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길을묻다] 김세철 서남의대 명지병원 의료원장

[의사의길을묻다] 김세철 서남의대 명지병원 의료원장

기사승인 2017-08-01 04:00:00

[쿠키뉴스=전미옥 기자] “의료계에 몸담은 시간들을 돌이켜봐도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변화를 겪었어요. 앞으로는 이 주기가 더 빨라집니다. 당장 변화를 직면할 학생들에게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가르쳐야죠.”

김세철 서남의대 명지병원 비뇨기과 교수(명지병원 의료원장)는 ‘의학교육의 개혁’을 강조하며 이 같이 말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의료 환경에 맞춰 후학들에게 올바른 길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40여년간 의료현장을 지켜온 원로교수는 “의학 교육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일선 강의를 들어보면 많은 교육자들이 자신이 과거에 배운 대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제 그러면 안 되는 시대죠. 그런데도 아직까지 의학교육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논의에 그치고 있습니다. 현실에서 임상교수들은 환자를 보느라 개인논문을 준비하느라 너무 바쁘고, 전공의들도 당직 등 격무에 놓여있어 미래를 준비할 여유가 없는 거죠.”

그렇다면 앞으로 의료 환경은 어떻게 변화한다는 걸까. 김 교수는 ‘의료기술의 평준화’를 내다봤다. 그는 “인공지능과 로봇, 사물인터넷 등이 의료에 도입되면 의료행위의 대부분을 인공지능이 대체하게 될 것”이라며 “인공지능을 뛰어넘는 새로운 의학 지식이나 기술을 제시할만한 의사는 전체의 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좋은 병원일수록 최고의 기술과 지식을 보유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그 경계가 허물어집니다.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과 지방병원의 의료 수준이 점차 동일해지는 거죠. 길병원 등 많은 병원이 IBM 왓슨 포 온콜로지를 도입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세돌이 알파고에게 지는 걸 전 국민이 다 봤습니다. 이제 용한 의사를 찾아다니는 현상은 없어집니다.”

김 교수는 ‘명의’의 기준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존에는 의학지식과 기술이 뛰어난 의사를 명의로 일컬었지만 앞으로는 환자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의사, 친절한 의사 등 환자에 대한 태도와 마음이 ‘명의’의 기준이 될 것”이라며 “이를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인문학 교육이 필수적이다. 지식과 손재주가 아닌 환자 중심의 마인드로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사라는 프리미엄이 약화되는 것에 아쉬움은 없을까. 김 교수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고령사회에 들어 만성질환이 급증하고 있다"이러한 추세라면 가까운 미래에 의료비의 엄청난 손실이 예상된다.

지금부터라도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의 주요 역할이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에서 환자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주치의로 넘어갔다고 강조했다.

 “모든 의료기관은 만성질환을 모니터링하고 지역사회의 공공의료를 책임지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돈을 버는 것과 관계없이 공공의료의 개념을 알고 수행하는 기관이 살아남을 겁니다. 동시에 바이오 벤처 산업과 연계해 의료산업의 전초기지가 돼야 합니다. 의사들도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만드는데 동참해야 한다고 봅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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