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로봇’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최근 종영한 양동근, 박한별의 MBC ‘보그맘’에 이어 이번엔 유승호, 채수빈을 내세운 MBC 새 수목드라마 ‘로봇이 아니야’가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내년에는 서강준이 로봇을 연기하는 KBS 사전제작 드라마 ‘너도 인간이니’도 방송된다. 로봇을 두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로 느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로봇과 가까워지며 벌어지는 밝고 경쾌한 이야기가 주목받는 추세다.
‘로봇이 아니야’는 인간 알레르기 때문에 여자를 제대로 사귀어 본 적 없는 남자(유승호)가 로봇을 연기하는 여자(채수빈)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그린 드라마다. 인공지능 안드로이드 로봇 아지3를 대신해 청년 사업가 조지아가 로봇 대역을 맡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4일 오후 2시 서울 성암로 상암 MBC 사옥에서 열린 ‘로봇이 아니야’ 제작발표회에서 정대윤 PD는 드라마에 로봇 소재가 등장하는 이유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정 PD는 “인공지능 로봇이 우리 일상생활에 점점 다가오고 있다”며 “현실이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에 로봇 소재가 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추세 같다. 지금까지는 로봇을 공포의 대상으로 보고 디스토피아적인 상상력을 많이 발휘했는데, ‘로봇이 아니야’는 로봇의 밝은 면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유익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드라마 간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상황도 로봇 소재가 유행하게 된 원인 중 하나다. 새로운 소재를 통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겠다는 전략이다. 또 로봇이라는 제3자의 시선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정 PD는 “로봇을 통해 인간의 본질,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지 탐구하는 과정이 그려진다”며 “즐겁게 보면서도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드라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같은 로봇 소재의 드라마지만 ‘보그맘’과는 다른 점이 있다며 선을 그었다. 정 PD는 “‘보그맘’이 B급 코미디를 그린 것처럼, ‘로봇이 아니야’에도 쉬운 코미디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보그맘’이 실제 로봇과 박사의 사랑 이야기라면, ‘로봇이 아니야’는 로봇인 줄 알고 사랑하지만 알고 보면 인간인 이야기다. 이야기의 원형만 놓고 봤을 때는 ‘미녀와 야수’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배우들도 출연 소감을 전했다. MBC ‘군주’ 이후 5개월 만에 새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유승호는 국내 최대 금융회사의 최대주주 김민규 역을 맡았다. 돈부터 외모까지 완벽한 남자지만, 인간 알레르기를 앓고 있어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베일에 싸인 존재다.
유승호는 캐릭터의 코믹한 면에 주목했다. 유승호는 “진지한 김민규의 엉뚱한 면이 코믹한 요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억지로 웃기려 하는 게 아니라 혼자 진지한 캐릭터다. 허술하고 엉뚱한 모습에서 시청자 분들이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완전 코믹한 인물이었다면 고민했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아서 이 작품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채수빈은 KBS2 ‘최강 배달꾼’ 이후 3개월 만에 바로 시청자들을 만난다. 세 번의 업그레이드를 거친 인공지능 로봇 아지3와 IQ 94의 열혈 청년 사업가 조지아, 그리고 아지3를 연기하는 조지아까지 세 가지 역할을 동시에 보여준다.
채수빈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부담감이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채수빈은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세 가지 역할을 어떻게 나눠서 표현해야 될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아지3는 사람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로봇이니까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톤을 잡았다. 지아는 엉뚱하고 발랄하면서도 정이 많은 인물로 잡았다. 그러다보니까 체계적으로 나누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표현이 됐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정 PD는 자신의 전작과 비교해 ‘로봇이 아니야’를 소개했다. 정 PD는 “MBC ‘그녀는 예뻤다’가 소녀 만화 같은 느낌이었다면, MBC ‘W’는 소년 만화에 가까웠다”며 “‘로봇이 아니야’는 두 가지가 결합된 소년·소녀 만화 같다. 그래서 두 배로 재밌지 않을까 싶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로봇이 아니야’는 MBC ‘병원선’ 후속으로 오는 6일 오후 10시 첫 방송된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