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부회장 사퇴, 삼성전자 ‘리더십 공백’인가 ‘새 출발’인가

권오현 부회장 사퇴, 삼성전자 ‘리더십 공백’인가 ‘새 출발’인가

기사승인 2017-10-14 05:00:00

삼성전자가 권오현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퇴진 선언에 리더십 위기를 맞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측은 곧 후임 경영진이 자리를 채울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 리더십 공백? 발 빠른 세대교체?

13일 삼성전자 3인 대표 체제의 중심인 권 부회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고민해 왔던 것이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사퇴 의사를 공식화 했다.

권 부회장은 반도체 등 부품 사업을 맡는 DS부문장에서 물러나고 이사회 이사, 의장직도 내년 3월 임기 후 연임하지 않는다. 겸직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직도 내려놔 사실상 완전히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이는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고 경영 일선에 나서기 시작한 아들 이재용 부회장마저 올해 초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려 구속 기소된 상황에서 이뤄진 결정이라 더욱 이목을 끈다. 회장·부회장 자리가 사실상 모두 비는 ‘리더십 공백’ 상태가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권 부회장은 핵심 사업인 반도체 총괄 역할을 맡아 왔고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하면서 삼성전자의 ‘얼굴’ 역할까지 해온 인물이라는 점도 재계에 충격을 준다. 일각에서는 올해 최지성 부회장 등이 물러나며 삼성 그룹 사령탑인 미래전략실이 해체되자 전자 계열사 수장으로 ‘총수대행’으로 꼽히는 권 부회장의 역할에 무게가 쏠릴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권 부회장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IT 산업의 속성을 생각해 볼 때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할 때라고 믿는다”고 밝혀 새로운 ‘수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유능한 후임 후보자가 많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본다. 2012년부터 오랜 기간 자리에 계셨기도 하다”며 리더십 공백 우려를 경계했다. 권 부회장은 이 부회장 등에게 사퇴 의사를 전한 후 후임자를 추천할 예정이다.

◇ 멈춘 인사·조직개편 시계, 다시 돌아갈까

일단 권 부회장의 퇴진으로 가장 먼저 후임 인선이 필요한 곳은 DS부문장 자리다.

유력 후보자로는 반도체 총괄 김기남 사장, 의료기기사업부장 전동수 사장, 메모리사업부장 진교영 부사장 등이 거론된다. IM부문 무선사업부장에 개발자 출신 고동진 사장이 임명된 것과 같이 경헌이 많은 내부 인사로 채워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내부 승진으로 후임 인사가 이뤄질 경우 DS사업부문에 자리가 비게 되면서 대규모 임원인사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또 일각에서는 권 부회장과 3인 대표 체제를 구성하고 있는 CE(소비자가전)부문장 윤부근 사장, IM(모바일)부문장 신종균 사장 등의 거취에도 변동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권 부회장이 ‘세대교체’를 선언하며 물러나는 만큼 2013년부터 대표이사 직을 맡아온 이들 자리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경우 DS부문 뿐 아니라 삼성전자의 3개 주력 사업부문 모두에서 대규모 인사가 이뤄지고 조직개편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또 삼성 그룹 차원에서도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사실상 조직개편의 시계가 멈춰 있는 상태기 때문에 이번 권 부회장 용퇴가 본격적인 ‘새 출발의 불씨’가 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마저 나온다. 이 부회장 재판 장기화에 따라 ‘더 이상 변화를 미룰 수 없다’는 결단이 내려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내년 3월 권 부회장 임기가 끝나면 이사회 의장을 누가 맡게 될 지도 관심이 쏠린 부분이다. 재판 중인 이 부회장이 2심 무죄 선고를 받을 경우 의장을 맡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재벌가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최근 분위기에 전면에 나서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미지수며 재계에서는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에 외부 인사가 영입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측은 구체적인 후속 인선이나 조직개편 등 계획은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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