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있었던 역사에 가상의 이야기를 도입하는 팩션 사극은 이제 하나의 장르가 됐다. 국내 관객들에게도 익숙하다. 영화 ‘역모:반란의 시대’(감독 김홍선)는 김호(정해인)라는 인물을 통해 1728년 일어난 이인좌의 난을 들여다본다.
김호는 한때 왕의 호위대인 내금위 사정까지 했던 인물이지만, 좌천당해 성문지기를 거쳐 의금부 포졸이 된다. 칼 대신 포졸의 상징인 육모방망이를 들고 투덜대는 김호의 첫 근무날, 역도들이 의금부를 습격한다. 옥에 갇혀있는 이인좌(김지훈)를 빼내고 왕을 끌어내리려는 어영청 5인방과 그 무리들이다. 영문도 모른 채 역도들의 습격을 받게 된 김호는 처음에는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무리의 정체를 알게 된 뒤에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싸운다.
역모를 위해 철저히 준비한 만큼 역도 무리들은 끝이 없다. ‘역모:반란의 시대’는 김호가 이인좌의 난이 일어난 하룻밤동안 수많은 역도들을 상대로 홀로 싸우는 액션 활극이다. 하룻밤의 이야기를 그렸기에 영화는 압축적이고 전개가 빠르다. 팩션 사극의 장점인 드라마적 카타르시스보다는 액션이 주는 즉각적인 쾌감이 영화의 장점이다.
그러나 액션만 이어붙인 영상을 하나의 이야기라고 부르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역모:반란의 시대’는 드라마 감독으로 제 영역을 구축한 김홍선 감독의 스크린 도전작인 만큼 시선을 모았다. 그렇지만 한 가지를 잘 하는 사람이 두 가지를 다 잘 하긴 어려운 일일까. 드라마적 기법이 다수 담긴 ‘역모:반란의 시대’의 전개는 기-승-전-결이 매끄럽지 못하다. 장편 드라마와 105분짜리 영화를 편집하는 기술이 달라야 할 것은 자명하다.
배우들이 펼치는 멋진 액션이나 기발한 움직임은 분명 영화의 주요한 볼거리다. 그러나 정작 볼거리를 받쳐줄 이야기 매듭이 튼튼하지 못해 관객은 영화 내내 어리둥절해진다. 그 중에서도 조재윤, 이원종 등 조연 배우들의 연기는 빛난다. 2년 후까지 상처가 남아있을 정도의 부상까지 입은 정해인 또한 액션에 몸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 정해인이 1년차 배우였음을 감안하고 영화를 본다면 정해인이 본인의 역량 이상을 뽑아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 영화는 편집과 연출의 예술이다. 다양한 영화를 국내 스크린에 선보이고 싶다는 김홍선 감독의 시도는 야심찼으나 결과물은 안타깝다. 최근 좋은 작품들로 호평 받고 있는 정해인의 신인시절 분투가 궁금하다면 볼 만 하다. 오는 23일 개봉.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