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외환시장이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을 나타났다. 또한 가계부채는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보이며 경제에 불안요소로 자리잡았다.
다만 기업실적이 호전되고 금융기관의 경영건전성도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시스템의 복원력은 금융기관의 자본확충 노력이 지속되고 대외지급능력이 제고되면서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금융사들은 상반기 이자이익 확대, 배당수익 증가, 주가 상승 등로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한국은행은 21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금융안정회의)를 개최하고 국내 금융안정 상황과 관련해 이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가계대출 증가세 유지… 기업대출 둔화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신용은 2분기말 1388조3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0.4% 증가했다. 가계부채 증가율은 전년동기 11.1%에 비해 다소 낮아졌으나 예년수준인 5.8%를 큰 폭으로 상회했다. 가계부채 문제의 주범인 주택담보대출은 상반기 10.6% 증가했다.
금융기관별로는 은행(7.5%)보다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비은행(11.8%)의 증가율이 더 컸다.
가계부채 구조는 정부와 감독당국의 노력으로 은행 주담대의 고정금리 및 분활 상환 대출 비중이 40%대 이상으로 꾸준히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다중채무자이면서 하위 30% 저소득 또는 저신용(7~10등급)인 취약차주의 대출 규모는 6개월 전보다 1조9000억원 늘어난 80조4000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이 6.1% 수준이다. 취약차주는 은행(32.7%)보다 비은행(67.3%)에서 주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은행은 “가계신용 확대 과정에서 취약차주의 부채도 함께 증가하고 있어 최근의 대출금리 상승 움직임과 맞물려 이들 차주의 채무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향후 가계부채는 8.2 대책과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나타나면서 증가세가 점차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분기 말 예금은행의 기업대출은 780조3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중소기업은 대출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대기업대출의 감소폭이 1.2%에서 7.0%로 확대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회사채는 상반기 기업실적 개선 등에 따른 투자심리 호전 등으로 지난해 하반기의 순상환(-7조원)에서 순발행(3조5000억원)으로 전환했다.
기업의 재무건전성은 글로벌 경기회복, 경영합리화 노력 등으로 대체로 개선됐다. 상반기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이자보상배율)은 9배로 전년동기(6.8배)에 크게 상승했다.
채권·주식 ‘안정’ 주택가격 오름세
채권시장에서 8월 들어 북한 리스크로 장기금리는 상승했으나 변동성은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9월 14일 기준 국고채금리는 3년물이 1.74%, 10년물이 2.24%로 지난해 말에 비해 각각 0.10%p, 0.17%p 상승했다. 이에 따라 장간기금리차는 0.50%p로 예전 수준(0.40%p)을 상회했다.
주가는 기업실적 개선 등으로 견조한 상승 흐름을 지속해 코스피지수가 2400선을 돌파했다. 투자 판단 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R) 및 주가수익비율(PER)는 각각 1.05배, 9.24배로 장기 평균치(1.10배, 9.24배)를 하회하고 주요국에 비해서 낮은 수준이다.
주택가격은 수도권 재건축 추진 아파트에 대한 투자수요 증가 등으로 거래량이 늘어나고 상승세였으나 8.2대책의 영향으로 주택 매수심라 위축돼 주춤하는 모습이다.
은행, 이자이익 확대로 순익 증가
2분기 말 일반은행과 특수은행의 총자산은 각각 1486조6000억원, 842조1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3%, 3.3% 증가했다.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익률(ROA)는 일반은행 0.71%, 특수은행 0.70%로 전년동기 대비 0.15%, 0.94%p 상승했다.
일반은행의 경우 상반기 순이익은 1년전 같은 기간에 비해 1조2000억원 늘어난 5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순이자마진(NIM) 확대로 이자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7000억 늘었고 대손비용은 6000억원 줄었기 때문이다.
특수은행은 대손비용이 5조2000억원 감소 등에 힘입어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적자(1조)에서 2조9000억원 흑자 전환했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일반은행 115.0%, 특수은행 116.1%로 전년말 대비 각각 8.0%p, 4.4%p 상승했다. 자기자본비율(BIS기준 총자본비율)은 일반은행 16.10%, 특수은행 14.45%로 전년말 대비 각각 0.33%p, 0.84%p 상승했다.
한은은 “수익성 개선에 따라 이익잉여금이 증가한 가운데 특수은행을 중심으로 대기업 여신의 축소 등에 따라 위험가중자산이 감소한 데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보험 ‘맑음’ 여전사 수익성 급락
6월말 기준 비은행금융기관의 총자산 규모는 2364조4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54조3000억원(7.1%) 증가했다. 저축은행(15.5%), 상호금융(9.0%),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 8.7%) 등 대부분 비은행금융기관 자산증가율은 일반은행(4.3%)을 상회했다.
비은행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은 전년말 대비 대체로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상호금의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비율은 지난해 말 각각 1.2%, 1.4%에서 1.4%, 1.6%로 0.2%p 상승했다.
자산건전성을 보여주는 일반은행과 특수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6개월 전모다 0.08%. 0.31%p 하락, 0.74%, 2.08%로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의 부실채권 정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기업의 재무건전성 제고, 구조조정 대상 기업 감소 등으로 신규 부실채권 규모가 축소된 데 기인한 것으로 한은은 풀이했다.
수익성의 경우 생명보험사는 보유주식이 배당수익 증가 등으로, 증권사는 주가상승에 따른 파생결합증권 조기상환 및 대규모 IPO(기업공개) 주관 관련 수수료 수입 증가로 총자산이율률(ROA)이 각각 0.74%, 0.96%로 전년동기 대비 0.14%p, 0.31%p 상승했다.
여전사는 대손준비금 증가, 수수료 수입 감소 등으로 총자산순이익률이 전년동기 대비 0.77%pg하락, 1.08%를 기록했다.
2분기말 비은행금융기관의 자본적정성은 대체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 보험사는 보험부채 시가평가제 도입에 대응해 자본확충 노력을 강화함에 따라 손실흡수력을 나타내는 위험기준자기자본(RBC)비율이 전년말 대비 31.5%p 상승한 272.0%를 기록했다. 모든 보험사가 규제비율(100%)을 상회했다.
상호금융과 여전사는 대손충당금적립률이 각각 145.1%, 187.9%로 100%를 웃돌았다. 증권사의 손실흡수력을 나타내는 순자본비율(NCR)은 4분기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를 위한 대형사의 자본확충 노력 등으로 전년말 대비 50.0%p 상승한 570.5%를 기록했다.
대외지급능력 튼실
2분기말 현재 순대외채권 잔액은 4231억달러(채권 8305억달러, 채무 4073억달러)로 상반기중 197억달러 증가했다. 대외채무중 단기외채 비중은 28.8%로 전년말 대비 소폭 상승했다.
외환보유액은 8월말 기준 사상 최대치인 3848억달러를 기록했다. 명목GDP 대비 대외채무 비율은 2분기말 27.7%로 전년말 대비 0.7%p 상승했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30.8%로 전년말 대비 2.5%p 상승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우리 금융시스템의 전반적인 안정상황을 나타내는 금융안정지수는 2016년 3월 이후 주의단계(8~22)를 계속 하회하고 있다”면서도 “8월 들어서는 북한 리스크 증대,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 변화 등에 따라 자본유출입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