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드러나는 국정원 비리, '블랙리스트' 작성도 관여

속속 드러나는 국정원 비리, '블랙리스트' 작성도 관여

靑 지시로 문체부와 문화예술계 검증… 단체 15곳, 인물 249명 ‘낙인’

기사승인 2017-10-30 21:20:43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문화ㆍ예술계 단체 및 인물에 대한 좌(左)성향 분석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개혁위원회는 30일 ‘국정원 적폐청산 TF(태스크포스)’가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의 문예계 블랙리스트 작성관여 의혹을 조사한 결과를 공개하고, 관련 자료를 검찰과 문하체육관광부 산하 문예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에 전달할 것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개혁위 조사결과 국정원은 2014년 3월 19일 ‘문예계 내 좌 성향 세력 현황 및 고려사항’이라는 제목으로 주요 단체 15곳과 인물 249명을 좌성향으로 분류한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보고서에는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문화연대, 한국작가회의, 서울연극협회, 민족미술인협회, 한국민족극운동협회,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한국영화감독조합 등이 좌성향의 문제단체로 거론됐다. 문제인물 249명은 활동전력과 영향력에 따라 A~C급 각 24명, 79명, 146명으로 분류됐다. 

2014년 2월부터는 문체부와 함께 문예기금 지원 관련 인물검증에 나섰다. 국정원은 2016년 9월까지 약 8500명의 인물검증 요청을 받아 민주당이나 당시 통합진보당 당원, 정부비판ㆍ시국선언 참여자,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자 등 348명을 문제 인물로 선별ㆍ통보했다.

이와 관련 개혁위는 국정원이 “문예진흥기금 선정기관에 이들을 배제하거나 정부 보조금지원을 중단해 자금을 막는 등의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문체부 등을 통해 실행된 특정 문화예술인 지원 배제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체부 담당 정보관이 외부 유출에 대비해 명단을 전화로 불러주고 별도의 문서자료를 남기지 않아 선별ㆍ통보 대상자 실명이 모두 기재된 자료는 보존돼 있지 않았다”면서도 “잔존 보고서와 블랙리스트 명단 등을 종합한 결과 348명 중 181명의 실명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편, 국정원은 안보교육을 명분으로 예산 63억원을 들여 외곽단체인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국발협)’를 설립ㆍ운영하고, 전국경제인총연합과 한진ㆍ현대차ㆍ하나은행 등에서 수억 원을 받아 전달한 것으로 TF 조사에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그간 블랙리스트 작성을 두고 국정원이 사령탑 역할을 했다는 의혹과 원세훈 전 원장 시절 국정원이 국가보훈처와 우(右)편향 안보교육을 위한 DVD 제작 등에 나섰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더구나 TF 조사결과가 관련 의혹에 대해 무죄를 주장해온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장관에 대한 특검의 유죄 주장에도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여 검찰의 수사와 재판향배에 귀추가 주목된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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