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기자 ▷ 네. 안녕하세요. 키워드 포착의 이승희 기자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오늘 제시해 주실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이승희 기자 ▷ 네. 오늘 제가 제시할 키워드는, 주민등록번호 변경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원래 주민등록번호는 출생신고를 할 때 자동으로 발급돼,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바뀌지 않는데요. 이제부터는 일정 절차를 통과하면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오늘 관련 내용. 이승희 기자와 함께 자세히 이야기 나눠봅니다. 먼저 왜 변경이 가능하게 된 건지. 제도 시행 배경에 대해 알아볼게요. 이기자, 우리나라 개인정보 유출 정도가 좀 심하죠?
이승희 기자 ▷ 네. 앞서 영상에서도 보셨듯이, 지난 2014년 카드사 3곳에서, 사상 최악의 고객정보 유출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주민등록번호를 비롯해 무려 1억건이 넘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인데요. 해당 카드사 창구에서는,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받거나 아예 해지하려는 회원들로 장사진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그렇게 개인정보가 유출되면 카드를 재발급을 받아야 하는 건 물론이고, 어디서 또 2차 피해를 당하지 않을까 두려움을 가지게 되는데요. 그런 개인정보 유출이 이번 주민등록번호 변경과 같은 정책을 나오게 한 거군요?
이승희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정부는 카드3사의 개인정보 대량 유출사고 발생 이후,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의 지속적인 유출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대한 국민적 요구 또한 지속적으로 증대되고 있다고 판단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2014년 당시 정부가 내놨던 대책 가운데 하나가 현실화된 것인데요.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돼 피해를 입었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경우 아예 새 번호를 만들어 주겠다는 것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국민이라면 모두가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게 바로 주민등록번호인데요. 그럼 지금까지는 새 주민등록번호를 발급해주는 경우가 전혀 없었나요?
이승희 기자 ▷ 간혹 예외가 존재했는데요. 출생일자나 성별 등 가족관계 등록사항 변동이나 번호 오류가 있었던 경우에는 정정이 가능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어쩔 수 없는 경우로 오류가 된 경우는 정정이 가능했지만, 이번에는 원하면 바꿔주겠다는 거군요. 그럼 그 변경 대상은 어떻게 되는지도 알려주세요.
이승희 기자 ▷ 주민등록번호 유출로 생명이나 신체, 재산에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는 사람들이 그 대상인데요. 보이스피싱이나 전화대출 사기 피해자를 비롯해 아동, 청소년 성범죄 피해자, 성폭력 피해자, 성매매 피해자, 가정 폭력 피해자, 공익 신고자 등도 모두 해당됩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그럼 2014년. 카드사로 인해 개인정보가 유출됐던 사람들은 모두 신청이 가능한가요?
이승희 기자 ▷ 그건 아닙니다. 주민번호가 유출됐다는 이유로 무작정 주민번호를 바꿀 수 없는데요. 해당 사안과 관련해 피해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첨부해야만 합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그 내용,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어떤 입증 자료가 필요하다는 건가요?
이승희 기자 ▷ 번호가 유출된 경우, 주민번호 유출 통지서가 필요합니다. 아니면 인터넷, 신문이나 방송, 게시판 등에서 신청인의 주민번호가 유출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요. 재산 피해를 입은 경우 금융 거래 등 관련 자료 역시 필요합니다. 생명이나 신체의 피해를 입은 경우에는, 진단서나 진료기록부가 필수라고 합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앞서 주민등록번호 유출로 생명이나 신체, 재산에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는 사람들이 그 대상이라고 하셨는데요. 그럼 아직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피해가 우려될 경우는 어떻게 입증하나요?
이승희 기자 ▷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 녹취록이나 진술서 등 피해의 개연성을 소명하는 자료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피해를 당한 경우는 입증이 가능하지만,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는 좀 애매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어떤 경우인가요?
이승희 기자 ▷ 보이스피싱을 당한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는데요. 보이스피싱은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통장번호 등을 알려주면, 저금리 대출이 가능하다는 말에 속아, 대출 사기를 당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그 경우 전화번호, 통장번호 등은 변경이 가능하지만, 주민등록번호는 변경이 어렵기 때문에, 사기범이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추가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남게 되는데요. 이러한 경우가 피해가 우려되는 사안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이는데요. 일단 그 다음 과정도 알려주세요. 피해를 입은 사실이나 피해가 우려되는 사실에 대한 증명 자료를 준비한 경우, 어디서 신청하면 되나요?
