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사실상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에 합의했습니다. 그간 ‘재협상은 없다’고 못박았던 정부의 호언장담이 무색합니다. 재협상이 결정된 이상, 얼만큼의 이득을 가져오느냐가 쟁점이 됐습니다.
미국과의 FTA 협정은 지난 2012년 4월15일 발효됐습니다. 한국은 미국의 상품교역국 중 6위에 해당되며 약국간 무역규모는 1122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28조6373억원에 달합니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 하이저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현지시간으로 4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열었습니다.
7시간 동안 이어진 협상 결과물은 정부가 유지해왔던 기조와는 정 반대인 한·미 FTA 개정이었습니다.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시절부터 한·미 FTA가 미국에 불합리한 조건으로 체결됐다는 강경입장을 유지해왔습니다. 지난달 2일 허리케인 ‘하비’ 수해를 입은 텍사스주 휴스턴에 방문한 자리에서 한·미 FTA 폐기를 지시했다는 주장도 외신을 통해 보도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우선적으로 한·미 FTA의 효과를 분석하자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결국 한 발 물러나게 됐습니다.
미국 무역촉진권한법에 따라 FTA 개정 협상은 개시 90일 전에 행정부가 의회에 통보해야합니다. 따라서 미국이 속도를 낼 경우 이르면 내년 초 협상이 개시되게 됩니다.
한·미 FTA 재협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산업계도 덩달아 긴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對) 미국 수출이 예전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관세가 완전히 철폐됐던 지난해의 경우 한국 자동차의 미국 수출은 전년 대비 10.5% 감소했습니다. 반대로 미국차 수입은 2015년 30%, 2016년 37% 등으로 크게 올랐습니다. 자동차와 연관돼있는 부품업계 등의 타격도 예상됩니다.
식품업계 역시 한·미 FTA 재개정이 어떻게 이뤄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무역협정 이후 국내 시장에서 수입산 판매가 높아진 상황에서 관세조정 등이 이뤄질 경우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이 더욱 악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2년 한·미 FTA 이후 미국산 식물성 유지와 커피류 수입 증감률은 80.4%와 84.8%로 크게 늘어났습니다. 이밖에 쇠고기 46.1%, 오렌지 42.4%, 과실류 21.9%, 농수축산물 11.6% 등도 우리 식탁을 차지하는 비중이 많아졌습니다.
양국간의 무역 저울이 기울어질 가능성도 여전합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8월 한·미 FTA 공동위에서 미국산 농산물에 부과하는 관세를 철폐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면서 반대로 미국에 수출되는 우리 농산물에 대한 관세 철폐는 최대 10년을 유예해달라고 했습니다.
물론 처음 FTA 협정 당시 미국 측이 우리나라보다 두 배 가까운 품목의 관세를 즉시 철폐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쌀 등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미국이 우위에 있는 품목들의 관세 철폐는 농민들의 반대 등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지구촌’이라는 말도 오래돼 보입니다. 세계 상황을 볼 때 국익을 위해서 나라와 나라와의 거래는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얼마나 이득을 취할지, 국민에게 어떤 형태로 그 이득이 돌아갈지가 중요합니다. 어쩌면 얼마나 피해를 줄일 수 있을지가 중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디 웃을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길 바랍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