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혈기왕성한 22세의 경찰대학생 기준(박서준)과 희열(강하늘)에게 경찰대는 너무나 지루한 공간이다. 특별할 줄 알고 왔던 경찰대학에서 배우는 것은 모두 쓸모없어 보이고, 여자친구라도 사귀고 싶은데 칙칙한 경찰대학에서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크리스마스에 뭐 해?”라는 질문에 쳐다볼 수 있는 건 서로의 얼굴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청춘사업’이라는 모토 하에 두 사람은 하루의 외출을 신청한다. 여자친구를 만날 수 있을 줄 알고 간 클럽에서는 ‘군인이냐’며 무시당하고, 단 둘이 소주잔을 기울이는 처지에 처했다. 결국 어깨를 늘어뜨리고 학교로 돌아가려다가 길에서 예쁜 여대생을 발견하고 번호라도 물어보려고 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민망함을 감추고 한참이나 쫓아가던 둘은 어둑한 길에서 누군가가 여대생을 가격해 기절시킨 후 납치하는 것을 목격한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절차가 중요하다”는 말 앞에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러나 범죄행위를 당한 시민을 두고 그냥 돌아설 수는 없었던 두 사람은 수사를 위해 결의한다.
‘청년경찰’(감독 김주환)은 한 마디로 한 여름에 가볍게 보기 좋은 청춘코미디다. 이론으로 무장한 희열, 그리고 혈기만이 장점인 기준의 호흡은 러닝타임 내내 탄탄한 텐션으로 관객들을 사정없이 들었다 놨다 한다. 영화 속 사건들은 속도감 있게 전개되며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한국 영화의 전성기를 장식했던 명작 버디 수사극들에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호흡을 자랑한다.
코믹극이라고 해도 단순히 웃음만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청년경찰’은 두 사람의 청년을 통해 경찰의 직업윤리와 공존할 수 없는 부족한 현실을 통렬하게 꼬집는다. 결국 영화가 끝나고 남는 것은 따뜻한 인간애다. 그러나 사건을 구성하기 위해 사용한 장기 밀매 등의 소재들은 아직도 국내 영화 시나리오를 고르는 제작자들의 세련미가 얼마나 떨어지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25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청년경찰’ 제작보고회에서 김주환 감독은 “최근 많이 회자됐던 강력사건들을 보면서 누군가를 꼭 구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시나리오를 쓰게 된 계기를 전했다. “못 구한 사람이 너무 많지 않나”라는 김 감독은 “열정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영화의 주제를 설명했다. 다음달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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