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준ㆍ박수진 부부의 조기출산 과정에서 삼성서울병원이 특혜를 제공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여론은 들끓었다. 박수진 씨는 사회연결망서비스(SNS)를 통해 사과의 손편지를 올리는 등 고개를 숙였지만 끓어오른 여론은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논란은 서울삼성병원 측이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는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에 연예인 부부는 물론 조부모, 매니저까지 수시로 출입하도록 특혜를 제공했다는 글이 올라오며 촉발됐다.
이후 삼성서울병원의 ‘글쓴이도 조부모가 면회를 했다. 연예인 특혜는 없었다’는 해명에 ‘사망신고하기 전에 조부모를 부른 것도 면회냐’는 글쓴이의 울분이 알려지며 여론의 분위기가 급격히 냉각됐다.
더구나 이들 부부의 아이가 조기출산 외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음에도 삼성서울병원 NICU에서도 중증도가 가장 높아 간호사 당 병상수가 가장 낮은 A셀에 입원한 후 퇴원한 사실이 드러나며 공분을 샀다.
삼성서울병원 NICU의 경우 인큐베이터형태의 병상이 60개 갖춰져 있으며 A~C셀까지를 제1치료실, D~F셀까지를 제2치료실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셀 구분은 병원별로 임의로 지정하며 삼성서울병원은 A셀로 갈수록 환아의 중증도가 높아진다.
이 관계자는 “A셀의 간호사 당 병상수는 보통 2개로 주로 희귀질환이나 선천성 장애를 가진 경우가 많다”며 “A셀에서 바로 퇴원하는 경우는 사망을 제외하면 극히 드물다”고 전했다.
◇ 들끓는 여론에 청와대 게시판도 ‘시끌’
일련의 사건이 알려지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지난 6일까지 연일 쏟아지는 청원으로 채워졌다. 8일 현재까지 등록된 청원은 총 89개다. 이 가운데 중복되는 청원이나 반대 청원, 관련성이 떨어지는 청원을 제외하면 78건이 작성됐다. 금탯줄, 흙탯줄론까지 등장했다.
총 동의자수는 6만6041명이며 가장 많은 동의를 얻은 글은 11월 30일 게시된 ‘박수진씨 삼성서울병원 특혜 조사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로 4만8666명이 서명했다. 뒤를 이어 12월 1일 올라온 ‘삼성병원 연예인 박수진 특혜’ 라는 글이 3514명의 동의를 얻었으며, 같은 날 등록된 ‘배용준ㆍ박수진법(중환자실특혜금지법)을 만들어주세요’라는 청원에 3447명이 동의했다.
주요 내용은 다른 위중한 신생아들이 있어야 할 곳을 갑부 연예인 자식이라는 이유로 특혜를 받는 일은 뿌리 뽑아야한다거나, 이들 부부와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두 아이의 엄마’라고 자신을 밝힌 한 청원자는 “병원에서 연예인이란 이유로 아픈 아이들을 배제하고 특혜를 줬다는 것은 정말 손발이 떨리는 일”이라며 “연예인이라서 특혜를 줬다면 다른 고위층은 당연히 받았다는 소리 아니냐”며 철저한 진상조사와 개선을 촉구했다.
일부에서는 일명 배용준ㆍ박수진법이라는 이름으로 ‘중환자실특혜금지법’이나 ‘연예인특혜금지법’을 제정해 더 이상 돈과 권력에 기회의 평등이 무너지고 공평하지 못한 의료혜택이 제공되는 일이 없도록 기준을 마련하고 특혜가 사라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NICU 환경개선 등 지원 필요성 화두인데 NICU 지원예산은 ‘전액삭감’
일련의 질타와 조사에 대한 청원들이 줄을 잇는 가운데 눈에 띠는 청원이 하나 있었다. ‘삼성병원 연예인 박수진 특혜사건을 보며 미숙아 지원정책이 부족하다는걸 느꼈습니다’란 제목으로 올라와 292명의 공감을 얻은 글이다.
이 청원자는 “A셀은 아이들을 수술방으로 옮기는 것조차 위험해 인큐베이터 뚜껑을 열고 그 자리에서 바로 수술하는, 아이들의 목숨줄 같은 이며 삼성병원은 타 병원에서 포기한 아이들이 전원해와 목숨만 살려달라고 기도하며 자리가 나기만을 기다리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kg도 안 되는 아이들이 소리도 내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며 하루하루가 고비를 겪는 곳에서 모유수유가 가능한 아이가 8석 밖에 없는 A셀에서 2달 간 자리를 차지하다 바로 퇴원한 것은 특혜”라며 “이번 특혜사건은 아이들의 목숨을 담보로 누린 파렴치한 사건”이라고 사건의 중대성을 시사했다.
여기에 “2015년 기준, 한 해 태어나는 미숙아가 3만명에 달하지만 미숙아를 수용할 수 있는 NICU는 턱없이 부족해 출산지연으로 사망하거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진상조사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NICU 증설 및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5가지 개선사항을 제안했다.
그가 제안한 개선사항으로는 ▶병원 특혜사건의 철저한 조사 ▶병원에서 생명을 담보로 이뤄지는 특혜에 대한 강력한 처벌법 재정 ▶미숙아 치료가 가능한 병원 개설 및 NICU 보유병원 확대, 이를 위한 지원제도 마련 ▶일산화질소 치료비용 급여화 ▶퇴원 후 장기치료가 필요한 미숙아들에 대한 치료비 지원 등이다.
이와 관련 청원자는 “아이를 낳으라고만 하는 나라가 아닌 낳아놓은 내 아이를 지켜낼 수 있는 나라로 만들어달라”며 답답한 마음을 담아 호소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국민청원 중 20만명이상의 동의를 얻거나, 답변이 필요한 사회적 여론이 형성된 경우 답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음에도 일련의 청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아직은 별다른 답변이나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삼성서울병원는 일련의 분위기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만 “NICU와 관련된 어떤 대답도 해줄 수 없다”며 이미 보도된 내용들에 대한 사실 확인을 비롯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편, 2018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에서는 NICU 지원을 위한 금액을 찾아볼 수 없었다. 복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2018년도에도 NICU 시설설치 등 지원을 위한 예산 400억원 가량을 편성했지만 기획재정부가 승인하지 않았다.
그는 “2017년에 30곳 가량을 지원할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했지만 실제 신청한 기관이 15곳에 불과해 기재부에서 내년도 예산은 전액 삭감했다”며 “시설설치 외 별도의 NICU 관련 지원제도나 정책은 없다”고 전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