이승희 기자 ▷ 준비한 입증 자료를 주민등록지의 시장, 군수, 구청장에게 신청하면 되는데요. 가까운 주민자치센터만 방문해도 신청이 가능합니다. 신청은 법정 대리인 또는 배우자, 직계 존속, 직계비속, 형제자매 등을 통해서도 할 수 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그렇게 신청 후에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따로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심사하는 기관이 있나요?
이승희 기자 ▷ 그 후에는 행정자치부의 주민등록번호 변경위원회 심의를 거쳐, 6개월 이내에 주민번호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주민등록번호 변경위원회는 민간위원 6명과 5명의 고위공무원들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변경에 대한 심의를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합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허가가 나면요? 주민등록번호 전체가 다 바뀌는 건가요?
이승희 기자 ▷ 아니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주민번호 변경은 주민번호 13자리 중, 생년월일과 성별을 제외한 지역번호 4자리와 등록 순서, 검증 번호만 가능합니다. 뒤의 일곱 자리 중 여섯 자리만 바뀐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그럼 변경된 주민등록번호는 바로 어디에서나 적용이 가능한가요?
이승희 기자 ▷ 복지나 세금 건강보험 등, 행정기관에서 사용하는 번호의 경우 자동으로 변경됩니다. 하지만 은행, 보험, 통신 등 민간기관과,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처럼 주민번호가 표시된 신분증은 직접 변경을 신청해야 합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그 부분에서 좀 번거롭긴 하겠어요. 그리고 변경이 안 되는 경우도 있는지 궁금해요. 예외적인 경우도 있나요?
이승희 기자 ▷ 네.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신청한다고 해서 무조건 다 변경 허가를 받는 것은 아닌데요. 범죄 경력을 은폐하거나 수사나 재판 방해 목적 등에 악용한다고 의심될 경우, 번호 변경 신청이 기각될 수 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기각될 수도 있는 거군요. 그럼 바꾼 주민등록번호가 또 유출됐다면요? 또 바꿀 수 있는 건가요?
이승희 기자 ▷ 네. 가능합니다.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신청 횟수의 제한은 없습니다. 그래서 변경된 주민번호로 인해서 또 다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앞서 이야기한대로 동일한 절차를 거쳐 변경 가능합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원하는 경우, 관련 자료를 준비해 신청하면 허가를 받아 변경하게 되는데요. 이미 한 달 전부터 변경 신청에 들어갔잖아요. 현재 그 신청자는 얼마나 되나요?
이승희 기자 ▷ 지난달 30일과 31일. 이틀 동안 주민등록번호 변경 신청자는 약 70명입니다. 행정자치부 관계자에 따르면, 주로 보이스 피싱이나 대출 사기 피해자들이라고 하는데요. 이 추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생각보다 신청자가 별로 없네요? 저는 신청을 시작하면 바로 줄을 서서 신청 하겠구나 라고 생각했거든요.
이승희 기자 ▷ 아마 예상보다 적은 숫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한 번에 수천만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추정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극히 적은 숫자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아무래도 초반이라 그런 걸까요? 이기자, 어떤가요? 앞으로도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신청하는 사람들 수는 적을까요?
이승희 기자 ▷ 아마 그럴 것 같습니다. 주민등록번호를 바꿀 수 있게 됐지만, 실제로 이 제도를 활용하겠다는 사람은 극소수인 것이 현실입니다. 한 온라인 조사회사가 20대에서 50대 남녀 24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14%만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변경할 의향이 없다고 답한 사람은 절반이 넘는 54.6%였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조사 결과,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주민등록번호를 바꿀 생각이 없다는 건데요. 그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해요.
이승희 기자 ▷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해도 다시 유출될 것 같다는 응답이 37.5%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변경 절차가 복잡할 것 같다와 거의 비슷한 수치인데요. 어차피 시간을 들여서 변경해도, 또 유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사실 그런 회의감이 들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에요. 대한민국에서 주민등록번호는 더 이상 개인정보가 아니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개인정보 유출이 심각하기도 하고요.
