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에서 시작된 특수활동비(특활비) 논란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에 소요되는 경비를 말합니다. 규모는 연간 1조원에 달합니다. 특활비는 크게 국가정보원 예산과 일반 정부 기관 예산으로 나뉘는데요. 올해는 국가정보원 4947억원, 국방부 1814억, 경찰청 1301억원이 배정돼 있습니다. 말 그대로 '억'소리가 절로 나는 금액입니다.
문제는 특활비를 쓰는 데 영수증과 같은 증빙서류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국정수행 비용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사용내역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특활비가 권력기관의 쌈짓돈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특활비의 맹점을 가장 잘 활용한 기관은 국정원입니다. 국정원은 정보기관 특성상 가장 많은 특활비를 배정받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은 민간인 댓글 부대인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하며 일 년에 약 30억가량의 예산을 썼습니다. 또 지난 2012년 5월에는 대선을 7개월 앞두고 특활비로 인터넷 언론을 설립한 사실도 알려졌습니다.
이 중 일부는 청와대로도 흘러 들어갔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장을 역임한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 특활비 총 40여억원을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뇌물로 상납, 국고에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청와대뿐일까요.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은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던 지난 2014년 국정원으로부터 특활비 1억여억원을 건네받은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본인은 "특활비 수수 의혹이 사실이라면 동대구역에서 할복자살하겠다"면서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 소환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입니다.
혈세를 마구 쓰는 고위공직자의 행태에 국민 분노했습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21일 성명서를 통해 "비밀업무와 전혀 관련 없는 부처들도 국민의 혈세를 영수증 첨부도 없이 특수활동이라는 명목으로 쌈짓돈처럼 마구 사용하고 있다"면서 "눈먼돈으로 전락한 특활비를 즉각 폐지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특활비는 고위공직자들이 국민 세금을 함부로 사용할 수 있다는 특권의식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다"면서 "특활비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세금 횡령죄로 처벌하는 등 사용을 엄격하고 투명하게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한국납세자연맹은 특활비 폐지를 위한 온라인 서명운동에 돌입하고 취합된 서명은 올해 국회 예산안심의때 국회로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죠.
존재의의가 흔들리고 뇌물로 전락한 특활비. 특활비 폐지 여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활비가 '정치인들의 쌈짓돈'이라는 악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총액 배정 근거를 만들고, 세부 집행내역을 공개하는 등 법률 개정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겁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