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많은 NGS(차세대염기서열분석)의 쓸모 없는 활용

쓸모 많은 NGS(차세대염기서열분석)의 쓸모 없는 활용

기사승인 2017-11-20 01:47:11

4차 산업혁명을 전문가들은 초연결(hyper-connectivity)과 초지능(super-intelligence)을 특징으로 하는 기술의 발전으로 풀어낸다. 대표적인 예로는 인공지능(AI)와 빅데이터(Big-Data), 사물인터넷(IoT)을 들 수 있다. 

이를 의학 분야와 접목한 영역 중 하나가 ‘정밀의료’다. 개인의 유전자 정보와 생활습관 등 다양한 정보를 조합해 최적화된 첨단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식이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NGS(Next-Generation Sequencing, 차세대염기서열분석)이다.

NGS는 인간의 유전체 정보를 분석하는 기법으로 주로 활용되는 분야는 암의 진단이다. 유전자 변이 유무를 유전자 패널과 비교ㆍ분석해 암 발생 여부를 파악하거나 발생가능성을 예측한다. 이에 정부는 정밀의료의 발전과 환자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NGS 유전자패널검사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를 조건부로 지급하고 있다. 문제는 정밀의료의 기반이 되는 NGS가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인간의 유전체 정보를 분석해도 표적항암제를 선택할 수 없고, 정확한 정보 분석을 위한 인력이나 관리체계가 부족해 제대로 된 활용이 이뤄지고 있지 못하다고 입을 모은다. 건강보험 제도적 한계에 발목 잡힌 발전가능성=구체적으로 전문가들은 NGS와 관련된 정부정책의 핵심쟁점을 크게 ▶비용효과성의 판단과 적용범위 ▶표적함암제 등 치료영역과의 연계부족 ▶기술적, 인적 전문성과 검증 문제 3가지를 꼽는다.

먼저, 비용효과성의 판단과 적용범위의 문제에 대해 서울대의대 의료정보학교실 김주한 교수(시스템 바이오 정보의학 연구센터장)는 제도 설계의 부실과 사회적 합의의 부족으로 풀이했다. 

NGS는 MRI와 같은 진단검사이기에 거의 모든 질환에 쓰일 수 있는 범용성을 갖지만 어떤 환자에게 언제 써야할지 구체적인 설계 없이 건강보험 급여권으로 편입돼 합리적 적용범위가 설정되지 않아 비용효과적인 활용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NGS는 MRI와 유사한 문제를 갖는다. 정확히 어떤 질환, 어떤 문제에 검사가 이뤄져야하는지를 정하지 않을 경우 보험재정이 이를 감당할 수 없고, 들인 비용에 비해 효과가 떨어지게 된다”며 “보험재정과 환자의 필요, 의학적 발전 사이의 균형을 맞춰야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치료영역과의 연계성 부족문제도 함께 거론됐다. 정밀진단은 결국 적절한 치료법을 찾기 위한 것이지만 지금의 보험체계는 필수유전자만 포함된다면 검사가 가능하고 보험급여가 지급되지만 정작 표적항암제 등 치료법과는 연계가 되지 않아 진단과 관계없이 급여여부가 정해지는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고대안암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열홍 교수(정밀의료사업단장)는 “4기 혹은 재발이나 전이가 돼 표적치료제를 쓸지를 고려해야하는 환자에게만 패널검사를 해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고 어떤 약을 쓸지를 고민하고 이들에게 보험급여를 해야한다”며 범위를 좁혀 명확히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기술적, 인적 전문성과 검증 문제도 있다. NGS는 진단을 위한 기술이기에 유전자 변이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정확한 유전자 패널과 인증된 연구실, 분석 전문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초기기술의 한계로 인해 패널의 표준화나 기술의 정확도가 떨어지는데다 분석가들의 숙련도나 전문성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한 학계 관계자는 “기초 연구자 입장에서 NGS가 보험급여로 풀리면 안 되는 것이었다. 환자에게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연구용으로 갔어야 한다”면서 “정밀의료 차원에서 NGS는 가장 필요한 기술이지만 어디까지 보험을 적용해야할지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신의료기술 평가를 거치지 않고 조건부 선별급여가 적용되면서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점이나 ▶수백 가지 패널과 쓰임에 따라 유효성 등의 검증을 위한 근거 축적의 어려움 ▶일부 의료기관들의 무분별한 또는 연구적 호기심에 편승한 오남용 ▶건강보험법 상 검사 수탁기관의 전문기업 배제 등의 문제들도 풀어야할 숙제로 파악됐다.

한편, 복지부는 일련의 문제에 대해 신기술의 적용에 따른 과도기적 현상으로 해당 사안들을 이미 인지하고 있으며 사안별로 논의를 거쳐 해결해나가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다만, 복지부 관계자는 “건강보험법을 개정해야하는 문제나 약제와 행위가 분리된 보험급여체계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말해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김주환 교수 또한 “결국 NGS의 정책적 문제의 핵심은 실질적인 효용과 평등한 접근권, 한정된 재원을 둘러싼 정부와 업계, 학계와 환자 간의 역학관계”라며 시범사업 등을 통해 검사가 필요한 의학적 상황과 표적항암제 또는 유전자 가위 등 치료법과의 연계가능성과 보험급여 지급범위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할 것이라고 첨언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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