이승희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해, 수백만 명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유출된 사례가 많습니다. 2011년에는 포털 사이트 회원 3500만 명의 주민등록번호와 아이디, 주소 등이 무단 유출됐는데요. 2012년에는 통신사 이용자 873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기도 했습니다. 또 앞서 알아본 것처럼 카드 3사 회원들의 개인정보 또한 새어나갔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그렇게 관련 피해가 계속 이어져서인지, 어차피 또 유출될 건데 굳이 왜 변경하냐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기자, 대체 왜 우리나라에서는 주민등록번호가 귀한 개인정보로 취급받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이승희 기자 ▷ 전문가들은, 마구잡이식으로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해온 관행이, 국민들의 회의를 낳았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관공서는 물론이고, 사설 아파트를 들어갈 때도, 경비원이 주민등록증을 보여 달라고 하는데요. 이렇게 개인의 고유 식별 번호를 쉽게 요구하는 나라는 선진국 중에 없다고 합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맞아요. 주민등록번호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개인의 신분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한편에서는 인권 침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거든요.
이승희 기자 ▷ 네. 주민등록번호 13개의 숫자만 보면, 당사자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개인의 생년월일과 출생지, 성별 등을 고스란히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민등록증 반대론자들은, 당장 폐지는 할 수 없더라도, 다른 나라처럼 무작위 번호를 부여해 개인 신상이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그리고 신청이 복잡한 것도 또 하나의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사실, 관련 자료 모으기도 쉽지 않고요.
이승희 기자 ▷ 네. 맞습니다. 실제로 각 동별로 하루에 4∼5건 꼴의 문의전화가 걸려오고 있지만, 실제 신청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합니다. 또 주민번호 변경을 위해서는 판결문처럼 유출을 확인할 수 있는 공적 자료나 상담사실 확인서 및 보호시설 입소 확인서가 필요합니다. 또 재산 피해를 입었을 경우에는 금융거래 내역서 등이 필요하죠. 이렇게 신청 서류를 준비하는 것이 까다롭다는 것 역시 신청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한 대기업과의 소송에서 개인이 승소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점, 또한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피해자 등이 스스로 피해를 입증하는 과정에서 2차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 등은 되려 신청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결국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실질적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신청 과정에서부터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겠어요.
이승희 기자 ▷ 네. 그렇습니다. 먼저 제도적인 보완이 이루어진 후, 다시 논의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 제도 변경이 악용 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는데요. 선의의 피해자는 구제하되, 신분 세탁을 위해 악용하는 사례는 막아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즉, 변경에 엄격한 기준을 둬야 한다는 게 주의견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주민등록번호 유출로 불안했던 시민을 위한 제도인 만큼 마구잡이식으로 남용되거나, 범죄, 신용 세탁, 탈세 등에 악용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군요.
이승희 기자 ▷ 네. 일각에서는 범법자가 범죄 경력을 은폐하거나, 일반인이 법령상 의무를 회피하려고 번호를 바꿔,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래서 행정자치부는 범죄 경력과 체납, 출입국 기록 조회 등을 통해 적절성 여부를 파악하는 등, 다양한 사실조사를 한다고 밝는데요. 이를 통해 범죄경력 은폐, 법령상 의무 회피, 수사나 재판 방해 목적, 선량한 풍속 위반 등의 목적이 있는 경우에는, 변경 청구를 기각해 변경제도가 악용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상태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물론 남용되거나 악용되는 사례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주민등록번호 변경 제도보다 더 중요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요?
이승희 기자 ▷ 네. 물론 있습니다. 바로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사전에 노력하는 것인데요. 미리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마련하고, 법과 제도적인 인프라를 갖추는 등, 각 사회 주체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 스스로도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개인 정보를 좀 더 소중히 대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잘 알겠습니다. 피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예방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죠. 키워드 포착. 이제 마무리 할 시간인데요. 이승희 기자, 오늘 내용. 정리해주세요.
이승희 기자 ▷ 네. 지난달 30일, 주민등록번호 변경 제도가 시행되었습니다. 이번 제도는 주민등록번호가 처음 부여된 1968년 이래 처음 시행되는 것으로, 주민등록번호 유출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거나 성범죄 피해를 당한 이들이 신청할 수 있는데요. 행정자치부와 경찰청, 법률전문가 등이 심사를 해 통과된 이들에 한해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할 수 있게 됩니다. 생년월일인 앞 여섯 자리와 성별을 나타내는 뒷 첫 자리를 제외하고 번호를 바꿀 수 있습니다. 다만 아직 그 신청률이 저조하고,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대한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는 만큼, 또 다른 대책 마련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주민등록번호의 생성 방법이나 주민등록증 대체 수단 마련 등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 볼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이승희 기자와 함께 한 키워드 포착.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승희 기자, 오늘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이승희 기자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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