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수면장애, “꼼짝 마!”

복잡한 수면장애, “꼼짝 마!”

기사승인 2017-09-18 11:40:26

수면장애는 복잡한 질환이다. 수면장애라고 총칭해 부르지만 불면장애, 기면증, 과다수면장애, 수면무호흡증, 수면보행증, 하지불안증후군, 일주기리듬 수면-각성장애 등으로 다양하다. 더구나 각각의 수면장애는 서로 다른 원인과 증상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잠이 든 후 의식이 없는 상황에서 발현되는 증상으로 인해 환자 스스로 수면장애를 앓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 어렵고, 자신의 증상이 어떤 종류의 수면장애에 해당하는지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더구나 증상을 알고도 어디서 치료를 받아야 할지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건국대학교병원에서는 적어도 어느 전공과에서 치료를 받아야하는지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주로 수면장애를 치료하던 정신건강의학과와 이비인후과를 비롯해 신경과, 호흡기내과, 영상의학과가 ‘수면센터’라는 이름 아래 함께 진료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 美 수면센터 벤치마킹한 통합진료모델 도입

박두흠 수면센터장은 “그간 전공과별로 단절돼 환자를 개별적으로 치료하다 필요에 따라 정신건강의학과로 검사소견을 묻는 등의 소극적인 진료가 이뤄졌다”며 “앞으로는 수면센터를 통해 해당 과와 치료방향이나 계획을 함께 논의하는 상호보완적 치료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높은 용량의 혈압강하제를 먹어도 고혈압 수치가 잘 떨어지지 않는 환자의 폐쇄성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해 약의 용량을 줄여도 혈압이 잘 떨어지도록 하는 통합적인 접근을 시도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건국대병원 수면센터 전홍준 정신건강의학과 임상조교수는 흔히 몽유병으로 알려진 수면 중 보행증과 같은 사건수면장애(램수면 행동장애) 환자들이 파킨슨병으로 이환될 확률이 높다고 밝혀진 사례를 들며 다양한 원인과 증상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 협진체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의 유수 대학병원의 경우 수면센터를 중심으로 둔 통합진료체계가 갖춰져 있어 수면장애와 연관이 높은 고혈압, 심근경색, 뇌졸중, 심혈관 및 뇌혈관 질환을 함께 치료하고 있는 만큼 우수한 진료체계를 모델로 수면센터가 설립된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건국대병원 수면센터는 5개 진료과가 서로 환자의 치료계획을 함께 논의하고 검사결과와 치료방향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 특히 정기적인 학술모임을 통해 자신의 전공영역이 아닌 분야에 대한 최신 연구 성과와 치료결과 등을 공부하며 환자의 치료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센터장은 “현재 5개 과가 모여 상호 소통하는 센터의 기틀을 마련했다”면서 “향후 심장내과나 내분비내과와도 협진을 추진해 수면장애와 심근경색, 대사증후군과 같은 내과적 합병증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돈만 벌려면 센터 시작도 안했다”

그렇다면 수익적인 측면도 좋아질까. 결과부터 이야기하면 흑자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통합진료를 권장하며 관련 행위에 따른 추가 비용을 건강보험에서 보조하고 있다. 일명 ‘통합진료수가’다.

그러나 통합진료수가를 받으며 여러 전공과가 함께 치료에 나서는 분야는 ‘암’이 거의 유일하다. 통합진료수가가 많지 않아 치료비용이 많이 드는 암치료 분야에서만 여러 교수들이 한 자리에서 한 명의 환자를 위해 의견을 나누고 시간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수면장애의 경우 수면다원검사와 같은 고가의 검사비용이 들긴 하지만 진료비용 자체는 그리 높지 않다. 더구나 수면다원검사처럼 수면장애와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수면상태에서 장시간의 관찰과 검사가 이뤄져야해 50~60만원대 검사비용도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검사비용의 일부를 정부에서 건강보험급여로 보조해줄 것이라는 이야기도 신빙성 있게 나오고 있어 수면장애 치료에 부담을 느껴온 환자들의 심리적 장벽은 낮아질 전망이다.

이에 박 센터장은 “수익만 생각했다면 여러 과 교수들을 센터로 모으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어떻게 보면 고유영역을 여러 전공이 나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수면장애로 고통 받는 환자들의 어려움을 같이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센터를 추진했다”고 강조했다.

오준엽 쿠키뉴스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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