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오리엔트 특급 살인' 전 세계가 아는 반전 추리극의 재탄생

[쿡리뷰] '오리엔트 특급 살인' 전 세계가 아는 반전 추리극의 재탄생

기사승인 2017-11-20 20:33:35

온 세계가 다 안다해도 과언이 아닌 유명한 반전을 이제 와 영화로 만드는 것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감독 케네스 브래너)은 그런 부담을 간단하게 뒤집는다. 추리극을 드라마로 바꿔 재탄생시킨 것이다. 

이스탄불에서 런던으로 향하는 호화 특급 열차. 눈으로 열차가 어쩔 수 없이 멈춰서버린 밤, 승객 중 하나가 살해된다. 그 기차에는 세계에서 가장 유능한 탐정 포와로(케네스 브래너)가 탑승했고, 포와로는 남은 13명의 승객 중 살인범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된다.

용의자들은 모두 각자의 사정과 알리바이를 안고 있다. 살해된 이는 라쳇(조니 뎁). 그러나 조사를 하던 푸아로는 라쳇이 유명한 일가족 살인사건의 범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본디 라쳇에게는 적이 많은 것을 알고 있었지만, 살해 동기는 더욱 분명해진다. 그러나 모든 승객에게 알리바이가 존재하는 상황. 심지어 가장 유력한 용의자였던 맥퀸(조시 게드)이 라쳇을 살해할 만한 범행 동기가 있는 인물임이 드러나지만, 곧 다른 승객이 라쳇이 살해된 시각 맥퀸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며 변호하고 나서는 식이다.

이내 포와로는 사건을 관통하는 가장 커다란 줄기를 알아챈다. 그 줄기의 가지는 무수하게 뻗어 있어 좀처럼 알아채기 어렵지만 알아챈 순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반전이 된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묘미는 추리 과정보다는 인물들이 하는 거짓말과 퍼즐을 맞춰가며 배우들의 표정을 감상하는 데 있다. 영화는 이미 반전을 알고 있는 관객과 모르는 관객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드라마를 만들어간다.

문제는 그 줄타기가 그리 능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멀티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으나 114분의 러닝타임 동안 충분히 다뤄진 인물들은 한 손에 꼽는다. 포와로가 인물들과 끌어나가는 대화는 추리극이라기보다는 가면극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 드라마로 완성될 수 있는 이유는 미셸 파이퍼, 주디 덴치 등의 열연 덕이다.

당시 시대를 반영한 아름다운 옷차림과 인테리어, 포와로의 콧수염 등은 지루한 러닝타임을 조금이나마 환기시키는 잔재미를 준다. 13인이라는 숫자가 암시하는 종교적 그림은 노골적이나 둔탁하다. 오는 29일 개봉.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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