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프듀2’ 안준영 PD “분량은 정말 간절하고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1번”

[쿠키인터뷰] ‘프듀2’ 안준영 PD “분량은 정말 간절하고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1번”

‘프듀2’ 안준영 PD “분량은 정말 간절하고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1번”

기사승인 2017-07-05 00:02:00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최근 CJ E&M 사옥에서 만난 안준영 PD는 적극적인 자세로 인터뷰에 임했다. 더 이상 숨길 것도 없고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다는 태도였다. 다만 그가 두 시즌 동안 배출한 202명의 연습생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전제를 내걸었다. 안 PD는 시즌1과 시즌2, 공정성 논란, 국민 프로듀서에 대한 생각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꺼냈다.


 ‘프로듀스 101’ 시즌2 제작발표회에서 “시즌1에서는 연습생과 데뷔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면, 시즌2에서는 데뷔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고 하셨던 말이 기억에 남아요.

“데뷔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번 시즌에는 기존에 데뷔했던 친구들이 나왔어요. 전 그 친구들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다시 저에게 PD 시험을 보라고 하면 전 못 볼 것 같거든요. 떨어질 수도 있고 선뜻 용기를 못 낼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친구들은 용기를 내서 다시 들어왔고, 곱지 않게 보는 눈도 다 이겨내고 본인들의 매력과 실력을 어필한 거예요.

특히 남자 연습생들은 군대 문제와 나이에 민감해요. 이번 시즌 연습생들 중에 23~4살 이상인 친구들은 아이돌 업계에서 나이가 많은 편이에요. 이미 데뷔가 한 번 좌절되거나 가수의 꿈을 못 이루고 다른 길로 전향했던 친구들이죠. 마음속에는 아직 가수의 꿈을 갖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 친구들을 안 받아줘요. 나이도 많고 군대도 가야하거든요. 7년 계약이라는 문제도 있고요.

사실 윤지성 연습생도 군대를 가려고 했고, 강다니엘 연습생도 친척이 있는 캐나다에 가려고 했다고 들었어요. 회사에 데뷔 계획이 없는 상황에서 연습생 생활을 오래하다 보니까 가수의 꿈을 접을까 고민한 거죠.”


 시즌2에서는 시즌1보다 연습생들의 성장 스토리가 잘 그려지지 않은 것 같아요.

“제2의 김소혜는 없었지만, 성장한 연습생은 더 많았다고 생각해요. 라이관린 연습생은 소혜보다 더 춤을 못 췄던 친구예요. 하지만 마지막 무대까지 잘 소화해냈다고 생각해요. 권현빈 연습생과 주학년 연습생도 F반에서 시작해 성장했고요.

그리고 이번 시즌은 실력적으로 준비가 덜 된 연습생들이 많았어요. 큰 소속사마다 데뷔조가 있는데 올해 바로 데뷔를 해야 하니까 전 그들을 만나지 못했죠. 그래서 아예 어린 친구들이나 데뷔가 좌절된 친구들을 주로 만났고 캐스팅하게 됐어요. 실력이 조금 부족했던 친구들도 많았지만,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했어요.”


 시즌2 연습생들이 부른 신곡도 시즌1보다 더 좋은 곡이 많았어요. ‘프로듀스 101’을 대하는 작곡가들의 태도도 달랐을 것 같아요.

“지난해에는 작곡가 섭외가 어려웠어요. 프로그램의 방향성도 잘 읽히지 않았고 다들 안 된다고 하는 얘기가 많았죠. 그럼에도 흔쾌히 함께해준 라이언전 작곡가에게 감사드려요. B1A4 진영군이나 준엽이형처럼 저와 선배 PD들의 친분으로 섭외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올해는 총 300곡을 받았어요. 그중에 제작진이 3개월 동안 계속 노래를 들으면서 선택했죠. 선택 기준은 노래를 들었을 때 기존 아이돌 이미지가 떠오르는 곡을 지양하려고 했어요. 또 30~40대가 들어도 좋은 대중성 있는 노래를 고르려고 했고요.”


