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를 방문했을 때 ‘아젠다 2063’에 대한 얘기를 접했습니다. 지난 1963년 설립된 아프리카 연합이 100주년을 바라보고 전개하는 비전인데요. 특히 미래를 향한 교육이 강조됐습니다. 현 경제적, 환경적 여건은 여의치 않지만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이 담겼어요. 수학, 과학 등 기초과학의 체계를 다지고 AIMS라는 관련 연구소를 확대하고 있죠. 우리는 어떤 가요? 후세를 위한 고민과 실천이 부족합니다.”
곽덕훈 시공미디어 부회장은 한국방송통신대 명예교수,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원장, EBS 사장을 거치면서 국내 이러닝(E-learning)과 에듀테크(Edutech) 등의 전개를 이끈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인터뷰에서 우리 교육의 한계에 대한 얘기를 꺼낸 곽 부회장은 입시 준비에 맞춰진 시스템이 학생들에게 필요한 역량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곧 미래 경쟁력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 다음 세대 아이들이 어떤 글로벌스탠다드를 가져야 하는가에 대해 미래지향적 시각을 갖고 교육을 일궈나가야 하는데, 현실은 미시적 측면에 치우쳤던 경향이 있습니다. 미래에는 기술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소통의 개념, 즉 사회정서적 역량이에요. 이 역량을 키우지 않으면 세계인들과 공생하거나 공존할 수 없죠. 새롭게 벌어질 세상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주면서 미래를 들여다보는 시각을 심어줘야 합니다.”
최근 정부가 입시 방안을 종합적으로 손보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학습량과 시험부담은 줄이고 자아를 탐색하며 사회성을 발현하는 기회를 늘려나가겠다는 것. 정부 방침을 뒷받침할 국가교육회의는 1년 유예가 결정된 수능 개편을 비롯해 고교학점제, 성취평가제 등 중장기 정책 방향을 제안한다.
“우리 교육이 학생을 선발하고 가리는 등 선택적 개념에 기반을 뒀다면 세계적 흐름은 이미 보편적 교육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어요. 누구든 큰 제약 없이 찾아서 배울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케이무크는 선택적 체제에서 보편적 체제로 갈 수 있는 가장 큰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육의 균형을 강조하던 곽 부회장은 경계선 없이 펼쳐진 ‘케이무크(Korean Massive Open Online Course)’로 말을 이었다. 케이무크는 올해 상반기 대학 강좌 300개를 확보한 온라인 공개강좌다. 해당 콘텐츠들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교육 접근성과 형평성을 끌어올리자는 취지로 2015년 시동을 건 케이무크는 양질의 콘텐츠를 통해 진로, 취업을 구체화한 학습자들의 체험사례를 남기고 있다.
“제한된 학교 현장의 교육을 시공간과 상관없는 교육으로 끌어낸 거죠. 100% 온라인으로 수업하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 미네르바스쿨의 설립자 벤넬슨은 ‘전통적 대학에서는 교수가 연구한 분야를 학생한테 일방적 방식으로 전달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평생 연구한 분야에 대한 깊이는 있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더 넓은 시각에서 충족하고 싶은 욕구를 채우지 못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열린 교육을 지향하는 이유가 분명한 거죠.”
곽 부회장은 ‘생활 속 배움터’ 케이무크가 플랫폼으로서 더 성장하려면 ‘미래 기회’, ‘감성 소통’ 등을 다룬 콘텐츠를 꾸준히 확대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더불어 장애인과 소외계층을 아우르는 기능을 보강하고, 오염된 정보가 유입되지 않게 표준화 된 관리지침을 이어가야 한다고 전했다.
“수요자를 위해 항상 고민하고 끊임없이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케이무크가 되길 바랍니다. 머리와 입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것보다 가슴으로 말하는 소통 강좌가 더 주목받는 세상인데요. 케이무크에서도 감성을 풀어내는 강의를 더 많이 접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에듀테크포럼의 공동위원장을 겸하고 있기도 한 곽 부회장은 우리 교육이 세계화에 발맞추려면 시각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래 역량은 지식 서비스 산업을 통해 더 효과적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게 곽 부회장의 부연이다.
“세계 흐름에 걸맞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국내 초등교사 90% 이상이 수업 자료로 활용하는 디지털 교육서비스 플랫폼 ‘아이스크림 S’의 경우 세계 시장에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는데, 이는 우리 에듀테크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예시로 볼 수 있습니다. 콘텐츠 유통을 위한 오픈 마켓 플랫폼 구축 등은 에듀테크 산업 육성의 동력이 될 것입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