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정책을듣다] 조경태,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대해 말하다

[문재인정부의정책을듣다] 조경태,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대해 말하다

기사승인 2017-11-11 19:50:11

조경태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이 쿠키뉴스 주최 ‘국정운영고위과정’에서 우리나라 경제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강연했다.

조 위원장은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운영고위과정에 참석해 공무원 정수 확대 정책과 최저임금 인상을 주제로 발언을 진행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부정적 효과,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화한 해외 사례 등이 소개됐다. 

아래는 조 위원장 강연 전문이다.

저는 정치권에 이공계 출신 중 얼마 안 되는 정치인이다. 부산에서 민주당으로 돼서 자유한국당으로 왔는데 제가 마음 아픈 것 중 하나가 우리나라 정치인들 그리고 우리나라 정치가 조선 시대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혹시 박제가 선생이 쓰신 기행문 '북학의'이라는 책을 읽어보셨나. 북학의라는 책을 꼭 대한민국의 국민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정조면 그래도 조선 시대 후기 르네상스라고 표현할 정도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하는데 청나라와의 문화적인 경제적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였다. 그래서 저는 그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저부터 노력을 하겠다.

여러분들이 잘 아시다시피 노자는 '정치가 소박해야 세상이 숨을 쉰다'고 말했다. 정치하는 사람과 공직에 있는 분이 국민을 향하는 마음으로 갈 때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고 본다. 

국가부채를 강의의 주제로 잡아봤다. 우리나라 국가부채가 1406조에 육박했다. 그리고 가계부채가 1400조다. 이건 작년 기준이다. 국가부채 가운데서 공무원 연금 충당부채가 600조다. 군인연금도 약 51.5%에 달한다. 국가부채 절반 이상이 공무원 연금 충당부채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하는데 지금 정부가 공무원 숫자 늘리겠다고 한다. 과연 이게 옳은가.

지금 정부가 17만4000명 채용 계획을 밝혔는데, 이렇게 될 경우 30년간 9급 공무원 기존 374조가 소요된다. 내년도 정부 주요재정사업 보시면 기초연금, 최저임금 인상 등 상당히 많은 예산이 국민 세금과 국가 채무로 감당해야 한다. 특히 공무원 증원 관련해서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 또 아동수당은 내년부터 실시된다. 이게 내년에 한 1조1000억 정도다.

저는 최저임금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심도 있게 논의하고자 한다. 최저임금이 내년도부터 실시되는데 여기 한 3조 정도가 투입되는 걸로 알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올해보다 16.4%가 인상된다. 그런데 각종 수당이나 여러 가지를 더하게 되면 체감하는 임금 인상은 30%쯤 된다. 제가 살고 있는 지역에 수십 명을 채용하고 있는 작은 장갑공장이 있다. 중국의 저임금 공세에 간신히 버티고 있는데 내년에 베트남으로 이사 간다. 도저히 최저임금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또 10명을 채용하고 있는 소기업 하시는 분 같은 경우에는 이미 4명 내보내기로 했다고 한다. 이게 현실적 부분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기대효과로는 노동자 구매력 향상,  내수활성화, 저소득층 생계유지 이런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기업이 도산한다든지, 해외로 이전한다든지, 고용이 축소된다든지 이런 현실적인 부작용도 걱정해야 한다.

또 하나 재미난 데이터가 있다. 지금 임금협상안 보면 제조업 중심의 임금협상이 이뤄진다. 민주노총 한국노총이 그렇다. 그런데 지금 그래프를 보면 자영업자 숫자는 지속해서 상승하고 제조업 숫자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2016년도에는 자영업자 숫자가 531만에서 562만명으로 증가했다. 제조업 종사자 숫자는 456만명에서 445만명으로 줄었다. 정작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는 것은 제조업 종사자가 아니라 자영업자라고 본다. 자영업자 560만명 가운데서 수 백만명 이상은 최저임금도 안 된다는 소리다. 아르바이트생보다도 수입이 적은 경우가 생긴다.

