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이 열렸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는 12일 오전 10시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들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후 48일 만에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9시경 정장 차림으로 법원에 호송됐으며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각각 서울동부구치소와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과 장충기 전 차장도 이 부회장에 앞서 법원에 도착했다.

이날 재판에서 양측은 항소 이유를 밝히고 각각 주요 쟁점에 대한 공방을 개시한다.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진행되는 양측의 공방은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검찰 진술조서의 증거능력, ‘부정한 청탁’의 존재여부,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업무수첩과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의 증거능력과 관련된 내용으로 진행된다. 이후 다음달 증인 신문 절차에 앞서 다른 쟁점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이 두어 차례 더 이어질 예정이다.

1심에 이어 양측의 논리 대결은 한 치의 물러섬 없이 팽팽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앞서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유죄 부분을 인정할 수 없다’며 항소장에 ‘1심 법리 판단과 사실인정에 오인이 있다’는 취지를 담아 제출했다. 박영수 특검팀도 1심에서 일부 무죄 판단이 내려진 부분을 모두 유죄로 인정 받아 중형을 이끌어 내겠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핵심 쟁점이 될 부분은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이 부회장 측의 부정한 청탁 여부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 측은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 자체를 부인하며 청탁 필요성이 없었으며 대통령의 강요 등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지원이라는 논리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1심 재판부도 삼성 측의 청탁은 압력에 의한 결정으로 보인다는 점을 일부 인정한 바 있다.

반면 특검은 삼성 측이 경영권 승계 등 이익을 위해 계획적으로 청탁을 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최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청와대 내부 문건에서 이건희 회장을 ‘왕’, 이 부회장을 ‘세자’로 표현하며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표현한 듯한 내용이 공개된 것도 추가 증거로 내세울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