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좋은 형제자매는 옛말이다. 사이가 안 좋아 사사건건 싸우는 남매의 영상 클립 밑에는 "이것이 진짜 남매"라는 댓글이 수천 개씩 달리는 세상. 영화 '부라더'(감독 장유정)는 그런 세상에서 형제애와 가족애를 그린다. 라인업은 배우 마동석과 이동휘다. 언뜻 보면 그저 그런 뻔한 영화 같지만 의문의 여인 오로라로 분한 이하늬란 특이점이 영화를 접하는 관객에게 신선함을 안긴다.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를 원작으로 한 '부라더'는 원작의 결은 살리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있는 뮤지컬 특성상 투박했던 이야기는 영화라는 매체를 만나 세밀하게 전개된다. 보물을 찾아 한국의 인디아나 존스가 되고픈 장남 석봉(마동석)은 거산 이씨 종가의 골칫덩이 차종손이다. 보물 발굴로 한 몫 거하게 움켜쥐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은 집안 재산 끌어다 빚을 갚는 것도 모자라 동생 주봉(이동휘)의 유학자금과 결혼자금까지 끌어다 쓰고 나 몰라라 한다.
당연히 형제 사이가 좋을 리 없다. 국내 굴지의 건설사에 다니는 동생 주봉은 그런 형이 눈엣가시다. 형이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형에게 사사건건 너, 너 하는 주봉은 사실 회사의 고속도로 건설 사업에 방해가 되는 가문의 동산을 넘겨버리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다. 그런 형제가 만난 곳은 아버지의 장례식장이다. 생판 남처럼 살던 이들이 아버지 관 앞이라고 대단히 좋은 사이가 될 리 만무하다. 집안 사람들과도 으르렁대며 싸우지만, 형제끼리도 틈만 나면 날을 세운다. 그리고 이들 앞에 의문의 여인 오로라가 나타난다.
‘부라더’는 원작의 허술함을 메우기 위해 많은 시도를 했다. 그러나 그 많은 구멍을 다 메울 수는 없다. 뮤지컬을 연출했던 장유정 감독은 원작의 비약적 전개와 연출을 그대로 살린 나머지 기존의 영화 문법의 익숙한 관객에게는 영 어색한 영화가 됐다. 그러나 그 틈을 메우는 것은 마동석과 이동휘의 호흡이다. 주·조연을 넘나들며 ‘신 스틸러’로 활약해왔던 이들이 만나니 흐트러졌던 극의 리듬도 순식간에 다시 정돈된다.
그렇기에 장유정 감독 또한 두 사람을 캐스팅했을 것이다. 코미디로 시작해서 안드로메다로 가다가, 정신 차려 보면 드라마로 바뀌어 있는 영화는 장르를 넘나들며 관객들을 쥐고 흔든다. 장 감독은 17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코미디는 어디서 언제 어떻게 누구와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출연자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근본 없는 두 형제의 근본 있는 코믹극 ‘부라더’는 다음달 2일 개봉한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