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게임 돌려보기] ‘액스’, 모바일 대작? 또 다른 양산형?

[김기자의 게임 돌려보기] ‘액스’, 모바일 대작? 또 다른 양산형?

기사승인 2017-09-23 05:00:00

넥슨레드가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하는 모바일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액스(AXE)’가 지난 14일 안드로이드, iOS 버전으로 동시 출시됐다. 출시 4일만에 누적 다운로드 100만을 기록하고 게임 매출 애플 앱스토어 1위, 구글 플레이스토어 2위를 차지하고 있는 흥행작이다.
 
액스는 상반기 매출 최상위권을 지키던 넷마블게임즈의 ‘리니지2 레볼루션’과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의 아성을 위협하는 타이틀이지만 국산 모바일 게임 특유의 부분유료화와 자동(오토) 플레이 시스템 등으로 인해 ‘또 다른 양산형 게임’이라는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기존 모바일 MMORPG와의 차별화 요소로 진영 간 대립 구도와 풀 3D 세계 등을 내세운 액스는 ‘제국’ 진영 ‘워리어’ 캐릭터를 선택해 약 3일 동안 플레이한 결과 재미 요소와 아쉬운 점이 뚜렷한 게임이었다.

◇ ‘레볼루션’과 닮았다?…자세히 둘러보면


액스가 공개되고부터 온라인에서는 리니지2 레볼루션과 닮았다는 평가를 들었다. 화려한 3D 그래픽을 중심으로 스킬창 등 인터페이스와 화면 구성에서 큰 차이가 없는 첫인상, 캐릭터 레벨업 외에 장비 성장·승급·강화 등 전체적인 육성 시스템의 유사성이 이같은 비판의 빌미가 됐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액스를 리니지2 레볼루션의 아류작으로 보기는 어렵다. 리니지2 레볼루션이 당시로서는 이례적인 흥행 기록을 세우면서 유명세를 탔기 때문에 이후에 나온 모바일 MMORPG들이 그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닮은 점도 많지만 이용자들에게 익숙한 조작성과 국내 게임사들의 수익 구조가 반영된 결과물로 평가된다.
 
가장 먼저 차이점으로 다가오는 부분은 시점이다. 리니지2 레볼루션이 ‘언리얼 엔진4’ 기반의 화려한 3D 그래픽을 구현했지만 내려다보는 시점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과 달리 액스는 캐릭터를 가깝게 보는 ‘자동’ 시점과 더 넓은 시야를 제공하는 ‘쿼터뷰’ 시점 등을 제공하고 상하좌우를 둘러보는 것도 가능하다.
 
덕분에 3D로 구현된 필드를 더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최신 ‘유니티’ 엔진으로 만들어진 그래픽은 PC 게임만큼 섬세하지는 않지만 최근의 모바일 게임 중에서는 우수한 편으로 평가된다.
 
또 최근 중국에서 개발돼 국내에 서비스되는 다수의 MMORPG와 비교해 캐릭터나 몹의 움직임 등이 자연스럽다는 점도 눈에 띤다. 각 장비마다 달라지는 캐릭터 외형과 적당히 화려한 스킬 효과 그래픽도 소소한 재미를 더한다.

액스의 첫인상은 레볼루션에 뒤지지 않는 시각적 만족도와 풀 3D 월드로 모바일 MMORPG의 기준을 높일 수 있는 타이틀이었다.

◇ ‘아이온’과 ‘와우’의 추억, 모바일로


액스가 전면에 내세우는 콘텐츠는 ‘연합국 갈라노스’와 ‘신성제국 다르칸’으로 나뉜 플레이어들이 필드 전반에 걸쳐 대립하는 진영 구도다.
 
이에 따라 정해진 시간마다 필드에서 ‘분쟁전’ 등 PvP(이용자 간 대결) 콘텐츠가 진행되며 5명이 파티를 이뤄 겨루는 ‘콜로세움’, 진영과 무관한 개인 ‘결투장’ 등을 즐길 수 있다. 분쟁 지역에서는 상대 진영과 자유롭게 싸우는 것도 가능하다.
 
이는 PC MMORPG의 전성기였던 2000년대 ‘십이지천’, ‘RF온라인’부터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엔씨의 ‘아이온’ 등까지 핵심 인기 요소로 구현됐던 것과 비슷하다. ‘리니지’ 시리즈가 ‘길드’라는 커뮤니티 중심으로 대규모 PvP를 보여준 것과 달리 모든 플레이어들이 참가할 수 있는 상시 전쟁 시스템의 재미가 그대로 계승됐다.
 
