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조례 도입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교육 관련 단체 간 찬반 여론이 격화되는 양상이어서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경남도교육청 “학생‧교원 중심 인권친화적 학교로”
지난 2일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과 교권이 함께 존중받는 민주적인 학교문화와 인권친화적인 교육환경의 조성이 골자다.
이 가운데 하나로 도교육청은 올해 수능 이후 한 달간 도내 모든 중‧고교 등교시간을 오전 8시30분~9시로 늦추기로 결정했다.
조기 등교로 인한 폐단을 줄이기 위해서다.
도교육청은 이후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만족도를 조사해 내년 3월 전면 실시할 방침이다.
박 교육감은 “학생 건강과 효과적인 학습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등교시간 조정을 통해 학생 권리 증진과 학교 교육과정 정상화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강구할 것”이라며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학생과 교원이 체감할 수 있는 인권친화적 학교를 만들기 위해 현장 교사와 인권 전문가를 중심으로 TF를 구성,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학교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교육단체 간 조례 제정 두고 찬반 격화
지난 17일 경남학생인권조례반대경남연합 소속 회원 200여 명은 도교육청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학생인권조례 제정 반대를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도교육청 정문에서 창원광장 주변까지 1.2㎞ 거리 행진을 하며 시민들에게 제정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지난 9일에도 경남도교원단체총연합회(경남교총)가 기자회견을 통해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경남교총은 “조례 제정이 학생인권 보장이 목적이라면 현행 법규를 적용하면 실현될 일”이라며 “그런데 마치 조례가 없어서 학생인권 침해가 심각하다거나 조례가 제정되면 인권이 보장된다는 식의 시각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학교 구성원간 자율적인 협의로 학교규칙을 개정하는 등 생활화가 우선시 돼야 한다”며 “도교육청은 교육계 혼란만 부추기고 있는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경남본부‧전교조 경남지부‧전국교수노조 부울경지부 등 진보 성향 단체 13개로 구성된 ‘경남교육연대’는 20일 ‘경남교총의 학생인권조례 반대에 반대한다’는 보도자료를 통해 경남교총의 이 같은 방침을 비판했다.
경남교육연대는 “조례를 제정하면 학생인권이 보장되고, 조례가 없으면 보장되지 않는 가치가 아니라는 데는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이 말이 왜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할 이유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연대는 “학생 인권을 보장하는 초중등교육법도 아침부터 강제되는 영어듣기 방송에 묻혀 들리지 않는다”며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선택할 수 없는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에 그 자리를 빼앗긴 지 오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입시 위주 교육으로 학생 학습권과 교원 교육권이 공존이 아닌 공멸 상태에 있다”면서 “학생인권조례는 학생 학습권 보장을 통해 교원 교육권도 보장하는 조례”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은 예정대로 학생인권조례를 추진할 방침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조만간 TF팀을 구성해 예정대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충분한 시간을 두고 공청회 등을 거쳐 여론을 적극 수렴하는 등 조례 추진을 두고 불거지는 갈등을 최소화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