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 온유가 성추행으로 기소의견 송치된 것과 관련, 팬들에게 사과했지만 팬들의 반감은 커져가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단순히 늦었다는 이유만은 아닙니다.
온유는 지난 8월 12일 서울 강남의 한 클럽에서 근처에 있던 20대 여성의 신체 일부를 만져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후 해당 사건은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죠. 그리고 4개월이 지난 5일 오전, 온유는 샤이니 공식 홈페이지에 본인이 직접 쓴 것으로 추측되는 사과 편지를 공개했습니다. 온유는 “저를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신 팬 여러분께 안 좋은 소식으로 실망시켜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문을 열었죠. 이어 “지난 4개월 동안 활동을 쉬면서 부족한 저를 아껴주신 팬 여러분께 얼마나 큰 실망을 드렸는지, 깊이 반성하고 돌아보게 되었고, 제 스스로를 끝없이 원망하고 자책하기도 했다”는 온유는 “많이 사랑 받고 주목을 받을수록 더 철저하게 사적인 시간에도 책임감 있게 행동했어야 했는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덧붙여 온유는 “9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 열심히 달려온 우리 멤버들에게 정말 미안하고, 저 때문에 놀라셨을 부모님과 회사 여러분들께도 이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늘 반성하며, 제 자신을 더 엄격하게 관리하고 노력하겠다”고 알렸습니다.
그러나 팬들의 시선은 차갑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온유의 사과가 너무 늦었기 때문입니다. 아직 검찰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는 해도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팬들에게 사과를 건네는 것은 사건 직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었죠. 그러나 4개월이 지난 지금 와서 자필 사과문을 쓰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시기가 늦었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닙니다. 팬들의 입장에서는 지금 온유가 사과하는 것은 당황스럽기 그지없습니다. 하필 같은 그룹의 멤버 종현의 첫 콘서트를 4일 앞둔 참이며, 이에 더해 다른 멤버 민호의 생일 파티 이벤트 또한 4일 앞뒀죠. 팬들 입장에서는 즐거운 이벤트들을 앞둔 시기에 온유가 찬물을 끼얹었다는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늦은 사과가 왜 찬물이냐는 의문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답은 이른바 '팬 정서'를 바탕으로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죠. 온유는 앞서 지난 5월 샤이니 팬들과 함께한 데뷔 9주년 기념 공연에서 "술을 끊었다"며 쭉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해 팬들에게 환호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성추행 사건이 일어났을 때, 온유는 경찰 조사에서 "술을 마셔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습니다. 팬들 앞에서 했던 말을 고작 3개월 만에 스스로 어긴 것이죠. 팬들은 단순히 온유가 술에 취해 범법행위를 저지른 것에 대한 원망뿐만 아니라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한 원망 또한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사과문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할 만한 배경이 또 있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27일 샤이니 멤버들의 사진으로 구성된 2018년 선물세트인 '시즌 그리팅' 판매를 예고했습니다. 해당 구성품에는 온유의 사진이 포함됐죠. 자숙 중이어야 할 온유가 자숙 기간에 해당 사진을 촬영했다는 것이 알려지며 팬들은 온유의 연예 활동 자체를 반대하고 있던 참입니다. 통상적으로 가수의 초상이 담긴 물품은 그 수익금이 가수 본인에게 돌아갑니다. 그러나 자숙 기간에 수익을 올리는 것은 자숙이 아닌 연예 활동을 유지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죠. 팬들은 "사실상 활동 재개를 위한 초석을 까는 것이 아니냐"며 온유의 샤이니 탈퇴까지 청원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팬들은 이미 자신이 한 말을 어긴 온유를 봤습니다. 팬들은 다시 온유를 믿을 수 있을까요.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