한 언론 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 소식을 듣고 고용주 80%가 아르바이트생 줄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결과적으로는 고용 축소라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이것에 대해 정부가 대책을 내놔야 한다.

그리고 미국의 예이지만 미국 시애틀이 최저임금을 2달러 올렸더니 일자리 6.8% 줄어들었다. 특히 세인트루이스 처럼 최저임금을 올렸다가 원상 복귀한 곳도 있다.

그리고 미국, 일본은 지역별로 생활비, 경제적 여건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차등화한다. 그런데 우리는 천편일률적이다. 이 사실을 국민은 간과하고 있다. 노동계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지역별로 워싱턴DC의 최저임금이 10.5달러다. 조지아주는 최저임금이 5.15 달러다. 엄청난 격차다.

일본의 경우에는 도쿄가 최저임금 932엔인데 미야자키는 714엔이다. 약 30% 정도가 차이 난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에도 서울 물가와 지방 물가가 다르다. 그런데 이에 대한 해석이 완전히 생략돼있다. 차등지급은 원래 상식인데 정부도 그렇고 학자들도 그렇고 이를 간과하고 있다. 최저임금은 원래 미국에서 도입됐다. 그래서 따라 하려면 제대로 따라 하든가 차등화라는 요소가 빠져있다. 

중국도 지역별로 최저임금이 다르다. 호주도 신체장애 여부, 연령, 직업능력 등에 따라 최저임금이 다르다. 프랑스 같은 경우에는 비숙련 미성년 근로자일 경우에는 법정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의 최저임금을 지급한다. 영국은 근로자 연령이 높을수록 더 높은 최저임금이 책정돼있다. 

스페인, 포르투갈 등은 국가 경제가 어려울 때 최저임금을 낮추기도 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오스트리아, 핀란드, 스위스, 이탈리아,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은 법정 최저임금 제도가 없는 국가다. GDP(국내총생산) 기준 세계 4위의 경제선진국 독일도 지난 2014년 말까지 최저임금제도가 없는 국가였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최저임금 제도가 없었다. 이런 다른 국가들의 사례에 대한 고민을 좀 했으면 좋겠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국민 세금만 3조 이상 들어가게 됐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영세업자 등은 경영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오히려 내수경제가 더 위기에 빠질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50인 미만 사업체 고용비중이 무려 55.9%다. 그리스보다도 많다. 건전한 민간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미 답은 나와 있다. 서비스산업발전법, 규제프리존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서비스사업발전법을 통과시키면 건전한 일자리가 69만개 생긴다. 규제프리존법은 33만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총 100만개 이상의 좋은 일자리가 국민 세금 들이지 않고 만들어질 수 있다. 이걸 왜 정부가 세게 밀어붙이지 못하는지. 저는 야당이지만 경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따라서 국가부채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무원 정수 확대정책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최저임금제도 같은 경우에는 업종별, 지역별, 차등적용이 필요하다. 또 최저임금 산출기준을 각종 수당을 포함하는 방법으로 개편이 시급하다. 

한국은 0세부터 무상보육을 시행한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이 나온 영국에서조차도 무상교육 만 3세부터 한다. 그다음에 스웨덴. 항상 특정 정당에서는 스웨덴을 본받자고 한다. 북유럽의 대표적인 복지 국가 스웨덴도 무상보육은 만 4세부터다. 우리가 스웨덴이나 영국보다 잘 사는 국가입니까. 이런 복지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 다른 국가들의 사례를 연구하고 우리의 경제적 수준을 고려한 맞춤형 복지가 이뤄져야 한다. 재벌가 손자, 가난한 집안의 손자 똑같이 받는 보편적 복지가 아니라 1인당 3만 불이라는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 맞는 복지가 이뤄져야 한다는 말이다. 국가 채무 부채를 가능하면 줄여나가고 좋은 일자리, 미래 지향적인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나가야만 우리나라 경제가 건강해질 수 있다. 이것이 우리나라 경제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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