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첫 수도권 유세에 나섰다.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서울에서 이 후보는 ‘통합’의 메시지를 앞세우며, 국민의힘을 탈당해 민주당에 입당한 김상욱 의원과 허은아 전 개혁신당 대표 등 보수 성향 인사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후보는 19일 서울 용산·영등포·마포구 등 서울 중심지를 돌며 집중 유세를 펼쳤다. 유동 인구가 많고 고층 빌딩이 밀집한 도심 지역의 특성상, 이 후보는 신변 안전을 고려해 이날부터 3면 방탄 유리막이 설치된 유세 차량에서 연설을 진행했다. 이날 수도권 첫 유세지인 용산역 앞 광장에는 시민 약 1500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그동안 ‘실용주의’를 강조해 온 이 후보는 이날도 용산역 광장에서 “정치는 정치인들의 이념과 가치를 시험하는 장소가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 그 자체”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씀처럼 서생적 문제의식을 가지고 멀리 바라보되 상인적 현실 감각으로 처절한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로 정치”라고 말했다.
이어 “먹고 살기도 힘들고 미래도 불확실하다. 대체 왜 이렇게 갈라져 싸우는 것인가. 정치인들이 문제 아닌가. 국민을 대리하는 머슴이 빨간색이냐 파란색이냐, A 지역이냐 B 지역이냐를 나눠 싸울 필요가 있는가”라고 탈진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통합’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만들고 대한민국을 더 밝게 만들 정책이라면, 좋은 성과를 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누릴 수 있다면 그게 정치 아니겠는가”라며 “크게 통합해서 하나로 함께 가도록 하는 것이 바로 ‘대통령’의 할 일”이라고 역설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현장 유세 지원을 나온 김상욱 민주당 의원을 언급하며 통합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가짜 보수정당에서 고생하다가 이제 제대로 된 당에 왔는데 혼자 얼마나 머쓱하고 쑥스럽겠는가”라며 “찢어진 가짜 빅텐트에 몰려가 고생하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이다. 진짜 빅텐트 민주당으로 오라”고 했다.

영등포 유세 현장에서는 허은아 전 개혁신당 대표가 ‘깜짝 등장’하며 지지를 선언했다. 이 후보는 허 전 대표 등장 직전 국민의힘의 ‘정호용 상임고문 위촉 논란’을 거론하며 “제정신이 아니거나 아주 나쁜 사람들이다. 정상적인 보수 정당이라고 할 수 없다”며 “빨리 정신 차리고 제대로된 보수의 자리로 돌아오길 바랐는데 당분간 쉽지 않을 것 같다”며 각을 세웠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우리가 보수의 역할을 같이 해야겠다”며 “그쪽에서 탈출한 분이 있길래 모셔왔다”며 허 전 대표를 소개했다. 허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 후보의 지지선언을 하며 “저는 누구보다 오랫동안 보수에 대해 고민한 정치인이다. 국민의힘도 개혁신당도 결국 가짜 보수, 가짜 개혁이었다”라면서 “이 후보는 분열이나 혐오를 말하지 않는다. 통합과 책임을 말한다. 가짜 개혁이 아니라 진짜 개혁, 무책임한 정치가 아니라 책임 있는 정치 그리고 무례한 무능력이 아니라 겸손한 유능함을 선택하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또 한 번 ‘통합’을 외쳤다. 그는 “내가 왼쪽이라고 해서 오른쪽을 제거하는 게 가능한가. 한쪽의 날개로 날 수가 있나”라며 “왜 좌파인지 우파인지를 갈라야 하는가. 그냥 ‘양파’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은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국민이 편 나눠 싸울 필요는 없지 않는가”라며 “국민이 파란색, 빨간색 편 갈라서 싸울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후보는 시민들 앞에서 보복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그는 “우리는 누군가처럼 나를 반대한 사람의 뒤를 파고 가혹하게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씌워 보복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사람의 고통을 보며 즐거워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저는 국민의 행복을 느끼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또는 그 주변을 많이 괴롭혀 불안하신 분들은 오늘부터 발 뻗고 주무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