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적에게 점령된 해변에 40만여 명의 군인이 고립돼 있다. 군인들의 고향은 불과 42㎞ 전방에 있지만, 그 땅을 밟기 위해서는 6m의 조수가 도사리고 있는 바다를 넘어야 한다. 약 3만여 명이 탈 수 있는 구축함은 한 번에 한 대밖에 오가지 못한다. 적들이 언제 이들을 덮칠지 모르는 상황. 하늘에서의 공습에도 안심할 수 없다. 마치 끼니처럼 일상적인 죽음이 이들을 잠식하고 있을 때, 수백 개의 민간 선박을 탄 민간인들이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군인들을 구출하기 위해 나선다.
‘덩케르크’(감독 크리스토퍼 놀란)는 1940년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덩케르크 해안에 고립된 40만여 명의 영국군과 연합군을 구출한 ‘다이나모 작전’을 배경으로 한다. 전쟁 초기에 일어났던 이 작전은 전쟁의 결과에 큰 영향을 끼쳤다. 당시 철수작전이 실패했다면 현재의 국경은 아마 크게 바뀌었을 것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땅과 바다, 하늘 세 곳에서 각각 다른 시점으로 ‘다이나모 작전’에 접근해 전쟁 속의 인간미를 그린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와 ‘인셉션’에 익숙한 나머지 ‘덩케르크’에도 그와 같은 환상을 기대한다면 ‘덩케르크’는 관객에게 상당히 심심한 영화가 될 수도 있다. 영화의 구조는 단순하다. 군인들은 고립됐으나 민간인들에게 구출된다. 유명한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영화의 엔딩은 곧 약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놀란은 그 사실 속에 숨어있는 따뜻한 인간애와 인내심, 용기를 꺼내어 영화에 녹여냈다.
땅에서 이등병 토미(핀 화이트헤드)가 보내는 일주일과 바다에서 도슨 씨(마크 라이런스)가 보내는 하루, 그리고 하늘에서 파리어(톰 하디)가 보내는 한 시간은 가랑비에 옷깃이 젖듯이 천천히 관객에게 다가온다. 그러나 처음에는 불협화음처럼 보이던 세 가지 순간이 찰나에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스펙터클함은 분명 ‘다크 나이트’와 ‘인셉션’, '인터스텔라'에서 우리가 맛보았던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극적인 존재라는 것을 놀란 감독은 ‘덩케르크’를 통해 증명해낸다.
대부분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된 영화는 시각적으로도 관객들의 몰입도를 극도로 높인다. 놀란 감독은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덩케르크'를 봐야 훨씬 생동감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오는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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