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조직, 거래하는 상품이 아니다”

“인체조직, 거래하는 상품이 아니다”

[인터뷰] 반월상연골 이식 400례 김진구 건국대병원 센터장

기사승인 2017-12-11 05:00:00
지난해 60명의 천사가 신체 기증에 동의했다. 이들은 신장과 간 등 장기이식에 이어 반월상연골과 같은 인체조직이식까지 기증해 소중한 생명을 살리고 사람들의 삶을 바꿨다. 하지만 여전히 생명윤리의식이 부족해 인체조직을 마치 물건처럼 여기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 반월상연골 이식만 400례를 달성할 정도로 많은 환자들에게 조직이식을 해온 건국대병원 스포츠의학센터 김진구 센터장(정형외과 교수, 사진)은 장기이식처럼 인체조직이식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감사할 줄 알며, 이식받은 조직을 잘 유지해야기증자의 숭고한 뜻이 헛되지 않게된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인체조직 이식수술은 성스러운 의식과 같다. 그리고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며 의사는 반월상연골의 재생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기증자의 소중한 조직을 이식하는 전달자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식된 반월상연골은 초기 3개월이 중요한 시점으로 환자가 의료진과 소통하며 재활과 관리를 잘할 경우 10년 이상도 90% 이상 사용이 가능할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고 효과가 뛰어나지만, 조직이식에 대한 환자들의 인식은 앞으로 개선해 나가야할 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진구 센터장은 “간이나 신장을 이식할 때는 당장 뇌사자가 발생해야 하는 만큼 보호자와 환자의 아픔을 직접적으로 볼 수밖에 없어 누가 봐도 소중한 장기라는 인식을 하게 되지만 조직이식은 똑같은 기증자지만 물건처럼 거래가 된다고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일부 환자가 ‘싱싱한 것으로 주세요, 젊은 사람의 것으로 주세요’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어 화가 난다. 이런 환자들은 이식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고 질타했다.

“심지어 ‘조직이식을 했는데도 왜 축구를 못하게 만드느냐’고 말하는 환자가 있다. 이는 마치 간 이식을 받은 환자가 ‘예전에 폭탄주를 30잔 먹었는데 왜 못 먹느냐’고 말하는 것과 같다”면서 인체조직이식에 대한 인식이 개선돼야한다고 김 센터장은 강조했다. 

더구나 그는 “환자들은 수술 후 1∼2년만 지나도 검사를 받지 않거나 관리를 안 한다”면서 “의사는 조직을 잘 전달하는 역할을 하지 성공여부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중요한건 환자와 의사 모두 기증자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장기처럼 조직이식의 한계가 있어 장기이식 후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절제된 생활을 해야 하는 것처럼 조직이식 또한 관절염을 예방하고 일상생활에 활력을 주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생명존중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 또한 성숙해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국내에서는 기증문화가 확산되지 못해 조직을 미국에서 수입하면서 많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는 점도 거론했다. 

불교국가인 태국도 출라롱컨 대학 총장의 사체기증 선언과 장기기증 운동을 실시한 지난 20년간 장기기증 문화가 확산된 사례를 들며 김 센터장은 “전 세계에서 굴지의 의료기구 회사 등 연구센터가 태국에 설립돼 의료발전에도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 역시 의료진들이 태국에 가서 사체를 통한 연구를 하곤 한다. 상대적으로 유교적 관념이 적은 우리나라가 배워야 할 일”이라며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환자를 위해, 그리고 필요한 의료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키우고 다양한 기증문화가 확산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식개선과 함께 인체조직이식에 대한 오해도 팽배하다고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에이즈나 감염병 등 기증자에 대한 적합성 평가 등 엄정한 절차를 거쳐 밀폐돼 조직은행으로 이송되고 이식 후 시신을 복원해 가족에게 인계되는 등 엄정한 과정을 거쳐 이식이 이뤄지지만 그에 비해 환자들의 태도는 성숙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김진구 센터장은 “과거에는 환자 1명을 위해 1달간 영하 1도의 진공상태로 보관해 이송하는 등 이식까지 500만원 상당의 비용이 들었다. 조직은 비용이 들지 않지만 관리에 그만한 돈이 들어 환자들은 마치 자신이 돈을 주고 샀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고 답답해했다. 

한편, 인체조직 이식건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병원차원에서 혹은 국가차원에서 홍보해 대상자를 무분별하게 늘려서도 안 된다는 심정도 토로했다. 환자 개개인에게 집중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하고, 일상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리와 관심이 필요한 수술이라는 이유에서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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