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장애 인구 급증… 병원 찾는 이는 적어

수면장애 인구 급증… 병원 찾는 이는 적어

기사승인 2017-09-18 11:05:04
최근 수면장애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삶의 질에 대한 기대가 많아지며 이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수면’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불면증과 코골이 등에 시달리는 이들이 늘며 치료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병원의 문턱은 높아 보인다. 고가의 검사비용도 그렇지만 수면장애의 무서움을 체감하지 못해서다. 이에 건국대학교병원은 수면을 전문으로 여러 전공 교수들이 치료에 참여하는 ‘수면센터’를 열고 문턱 낮추기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5개 진료과가 통합진료를 시행하는 건국대병원 수면센터 박두흠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사진)를 만나 수면장애와 현대인들의 관계, 수면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 수면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지원 등에 대해 들어봤다. 

◇진단 어렵고 합병증 무서운 수면장애

박 센터장은 수면장애를 ‘무서운 질병’이라고 설명했다. 심장·뇌·폐를 비롯해 신체 전반에 걸쳐 깊은 관계를 맺고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지만 원인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 진단이 어렵고 치료가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 박 센터장 환자 중에는 렘수면 행동장애로 인해 혀가 3분의 1이 잘려 병원에 실려 온 할머니가 있는가 하면 폐쇄성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해 인지장애나 심혈관계 문제를 일으킨 경우도 있었다. 폐쇄성수면무호흡증의 경우 고혈압이나 심근경색, 뇌졸중, 심혈관 및 뇌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이고 치매나 우울증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센터장은 “잠이 부족할 경우 피로회복이 제대로 되지 않아 기억력과 집중력, 판단력이 감소하는 등 인지장애를 일으킬 수 있고, 정서불안과 산업재해 등 수면장애로 인한 2차 피해에도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만, 서구화된 식생활 습관 문제…“관심이 필요”

수면장애는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박 센터장은 자신에 대한 관심과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스로에게 관심을 갖고 꾸준한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기르는 한편, 대한수면의학회 홈페이지 등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간이수면검사로 수면장애 여부를 대략적으로 살펴본 후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신에 대한 관심은 남의 일이 아니다. 2012년 수면장애로 내원한 환자는 62만여명에 달하며 불면증을 경험한 성인이 3명 중 1명, 만성불면증에 시달리는 이들이 10명 중 1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수면 중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무호흡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도 전 인구의 1% 이상이며 비만인구의 증가, 식습관의 서구화, 불규칙한 생활, 태양빛에서 멀어진 환경 등의 원인으로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이들이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박 센터장은 “인간은 삶의 3분의 1을 수면으로 보내지만 각성이 없는 수동적 상태로 인해 수면건강과 수면장애에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아왔다”며 “해마다 수면장애 환자가 급증하고 있어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시 빛을 밝히는 실내를 벗어나 실외에서 태양의 변화를 신체가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적절한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 적정수면시간을 지키려는 노력과 함께 경험 많은 의료진의 정확한 진단과 협진은 환자의 치료효과와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박 센터장은 정부의 관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통합진료와 환경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적절한 수가, 이원화된 의료기기 처방과 판매문제, 수면전문가 양성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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