다만 각 캐릭터 직업군 특성에 따른 세부적인 컨트롤이나 팀플레이는 아직 PC 게임의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자동 전투와 상대 타게팅, 특성 스킬 사용 등을 적절히 섞어가며 전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은 모바일이라는 제한적인 환경에서의 재미를 크게 훼손하지 않는다.
 
또한 타 모바일 MMORPG에 비해 레벨업이 다소 더디고 장비가 캐릭터 능력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PvP에서 레벨이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지 않는다.
 
많은 과금을 결제한 플레이어가 강한 모습을 나타내는 것도 사실이지만 무료로 제공되는 아이템 뽑기 등을 통해서도 승부를 노려볼 수 있어 밸런스에도 신경을 쓴 모양새다. PvP로 인해 소과금·무과금 플레이어들이 완전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는 다소 빗나갔다.

이밖에 준비된 콘텐츠들은 ‘요일던전’, ‘일일퀘스트’ 등 기존 RPG 게임에서 익숙했던 요소들이 대부분이다. 다만 리니지2 레볼루션으로 본격화 된 모바일 MMORPG의 진화가 가상의 경제를 구현하고자 했던 리니지M에 이어 액스의 대립 콘텐츠로 이어진 것은 인상적이다.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연이어 선보일 '테라M', '블레이드 & 소울 모바일' 등도 MMORPG의 또 다른 재미를 선보일 수 있을지 기대하게 한다.

◇ 장점 가리는 아쉬운 점들


풀 3D 세계와 자유로운 PvP 등 과거 PC MMORPG에서 느꼈던 재미를 충실히 구현한 액스지만 기존 게임들과 큰 차이가 없다는 ‘양산형 게임’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일단 캐릭터와 장비 육성에 기존 게임들에서 볼 수 있었던 대부분의 시스템을 대부분 넣었다는 점에서 과금을 통한 뽑기를 유도하는 요인이 많다. 어느 정도 밸런스는 맞춰졌지만 돈을 지불한 이가 이긴다는 의미의 ‘페이 투 윈’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20레벨대 중반 이후부터 퀘스트(임무)를 통한 레벨업이 어려워지면서 하루 종일 반복 퀘스트를 돌리지 않으면 육성 콘텐츠를 이어가기 쉽지 않고 후반으로 갈수록 게임 내 재화인 ‘골드’마저 부족해져 콘텐츠 충전 등을 위한 과금 유도 요소가 짙다.

그럼에도 ‘돈’ 대신 ‘시간’을 들여 게임을 즐기겠다면 자동 사냥의 따분함과 자잘한 버그(오류)들이 눈에 들어온다.

액스의 액션과 스킬 효과 등은 나무랄 데 없지만 자동으로 퀘스트를 받고 사냥을 하고 완료까지 해내는 게임 흐름에서 이용자가 개입할 여지가 적다. 100% 자동으로 이뤄지는 결투장뿐 아니라 필드 PvP 콘텐츠 역시 자동 모드가 주로 이용된다.

또 자동 게임 진행 중 캐릭터가 특정 위치에 끼인다거나 맞지 않는 몹을 때리고 있는 경우도 있다. PvP 중 전투 불능이 됐음에도 자유롭게 이동하며 다른 플레이어들을 당황하게 한 경우도 경험할 수 있었다.


천천히 게임을 음미하고자 할 때 빈약한 스토리 전개와 캐릭터성도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플레이어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나 스스로 개입되는 스토리보다 어떤 사건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퀘스트를 통해 하나씩 풀어가는 고전적인 방식이 주가 된다. 이는 퀘스트를 위해 맞춰졌다는 느낌을 주며 게임 내내 플레이어를 안내하는 인물이 따로 있어 스토리 몰입도도 높지 않다.

자잘한 버그나 스토리는 결정적인 단점이 아닐 수 있으나 전형적인 과금 시스템과 오토 플레이는 앞서 언급된 액스의 장점을 희석시키는 요소로 평가된다. 넥슨이 준비 중인 타이틀 중 참신한 시스템으로 기대를 받는 ‘듀랑고’ 등에서는 다른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김정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