까지, 제각각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넘었거나 조용히 포스터를 내렸습니다. 그나마 기대작이었던 정우성·조인성 주연의 ‘더 킹’이 504만(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현빈·유해진 주연의 ‘공조’가 781만 관객을 기록하며 간신히 한국 영화계의 자존심을 지켰죠. 그러나 이 영화들 또한 1000만 영화의 범위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전보다 훨씬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나왔지만 관객들이 크게 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이유로 영화계 관계자들은 5월에 치러진 대통령선거를 꼽았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진 촛불시위에 이어 3월에 결정된 탄핵, 그리고 5월까지 이어진 거대한 정치적 물결에 한국 관객들의 관심이 쏠렸다는 겁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박근혜 정부가 그간 국민들에게 부려왔던 패악 등은 어지간한 영화 저리가라 할 만한 이야깃거리들이 가득했고, 대선으로 이어지는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온갖 정치 스캔들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자연스레 국민들의 시선은 뉴스로 쏠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뉴스가 영화보다 더 재미있으니 누가 영화를 보러 극장에 오겠나”라는 우스갯소리가 영화계 인사들 사이에 번지기도 했죠.
두 번째는 플랫폼의 변화입니다. 최근 ‘넷플릭스’등 OTT서비스업체들이 국내에 연이어 들어오면서 관객들이 더 이상 굳이 극장을 찾지 않아도 다양한 콘텐츠를 안방에서 받아볼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극장에 걸려있다지만 그보다 훨씬 넓은 스펙트럼의 콘텐츠들이 해외와 동시에 안방에 서비스되는 지금, 굳이 극장까지 가지 않아도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겁니다. 최근 가장 큰 ‘1000만 영화’ 후보로 손꼽혔던 봉준호 감독의 ‘옥자’ 또한 넷플릭스를 통해 극장과 동시개봉이 확정되며 극장 관객들은 더더욱 안방극장 앞으로 몰릴 예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계 관계자들의 희망(?)은 있습니다. 바로 7월 개봉 예정인 영화 ‘군함도’와 ‘택시운전사’입니다. 두 영화 모두 대한민국의 아픈 근현대사를 집중 조명한 영화로, 관객들의 큰 기대를 모으고 있죠. 먼저 일제 치하에서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의 탈출기를 그린 영화‘군함도’는 황정민·송중기·소지섭 등 스타 멀티캐스팅으로 눈길을 모았습니다. 여기에 더해 류승완 감독이 실제 군함도의 2/3 크기의 세트로 현실감을 더했음이 알려지며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죠. ‘택시운전사’의 경우 송강호라는 대한민국 대표 배우의 존재감과 5·18 광주 사건을 취재한 독일 기자의 실화가 어우러지며 벌써부터 ‘1000만 영화는 따 놓은 당상’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입니다. 최근 5·18 기념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 또한 큰 관심을 모은 것에 빗대어 보면 ‘택시운전사’ 또한 많은 관객들을 불러 모을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2017년 하반기, 1000만 영화는 어디에서 탄생하게 될까요.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