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금장치 1㎝ 마모가 ‘의문의 엘리베이터’ 사고 직접적 원인

잠금장치 1㎝ 마모가 ‘의문의 엘리베이터’ 사고 직접적 원인

기사승인 2017-12-05 13:27:11

 

지난 618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남 창원 모 상가 엘리베이터 사고와 관련, 경찰이 사건 발생 170여일 만에 기계 결함으로 결론짓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특히 이 사고는 승강기의 기계적 결함이나 오작동 가능성을 주장한 유족 측과 오작동이 아닌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 상가 측이 진실공방을 벌이면서 원인을 두고 의문이 증폭됐었다.

이 사고는 지난 618일 오전 242분께 창원의 한 상가 1층에서 다른 층에 서 있던 엘리베이터를 A(30)씨와 친구 B(30), C(30)씨가 기다리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그런데 갑자기 엘리베이터 문 앞에 있던 A씨와 B씨가 5m 아래 지하 1층으로 떨어졌다.

승강기가 도착하기 전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이었다.

이 사고로 B씨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A씨는 숨졌다.

유족 측은 사고 승강기의 기계 결함과 오작동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상가 측은 사고 직전 승강기 검사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은 점, 사고 전후 해당 승강기가 정상 작동한 점을 토대로 기계 결함 보다는 외부 요인에 의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양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사고 원인을 조사한 경찰의 수사 결과에 관심이 모아졌다.

경찰 승강기 잠금장치는 마모, 정밀검사는 부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승강기안전공단과 합동으로 사고 현장 감식을 진행했다.

감식 결과 승강기의 잠금장치(인터록)가 심하게 마모된 점이 발견됐다.

의견이 분분했던 사고 원인을 두고 기계 결함가능성이 처음 제기된 것이다.

이 잠금장치는 각 층마다 설치돼 있는데, 승강기 문이 해당 층에 도착하기 전 열리지 않도록 고정시켜주는 부품이다.

그런데 다른 층의 잠금장치는 마모가 없는 반면 사고가 난 1층의 승강기 잠금장치는 1가량의 홈이 파일 정도로 닳았다.

경찰은 이 홈 때문에 잠금장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승강기조사위원회와 국과수, 승강기 관련 전문가 등의 조사 결과에서도 이 잠금장치 마모를 사고 원인으로 봤다.

경찰은 잠금장치 마모에 이어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이 이번 사고를 부른 또 하나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경찰 조사 결과 1층 승강기 잠금장치는 불투명 덮개에 덮여 있었는데, 승강기 점검 과정에서 마모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고 일주일 전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서 정밀안전검사가 실시됐지만, 역시 이 문제를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점검 당시 승강기 문을 강제로 열어보고 열리지 않으면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잠금장치 덮개를 열어서 확인하지 않고 검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조사됐다다른 층에 비해 유동인구가 특히 많은 1층인 점이 간과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점 등을 토대로 경찰은 이 사고가 결국 설치된 지 21년 된 승강기의 잠금장치가 오랜 기간에 걸쳐 자연 마모가 됐는데도, 안전 점검을 소홀히 한 안전불감증이 더해진 결과라며 최종 결론짓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창원중부경찰서는 상가 승강기 점검을 맡고 있는 업체 기사 A(33), 이 업체 대표 B(47)씨 등 2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또 사고 일주일 전 정밀안전검사를 부실하게 한 책임을 물어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직원 C(44)씨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외부 물리적 힘이 가해져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 것으로 보고 있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승강기 문은 절대로 열려서는 안 된다는 승강기조사위원회의 판정 등을 토대로 검찰과 협의해 이들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말했다.

창원=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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