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고양=정수익 기자] 경기도 고양시의 이슈로 등장한 ‘요진 사태’의 와중에서 또 다른 당사자로 지목된 고양시의회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고양시와 요진개발㈜ 사이 상호 소송전으로까지 비화된 요진 사태에서 그간 제3자로 비켜서 있던 고양시의회가 최근 책임 있는 당사자로 지목되면서 스스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안팎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고양시의회가 받고 있는 압박의 핵심은 ‘요진 사태 조사특별위원회’(가칭) 구성이다. 의회 차원의 조사특위를 만들어 의혹으로 뒤엉켜 있는 요진 사태의 진실을 밝혀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의회의 잘못이 있으면 그 또한 드러내라는 주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고양시의회 다수의 의원들은 곤혹스럽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외부에서 시의회를 바라보는 눈초리가 매섭게 느껴지지만 막상 조사특위 구성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6월 7일 실시된 의원총회에서도 잘 나타났다. 많은 의원들이 여러 구실을 내세워 조사특위 구성에 난색을 표했다. 그 중 고양시와 요진 사이에 소송이 진행 중이고, 다수 시의원이 고소를 당한 상태에서 조사특위 구성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양시의회의 요진 사태 조사특위 구성은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 등 외부의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는 가운데 의회 내부에서 이규열 의원 등이 조사특위 구성을 위한 움직임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 의원은 시의 재산을 지키고 시민들의 뜻을 받드는 것이야말로 지방의회의 책무이자 소명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몇몇 의원은 “시의회가 의혹의 한 당사자로 인식되는 현재의 분위기로 볼 때 특위 구성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 의원의 경우 “지방선거를 채 1년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많은 의원들이 요진 사태로 무능이나 배임을 넘어서 공모나 결탁 등으로까지 의심을 받고 있는 데 대해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중에 이규열 의원은 “조사특위 발의에 필요한 11명 이상 의원들의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면서 “많은 의원들이 취지에 공감하고 있기에 금명간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 이 의원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고양시와 요진이 체결한 협약서 중 의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은 두 차례 협약서의 무효를 주장하기도 했다.
시의회 소영환 의장도 “의원님들과 조사특위 구성 건 등과 관련해 나름대로 논의를 하고 있다”면서 “이달 말까지는 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희 전 의장의 움직임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의장은 지난 12일 보도자료를 내 “지난 6대 의회에서 요진개발에 고양시의 땅을 넘긴 것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의회 차원의 조사특위 구성을 촉구했다.
한편 요진 사태의 큰 줄거리는 요진개발이 백석동에 초고층 주상복합단지인 요진 와이시티를 조성하면서 고양시와 맺은 연면적 2만평의 업무빌딩과 학교용지 등에 대한 기부채납 협약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촉발돼 각종 논란이 전개되는 식이다.
여기에는 고양시와 요진이 체결한 3차례 협약의 적법성에서부터 이들 협약 과정에서의 비리나 배임 혹은 공모 여부, 협약과 감사원 감사결과 등에 대한 해석 등을 두고 여러 의혹이 엉켜 있다. 고양시와 요진개발은 강현석 전 시장 재임 때인 2010년 1월 최초 협약서를 맺은데 이어 현 최성 시장 부임 후 2012년 4월 추가협약서, 2016년 9월 공공기여 이행 합의서를 각각 체결했다.
이런 의혹의 연장선상에서 와이시티 준공 후 고양시와 요진은 기부채납 이행 건을 놓고 진실공방을 벌이다 결국 서로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요진의 경우 와이시티 분양으로 무려 1조3000여억 원의 이익을 취하고도 기부채납을 피하기 위해 편법과 술수를 쓰고 있다는 주장이 연이어 나와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 와중에 최근 한 시민단체가 요진뿐 아니라 고양시, 고양시의회의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소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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