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유아인이 악플에 대처하는 방법

[친절한 쿡기자] 유아인이 악플에 대처하는 방법

유아인이 악플에 대처하는 방법

기사승인 2017-11-27 14:31:32


지난 주말 가장 화제를 모은 건 배우 유아인이 SNS에서 네티즌과 벌인 설전이었습니다. 그를 공격하는 네티즌들의 댓글에 일일이 대응하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죠. 또 탑과 대마초를 피워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연습생 한서희와도 설전을 벌였습니다. 나중엔 “나는 페미니스트다”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유아인을 둘러싼 이번 논란은 지금까지 연예인들이 네티즌과 벌인 설전과는 조금 다릅니다. 단순히 개인에 대한 비판에 반박하는 수준을 넘어, 한 명의 남성으로서 ‘워마드’와 ‘메갈리아’ 등의 커뮤니티로 대표되는 일부 네티즌들의 공격을 받아친 것이죠.

모든 논란은 유아인이 지난 18일 한 네티즌의 글에 반응하면서 시작됐습니다. 한 네티즌이 올린 “유아인은 20m 정도 떨어져서 보기엔 좋은 사람, 친구로 지내라면 조금 힘들 것 같은 사람. 냉장고를 열었는데 덜렁 하나 남은 애호박이 내게 '혼자라는 건 뭘까?'하며 코 찡긋할 것 같음”이라는 글을 자신의 SNS에 리트윗하며 “애호박으로 맞아봤음?”이라고 적은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유아인의 말에서 ‘때린다’는 표현에 주목했습니다. ‘데이트 폭력’과 관련된 다수의 페미니즘 이슈들이 불거지고 있는 최근 상황에서 잘못했다고 때리는 표현을 민감하게 받아들인 것이죠. 그렇게 유아인은 ‘한남(가부장적인 한국 남자들을 비하하는 표현)’이 됐습니다.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조롱하듯 표현한 네티즌의 글을 농담으로 받아넘긴 유아인의 의도는 사라져버리고 말았어요.

이를 본 다른 네티즌이 “그냥 한 말인데 애호박으로 때린다니. 한남 돋는다”는 글을 남겼고, 또 다른 네티즌은 “너 한국 남자 맞으세요. 유아인과 친해지기 힘들 것 같다는 일반인 글을 검색해서 애호박으로 때린다는 둥 칼 이모티콘을 쓰고. 여자가 올렸으면 팬들이 깔깔 웃으면서 농담이라 그랬을까?”라고 비꼬았습니다. 이에 유아인은 “그냥 한 말에 그냥 한 말씀 놀아드렸는데 아니 글쎄 한남이라녀(코 찡긋)”라며 “잔다르크 돋으시네요. 그만 싸우고 좀 놉시다”라고 받아쳐 논란이 커졌습니다.

유아인은 자신을 비난하는 이들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 않았습니다. 지난 24일에는 50분 동안 직접 여러 개의 글을 올리며 조목조목 받아쳤죠. “쓸데없는 말해서 신세 조진다”는 글에는 “내 신세, 아님 네 신세? 뭐가 더 나은 신세일까”라고 답했고, “가만히 있으면 반은 간다는데”라는 글에는 “너는 왜 가만히 안 있니? 반이라도 가지”라고 받아쳤습니다. 이후 “살아라. 제발 살아라. 내 인생 말고. 너희의 인생을!”, “저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저 증오마저 가엽게 여기소서. 저들을 구원하소서. 나를 구원하소서” 등의 글을 올리며 설전을 마무리했습니다.

그룹 빅뱅 탑과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집행유예를 받은 연습생 한서희도 유아인과의 설전에 동참했습니다. 한서희가 문제 삼은 건 유아인이 적은 “여성이니까 여성 인권에만 힘쓴다는 말은 남성들에게 남성이니까 남성 인권에만 힘쓰라는 말과 같습니다. 타인의 이해와 존중을 원한다면 개인에 매몰되지 말고 타인을 존중하며 함께하라는 말씀을 드렸던 겁니다”라는 글입니다. 한서희는 이 글을 캡쳐해 올린 후 “성이니까 여성인권에만 힘쓴다. 흑인한테 백인인권 존중하는 흑인 인권 운동하라는 거랑 뭐가 다른 건지”라며 “김치녀, 된장녀, 김여사 등등 한국남자들이 만든 여혐 단어들이 넘쳐나는데 고작 한남이라고 했다고 증오? 혐오? 페미 코스프레한다”고 비난했습니다.

이에 유아인은 페미니스트임을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유아인은 지난 26일 자신의 SNS에 “나는 페미니스트다”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올렸습니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네티즌들과 싸우던 끝에 자신의 입장을 다시 정리한 것입니다.

이 글에서 유아인은 어린 시절 자신이 겪은 경험을 예로 들며 ‘페미니즘’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나는 '엄마'라는 존재의 자궁에 잉태되어 그녀의 고통으로 세상의 빛을 본 인간”이라며 “그런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고서 뻔뻔하게 살아갈 재간이 없다. 우리 엄마는 해방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나는 페미니스트다”라며 “그러거나 말거나, 뭐라고 주장하든, 뭐라고 불리든 나는 그냥 이런 사람이다. 그리고 이제 와서 고백하건대 이 글은 성가시게 유행하는 가상세계에서의 그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 유행을 빌어 하는 '인간'과 '관계'와 '세상'에 대한 나의 이야기”라고 설명했죠.

그동안 유아인은 SNS를 통해 배우로서의 생각 뿐 아니라 사회, 정치적인 입장을 자유롭게 밝혀왔습니다. 그의 철학이 담긴 독특한 문체가 함께 주목받기도 했죠. 한 명의 개인으로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배우, 연예인으로서 매번 이슈에 오르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최근 골종양으로 군대를 면제받은 일로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죠.

이번 논란을 이전과 비슷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네티즌도 많습니다. 유아인이 괜히 나서서 새로운 구설수를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죠.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점점 그를 응원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분위기입니다. 이번 설전을 요약한 패러디 만화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논란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연예인이 악플에 대처하는 새로운 방법을 보여줬다는 데에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유명인, 공인이라는 이유로 참고 또 참다가 법적 대응을 하는 것 이외에 적극적인 대응이라는 선택지도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죠. 앞으로 대중들은 ‘페미니스트’ 유아인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까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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