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정우 기자] 대한승마협회 부회장을 지낸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가 ‘비선실세’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과 관련 ‘최씨에게 끌려다녔다’는 취지의 진술을 내놨다.

황 전 전무는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자신 등의 재판에서 피고인 신문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그는 2015년 7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면담 이후 당시 승마협회 회장이던 박상진 사장의 지시로 독일로 출국해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를 만났다며 박 사장에게 “뒤에 최순실이라는 실세가 있으니 박원오가 추진하는 프로젝트를 안 할 수 없다. 설명을 듣고 오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황 전 전무는 또 최씨에 대해 “대통령과 굉장히 가깝다. 조심해야 할 인물이다”는 말을 들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최씨의 요구를 거스르기 어려웠다는 주장의 배경이다.

이날 황 전 전무는 2015년 12월 7일 서울 한 호텔에서 박 전 전무와 김종찬 당시 전무를 함께 만나 ‘살시도’ 말을 재판매하는 등 이른바 ‘말 세탁’ 방안을 세웠는지 묻는 특별검사팀 질의에 “박원오 전 전무가 제안한 것이며 실질적으로 시행된 것은 하나도 없다”고 답했다.

살시도 이름을 ‘살바토르’로 바꾼 경위에 대해서도 “최순실씨가 먼저 바꾸겠다고 말했고 바꿔도 되겠냐고 해서 바꾸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삼성이 시키는 대로 말 이름을 바꿨다는 정유라씨의 앞선 주장과 상반되는 부분이다.

지난해 9월 말 정씨가 타던 ‘비타나 V’와 ‘라우싱’을 ‘블라디미르’와 ‘스타샤’로 바꾼 것도 최씨가 삼성 측의 반대에도 몰래 교환한 것이라고 말했다.

승마 훈련 지원과 관련해서도 애초에 마장마술과 장애물 두 종목에서 선수 3명씩 6명을 선발해 진행하기로 했던 것이 최씨의 개입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이유를 묻는 특검팀 질문에는 “최씨의 배경 때문에 끌려다닌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황 전 전무는 “문체부 인사 배경 뒤에 최서원(최순실 개명 후 이름)이란 사람이 있다고 파악했고 최씨가 요구하는 사항을 거스르면 더한 나쁜 일이 회사에 생길 수 있겠다는 염려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올림픽에 대비한 승마 훈련 과제로 추진된 이른바 ‘함부르크 프로젝트’가 정씨에 대한 지원을 위한 것이 아니었냐는 추궁에는 “진정성을 갖고 추진하려던 계획”이라고 반박했다.

황 전 전무는 “최씨와 엮이기는 했지만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승마가 올림픽에 나가도록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 승마협회 회장사로서 지속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황 전 전무에 대한 피고인 신문에 이어 박 전 사장에 대한 신문도 진행할 예정이다. 오전부터 진행될 예정이었던 황 전 전무 신문은 특검 측의 순서 착오로 준비가 덜 돼 오후로 미뤄졌다. 이 부회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은 다음날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