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변창훈 서울고등검찰청 검사 사망과 관련해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한국당)은 고 변 검사 사망 쟁점화에 나섰다. 9일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치보복 수사로 현직 검사가 투신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며 "검찰이 소위 정권의 충견(忠犬)으로 활동 할수록 오래 가지 못한다"고 맹비난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권성동 의원도 가세했다. 권 의원은 "4년 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수사할 때 당시 주임검사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이후 좋은 자리에서 밀려나 한직을 전전했고 정권이 바뀐 뒤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보복 심리, 복수 심리가 있었을 것"이라며 "무리한 수사가 고 변 검사의 죽음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더 나아가 문무일 검찰총장의 사퇴가 바람직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권 역시 윤 지검장을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난달 31일 '댓글 수사 방해'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국정원 소속 변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고 변 검사가 투신했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에서는 일련의 사건으로 '청와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적폐청산 드라이브에 대한 국민 반감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이 표출됐다. 민주당의 조응천 의원, 금태섭 의원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댓글 수사 방해를 받은 피해 당사자가 수사를 담당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은 적폐청산이 흔들림 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10일 "검찰 일부에서 국민 염원인 적폐청산에 소극적 기류가 있어 심각한 우려를 전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조직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나라에 충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한국당 의견에 일견 동의했다. 이금로 법무부 차관은 같은 날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 회의실에서 열린 법무부 등 예산안 관련 전체회의에서 "무리한 수사는 없었지만 아쉬운 점이 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 차관은 '오전 7시에 자녀들이 보고 있는데 압수수색 하는 것은 인권침해가 아니냐'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그런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사법 방해로 인한 피해자는 전 국민"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수사팀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사법방해 피해자를 윤 검사장 개인이라고 봐선 안 될 것"이라며 "그 당시 진실을 은폐하지 않고, 책임질 사람이 책임졌다면 4년이 넘도록 이런 일로 온 나라가 시끄럽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역사가 바뀌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고 변 검사는 지난 6일 오후 2시30분 서초동의 한 법무법인 사무실 건물 4층에서 투신했다. 고 변 검사는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30분 앞두고 있었다. 그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 고 변 검사는 검찰의 국정원 압수수색에 대비, 미리 위장 사무실을 마련하고 수사·재판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증거 삭제, 허위 진술을 시킨 혐의를 받고 있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