 이번 시즌은 유난히 순위 변동이 심했어요. 특히 박우진, 하성운 연습생은 후반부에 갑자기 치고 올라와서 11위 안에 안착했잖아요. 결과를 보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국민 프로듀서님들 눈이 정확한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마지막 투표수에 큰 차이는 없었어요. 그 중에 가장 응원받고 사랑 받는 11명이 된 거죠. 박우진 연습생은 스스로 생존했다며 자영업자라는 얘기도 했어요. 저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정말 좋았어요. 제작진도 발견하지 못한 인재들을 국민 프로듀서님들이 발견하고 투표해서 데뷔시켜준 거잖아요. 아무리 'PD픽'이 있다고 해도 결국 국민 프로듀서님들의 안 뽑아주면 끝인 거죠. 그 친구들은 처음엔 주목을 못 받았어요. 하성운 연습생은 쟁쟁한 친구들이 많아서 자기 의견을 표출하지 못했고, 박우진 연습생은 쑥스럼을 많이 타서 자기 어필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 친구들의 노력을 놓치지 않고 잘 봐주셔서 감사해요. 역시 국민 프로듀서님들의 안목은 탁월하신 것 같아요.”


 ‘프로듀스 101’을 만드는 과정에서 안준영 PD님의 역할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도 궁금해요.

“함께 만드는 후배 PD들이 27명이에요. 그중 주로 편집을 하는 PD가 10~12명 정도 돼요. 그들이 각자 촬영을 다녀오면 저와 담당 PD, 작가들이 모여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회의를 해요.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 촬영 분량을 하나로 모아야 하니까요. 수업에서 칭찬받은 연습생도 있고 혼난 연습생도 있어요. 그러면 담당 PD들이 그 스토리에 맞춰 편집을 해서 가져와요. 그러면 ‘이건 전체 스토리에 어긋나니까 안 나가도 될 것 같다’거나, ‘이런 스토리가 있었는데 왜 이건 담지 않았지’ 하는 식으로 제가 조율해서 방송을 내보내죠. 제가 마지막 편집을 수정했기 때문에 편집 논란이 있다면 제가 뭇매를 맞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이번 시즌에서 유독 공정성 논란이 많았어요. 연습생들의 방송 분량과 편집에 따라 순위가 달라져서 ‘PD픽’이라는 얘기도 나왔고요. 분량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시즌1에서 선택과 집중을 많이 했다면, 오히려 시즌2는 더 많은 친구들에게 분량을 줬어요. 시즌1의 방송 분량이 100분 정도였다면, 시즌2는 130분 정도였어요. 그렇게 했던 이유는 더 많은 연습생들을 대중에게 소개해주고 알리고 싶어서예요. 시즌1에서는 주로 데뷔한 11명이 주목받았다면, 시즌2에는 최종 11명에 들지 못한 20~30명 연습생들도 큰 주목을 받은 것 같아요. 한 명이 주목받는 것보다 다양한 연습생들이 주목받도록 했는데 시청자들은 잘 못 느끼신 것 같아요.

분량은 정말 간절하고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1번이었어요. 그건 사실이에요. 열심히 안 하는 친구는 그 모습이 스토리 라인이었으니까 그렇게 나간 거고요. 옆에서 보면 이 연습생이 연기를 하는지, 진짜인지 알 수 있어요. 저희는 진짜를 내보내려고 했어요. 우리한테도 걸리는 연기를 방송에 내보낼 수는 없잖아요.

제가 이번 주에는 이 연습생을 보여주고, 다음 주에는 이 연습생을 보여주는 식으로 계산하지는 못해요. 매 순간 가장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분량 가져가는 게 맞다고 생각하죠. 101명의 연습생을 1분씩 보여주는 101분짜리 방송이 아닌 이상 어쩔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전 거꾸로 물어보고 싶어요. 101명 친구들이 1분씩 나왔다면 지금처럼 많은 분들이 연습생들을 사랑해줬을까요.

또 리액선이 좋은 연습생들을 주로 방송에 내보냈어요. 윤지성 연습생 같은 경우는 표현력이 뛰어나서 방송에 많이 나올 수밖에 없죠. 그런데 왜 분량이 많다고 욕을 먹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오히려 분량이 많아서 조절하기도 했어요. 그 대신 한 번도 안 나왔던 연습생들의 리액션을 넣으려고 했죠. 왜 가장 좋은 리액션을 방송에 못쓰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프로듀스 101’ 시즌2를 마치고 난 후 어떤 점을 느끼셨나요.

“아이돌이라는 직업이 대단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누군가에게 에너지를 주거나 활력소가 되는 일이잖아요. 꿈을 주기도 하고요. 그게 10~20대 뿐 아니라 30~40대와 부모님 세대까지 영향을 미치는 걸 보면서 대단하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정말 힘든 직업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노래나 춤을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매력도 있어야 하고 본인을 어필할 줄도 알아야 해요. 정말 힘들지만 그 힘든 과정을 겪고 대중 앞에 나타나면 큰 에너지와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어요.”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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